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커버스토리

파란 하늘 아래, 아이를 안고 가는 두 여학생과 개구쟁이 남자 아이를 목말 태운 키 큰 남학생. 화려한 옷을 입은 사람도 없고 배경이 특별하지도 않지만, 바라만 봐도 마음이 포근해지는 사진입니다. 산책 가는 길도 그림같이 아름다운 아프리카 말라위로 해외봉사를 다녀온 정해권, 김성혜, 김유란 단원을 만나보았습니다.

먼저, 아프리카 ‘말라위’는 어떤 곳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유란: 말라위는 아프리카 동남부에 위치한 작은 나라입니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정말 가난하지만 아름다운 자연과 평화로운 사람들의 성격 때문인지 ‘아프리카의 따뜻한 심장’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어요.

언어는 영어와 현지어를 함께 쓰고, 저희가 주로 머물렀던 도시 ‘릴롱궤’가 수도입니다. 아마 여행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말라위 호수Lake Malawi’가 가장 유명한 관광지라는 점을 알고 계실 거예요. 세계에서 10번째 큰 호수로 바다처럼 넓고, 물은 호수에 사는 고기들이 다 보일 정도로 깨끗하고 투명합니다. 이 말라위 호수를 따라 많은 마을과 도시가 형성되어 있어요.

‘아프리카의 따뜻한 심장’이라는 말이 인상 깊어요. 실제로 만난 말라위 사람들은 어땠나요?

김성혜: 사람들이 왜 말라위를 ‘아프리카의 따뜻한 심장’이라고 부르는지 이해가 갔어요. 말라위에 도착한 지 한 달이 채 안 되었을 때, 현지인 친구들이랑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홍보하러 릴롱궤의 한 대학교를 걸어간 적이 있어요. 무더위에 한 시간 이상을 걸었어요. 그렇게 오래 걸어본 게 처음이라 뒤쳐져 있었는데, 그때 현지 친구가 꼬깃꼬깃한 돈 70원을 꺼내서 현지 음식인 만다지를 사주었어요.

그리고 저를 쉬게 하고 제 홍보지까지 들고 가서 나눠주더라고요. 그 친구도 쉬고 싶고 먹고 싶었을 텐데, 저를 배려해주는 모습에 울컥했던 것 같아요. 말라위 사람들은 풍족해서 나누는 게 아니라, 부족해도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더라고요.

정해권: 저도 말라위에서 만난 현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깜짝 놀랄 때가 많았어요. 한 사람 한 사람, 살면서 겪어온 어려움들이 얼마나 많은지…. 처음엔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 같았어요. 그런데 현지 친구들은 자신이 마주한 상황이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마음까지 절망하진 않더라고요. 슬픈 일이 있어도 노래하고, 춤추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어요.

말라위에서 했던 봉사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무엇인가요?

정해권: 전 ‘축구 교실’을 꼽고 싶습니다. 축구 교실은 아카데미와 달리 주중에 진행되며, 주로 8살부터 12살 사이에 있는 학생들이 참가해요. 제가 체육교육학과를 전공하고 있고 교사가 되고 싶은 꿈이 있기에, 축구 교실을 진행한다는 사실이 무척 설레고 기뻤어요.

축구교실 마지막 날, 훈련을 마치고 찍은 사진. '우린 세계 최고 축구팀이야'라고 외치며 손을 높이 뻗고 있다.
축구교실 마지막 날, 훈련을 마치고 찍은 사진. '우린 세계 최고 축구팀이야'라고 외치며 손을 높이 뻗고 있다.

처음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축구를 잘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아이들이 서로 이야기하면서 “어차피 말라위는 가난하잖아. 내가 노력해도 의미 없어.”라고 말하는 걸 들은 적 있어요. 겨우 열 살짜리 아이였어요. 그 상황이 무척 안타까웠죠. 하지만 아이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 일을 계기로 저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또 지부장님과 현지 어른들을 찾아가 말라위 아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여쭤보고, 축구 교실을 할 때마다 짧지만 아이들에게 미니 강연을 했습니다. 절망적인 형편에서도 희망을 보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했는데, 저 자신에게도 큰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어요.

크리스마스 어린이 캠프 날, 아이들과 풍선을 불어 이루고 싶은 꿈과 소원을 적었다.
크리스마스 어린이 캠프 날, 아이들과 풍선을 불어 이루고 싶은 꿈과 소원을 적었다.

저도 한국에서 넉넉지 않은 가정형편을 탓하며 힘겨워할 때가 있었거든요. 그런 까닭에도 축구 교실은 제게 더욱 특별하네요.

김유란: 말라위에서 했던 가장 대표적인 봉사활동을 꼽자면, 토요일마다 진행되는 ‘아카데미’라고 할 수 있어요. 태권도, 음악, 컴퓨터 세 과목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매주 약 200명의 학생들이 참석하고요. 저는 바이올린을 연주할 줄 알기에 음악 아카데미를 맡아 했어요. 처음에는 학생들도 클래식이 처음이고 저도 가르치는 것이 서툴러서 토요일이 돌아오는 게 무척 싫었죠.

하지만, 음악으로 사람의 마음을 부드럽게 만들 수 있기에 음악 아카데미를 시작했다는 지부장님의 말씀을 듣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음악을 잘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들과 친구가 되고 음악으로 아이들이 즐거우면 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때부턴 말라위 아이들의 눈높이로 음악을 가르치기 시작했고 학생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행복했어요. 제가 한국으로 돌아오던 날, 펑펑 울었던 친구들이 무척 그리워요.

정말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네요. 해외봉사를 가기 전과 후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정해권: 말라위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정말 많은 실수를 했어요. 모두 처음해보는 일이라서 서툴렀던 것도 있지만, 주변을 둘러보는 법을 몰랐기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말라위에서 1년간 지내며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살피는 법, 어떤 일을 해도 정확하게 확인하고 깊게 사고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김성혜: 말라위를 다녀오니까 흰 쌀밥을 먹는 것, 아이스크림을 사먹을 수 있는 것, 전기를 쓸 수 있는 것, 집안에 화장실이 있는 것, 이런 거 하나하나가 너무 감사해요. 말라위를 가기 전에는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거든요. 말라위에서 현지 친구들과 1년간 지내며 ‘감사’란 사소한 것에서도 느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김유란 단원. 음악 아카데미에서 만난 쌍둥이들. 디나(왼쪽)는 바이올린을, 타메니(오른쪽)는 피아노를 배웠다.
김유란 단원. 음악 아카데미에서 만난 쌍둥이들. 디나(왼쪽)는 바이올린을, 타메니(오른쪽)는 피아노를 배웠다.
김성혜 단원. '시마'라는 말라위 현지음식 만들기에 도전했다.
김성혜 단원. '시마'라는 말라위 현지음식 만들기에 도전했다.

김유란: 전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었어요. 말라위에 가서도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 했죠. 그런데 친구들과 사이가 오히려 더 틀어지는 거예요. 무척 답답했죠. 그때부터 현지 친구들, 함께 간 봉사단원들, 지부장님 등 주변 사람들이 제 마음을 알고 먼저 다가와 말을 걸고, 사소한 이야기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어요. 먹는 것 때문에 삐진 이야기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지요(하하).

말라위에서 1년간 처음으로 마음 편하게 살았어요. 더 있고 싶다는 마음이 계속해서 들 정도로 1년이라는 시간이 무척 빨리 갔어요. 아직도 말라위 생각이 계속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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