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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고 따뜻한, 말라위 사람들이 전해준 약
최지나 기자 | 승인 2021.04.05 08:52

나는 2020년에 ‘아프리카의 따뜻한 심장’이라고 불리는 말라위로 해외봉사를 왔다. 오기 전에 나는 집과 학교 아니면 다른 곳에 가지 않는 집돌이로 살았다. 성격도 소심하다보니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 있는 게 더 편했다. 하지만 그런 평범하고 변화 없는 하루를 보내는 내 모습을 볼 때, 답답하기도 하고 삶의 활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은 순간이 많았다. 그래서 새로움을 불어 넣어줄 환경으로 가서 내 삶이 바뀌길 바랐다.

그러던 중 친구가 추천해준 ‘해외봉사’는 내가 기다려온 기회 같았고, 졸업을 앞둔 상황에서 나는 떠나기로 결정했다. 그곳에서 어떤 새로운 일들을 경험할지, 그리고 내가 어떻게 변할지 기대하며 나는 아프리카 말라위로 향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봉사활동을 하고 많은 경험을 하고 싶다는 내 다짐과는 상관없이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생겼다. 말라위에 간 지 3개월이 지났을 즈음 발에 종기가 하나 생겼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줄 알았던 종기는 낫는 게 아니라 계속 퍼지고 퍼져서 셀 수 없이 많아졌고, 걷는 게 힘들 정도로 상태가 심각해졌다.

아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다른 봉사단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밖에 없었다. 작은 종기들로 뒤덮여 징그럽게 변한 발을 보면서 ‘내가 다른 것도 아니고 종기 때문에 이렇게 힘들어하다니…’라는 생각에, 종기가 난 내 발이 마치 마법의 저주에 걸린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 스스로를 자책하며 나날을 보냈다.

하루는 절뚝거리며 길을 걷고 있는 나에게 한 말라위 친구가 다가와 물었다.

“네 발 좀 자세히 봐도 돼?”

그리고 또 물었다.

“사진 좀 찍어도 돼?”

나는 징그러운 발을 별로 보여주고 싶지 않았지만, 그 친구는 내가 허락하기도 전에 이리저리 살펴보고는 사진을 찍고 어디론가 갔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에 당황했지만, 그 친구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다시 며칠이 지난 뒤, 그 친구가 커다란 알로에 화분을 들고 나를 찾아왔다. 알고 보니, 그 친구가 내 발을 찍은 사진을 가지고 병원에 찾아가 의사 선생님에게 보여드렸고, ‘알로에를 바르면 좋다’는 진단을 받아서 직접 알로에를 구해왔던 것이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어느 순간부터 말라위 사람들이 내게 바르는 약은 물론 소독약, 보습에 좋다는 꿀과 코코넛오일을 챙겨주었다.

그리고 잠을 자고 있으면 자정 즈음에 나를 깨우는 소리가 들렸다. “일어나~!” 하는 소리에 깨면, 나와 함께 지내는 친구가 장작으로 불을 때서 물을 따뜻하게 데워 오고, 헝겊에 그 물을 적셔 내 발을 닦아주었다. 그러고는 알로에 껍질을 벗겨서 종기가 난 곳 구석구석을 문질러주었다. 나도 너무 피곤하고 관리하는 데 지쳐서 미루는 일을, 현지 친구는 전혀 귀찮아하지 않고 날 도와주었다.

하루는 저 멀리에서 나에게 알로에를 건네주었던 친구가 오는 걸 보았다. 너무 반가운 나머지 웃으며 그 친구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루준구~!”

그 친구는 멀리서 내게 달려오더니 “오늘 왜 이렇게 표정이 밝아? 무슨 좋은 일 있어?” 하고 물었다. “너를 만나니까 반가워서 그렇지”라고 대답하고 한참을 서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내가 많이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 소심한 성격에 힘들어도 다른 사람들에게 힘든 내색조차 잘 하지 않던 나였기에, 처음엔 말라위 사람들이 내게 보이는 호의가 굉장히 어색하고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아무 조건 없이 나에게 관심을 갖고, 몸이 불편한 나를 생각해주는 말라위 사람들을 계속 만나다 보니, 어느새 나도 그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있었다. 사람을 만나면 괜히 어색한 웃음을 짓고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던 내가 사람들과 웃고 떠들고 이야기하는 걸 즐기고 있었다.

그 후로도 자주 사람들에게 먼저 가서 인사를 건네고 즐겁게 이야기했다. 발에 난 종기 때문에 알게 된 사람들과 격의 없이 가까워지고, 서로 가족처럼 챙겨주는 사이가 된 것이다.

사실 사람들이 내게 준 약들은 내 발에 큰 효과는 없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약들은 의기소침하게 나 자신을 탓하며 지내던 나의 마음을 치료했다. 내가 빨리 낫길 바라는 사람들의 진심을 느끼다 보니, 내 발의 종기는 더 이상 저주가 아니라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이자 행복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몇 달간 낫지 않고 있던 종기가 깨끗하게 나았다. 딱히 다른 치료 방법을 찾은 건 아니었지만 마음이 달라지니 종기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내가 다 나았다는 소식을 들은 친구들은 다행이라며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고, 나에게 알로에를 건네준 친구는 소리를 지르며 깨끗해진 발을 몇 번이나 들여다보며 확인했다.

종기가 깨끗이 나은 뒤, 단원들과 즐겁게 건축봉사를 하고 있는 김유익 씨(가운데)는 고된 일을 해도 즐겁다고 한다.

나는 코로나로 인해 아직 한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비행기 운항이 계속 중단되어 언제 어떻게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어떻게 보면 걱정할 상황이지만, 나는 이곳에서 배운 “안 좋아 보이는 상황이라도 거기에는 새로운 행복이 있다”를 적용하며 지내고 있다. 그렇게 적용해보니, 다른 동기들보다 특별히 연장된 해외봉사 기간을 보낼 수 있어서 그동안 발 때문에 하지 못했던 활동들을 마음껏 하고 있다. 또한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더 확실히 잡았다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상황이 어려우면 생각이 부정적으로 흐르고 좌절만 떠올렸던 내가 말라위에서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사고를 바꾸는 법을 배우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나를 따뜻하게 품어준 말라위 사람들과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글쓴이 김유익

대학 졸업을 앞두고 말라위로 해외봉사를 떠난 김유익 씨는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받은 사랑과 관심으로 깜깜한 마음에 불을 켜는 법을 배웠다. 이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면, 어두운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는 학생들에게 빛을 선사해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최지나 기자  4153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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