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서 열린 제2회 투머로우 말하기 대회

얼마 전까지 저는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위해선 먼저 한국사능력검정시험 3급 이상을 취득해야 합니다. 저는 대학 3학년부터 여러 번 응시했지만 떨어졌고, 올해 마지막 기회였던 시험에서도 결국 1점이 모자라 불합격되면서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 제 마음이 다 무너져 버렸습니다. 더 이상 할 자신이 없었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기나 한 걸까?’ 싶어 크게 낙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지인을 통해 투머로우 말하기대회에 나가보라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체념하고 있기보다 잡지를 읽으며 생각을 정리하면 좋을 것 같아, 대회에 신청하고 한 칼럼씩 잡지를 읽어내려갔습니다. 9월호를 다 읽고 10월호를 펼치는데 바로 앞에 보이는 문구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을 위한다고 하면서 큰 짐을 지고 살거나, 지지 않아도 되는 짐을 지고 고통스러워할 때가 많습니다. 그 사실을 알아도 어떻게 짐을 내려놓고 벗어나서 살 수 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한평생 짐을 지고 고통하며 살기도 하고 대수롭지 않은 일을 짐으로 여겨 10년, 20년을 괴로워하며 살기도 합니다.”

문득, “나는 정해진 틀 안에서 살아왔다”고 제가 친구에게 언젠가 했던 말이 기억났습니다. 학교 끝나면 바로 집에 가야 하고, 나쁜 말을 사용하면 안 되고, 술 마시면 안 되고…. 그렇게 내가 세워놓은 틀 안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삶을 살아왔다는 말을 하며 울었었는데, 아직도 정해진 틀과 기준 속에서 사는 나 자신을 보니 속이 상했습니다.

임용고시를 위해 미리미리 준비하려고 했으나 결국 한국사도, 교육학도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 채 4학년이 되었습니다. 늘 마음만 앞서고 결과는 뜻대로 되지 않는 것에 주눅 들고, 이런 내 모습에 실망하기 싫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는데 이번 한국사 시험 결과를 보면서 제가 가지고 있던 생각과 계획들이 무너졌습니다.

투머로우 기사를 읽고, 내가 가진 나에 대한 기준과 기대가 컸기 때문에 내가 힘들어했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공부를 잘 하나? 아니! 근데 왜 실망하지? 못 하는 게 부끄러운 건가? 그게 원래 난데.’ 그런 나 자신을 인정해버리니까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종종 할아버지께서 특수 교사를 하고 있는 작은엄마한테 모르는 걸 물어보라고 하셨는데, 사실 잘 모르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그냥 흘려듣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래, 나보다 잘 아시는 작은엄마께 한번 여쭤보자!’ 하며 연락을 드렸습니다. 오랜만에 전화를 받은 작은엄마와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교사의 마음가짐과 태도에 대해 알 수 있었고, 최근 임용고시에 합격한 분을 소개받을 기회도 생겼습니다.

나 자신에 대한 기준과 기대라는 짐을 내려놓을 때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습니다. 나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에게 손을 뻗었을 때 한결 마음이 편해지고 자유로워집니다. 이번 기회에 내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는 눈과 주변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귀를 열어준 투머로우에 고마움을 표합니다.

글 이예진(위덕대학교)

수상소감

“내가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에 힘들어하는지 마주하지 않고, 그냥 시간 흘러가는 대로 살아왔는데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나에 대해 찬찬히 생각해보고 내 마음과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대회 당일 순서가 마지막이어서 발표 전까지 많이 떨렸는데 막상 차례가 되었을 때는 다행히 차분하게 발표할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의 앞에서 말하는 것은 늘 떨리고 부담되는 일이지만, 한층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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