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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봉사기] 멕시코에서 생긴 인생의 감동 드라마굿뉴스코해외봉사단원 안영은씨
정한나 캠퍼스리포터 | 승인 2019.04.18 15:07

1년 전까지만 해도 내 인생은 그저 그런 다큐멘터리 영화 같았다. 별로 매력 없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감동도 재미도 없는 심심한 이야기 말이다. 하지만 해외봉사단원이 된 후 멕시코를 배경으로 펼쳐진 내 인생영화는 철없는 20대의 좌충우돌 성장기이자, 눈물 쏙 빼는 가족드라마로 탈바꿈했다. 멕시코에 다녀온 뒤, 요즘 나는 최고로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다.

안영은
대학에서 영상제작을 전공하던 중 멕시코로 해외봉사를 다녀오며 세계 최고의 스페인어 구사자가 되고 싶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현재 스페인어과로 편입을 준비하며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당연하지 않기에 더 감사한 두 평짜리 방
멕시코에 대한 부푼 기대를 안고 간 나와 동료 해외봉사단원 열 명은 제각기 다른 지부로 흩어졌다. 나는 수도인 멕시코시티에서 지내기로 결정되었는데, 멕시코시티 지부의 상황이 넉넉치 않았던 터라 널찍한 숙소를 구하지 못했다. 그래서 두 평 남짓한 방에서 현지인 친구 한명, 동료단원 한 명과 함께 지냈다. 세 명이 겨우 몸을 누일 만한 좁은 공간, 난 항상 입에 한숨을 달고 살았다. 가끔 다른 지부에 지내고 있는 단원의 소식을 들을 때면 더 우울해졌다. 각자 자신의 방에 옷장과 침대 심지어 책상까지 있다는 말을 듣고 속으로 억누르고 있던 불평과 불만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왜 나만 이래야 해?’

부엌조차 좁아서 책상 두 개를 붙여놓고 지부에 사는 서른 명 가량의 사람들이 부대끼며 밥을 먹는 것도, 음식이 부족해 항상 배불리 먹지 못하는 것도, 샤워를 하러 화장실을 찾아가면 항상 사람이 많아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것까지…. 나에게 모든 것이 불평스러웠다. 난 그때부터 함께 지내는 현지 사람들에게 내 불편한 감정들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기 시작했고, 언성을 높이며 싸우는 일이 잦아졌다.

‘분명 멕시코에 봉사를 하러 왔는데…’라는 생각이 들어 주변을 돌아보니 놓치고 있던 소중한 것들이 보였다. 풍족하진 않지만 음식을 나눠먹고, 조금은 불편하지만 피곤한 몸을 누일 곳이 있고, 현지인들과 오순도순 티격태격하며 우린 어느 새 가족이 되어 있었다. 감사는 큰 일에서 느끼는 게 아니었다. 한국음식을 그리워하는 나를 위해 지부장님은 가끔 ‘특식’을 준비해 나에게 먼저 건네주셨다. 따뜻한 물이 나오는 화장실에서 편하게 샤워를 하는 것도 큰 기쁨이었다. ‘당연함’으로 여겨졌던 것들이 ‘감사함’으로 바뀌니 내 좁은 잠자리마저 편하게 느껴졌다.

멕시코시티에서 친해진 멕시코 친구 아까풀코.
멕시코에서 함께 봉사활동을 한 동기들과(앞줄 맨 왼쪽이 안영은).

사랑 가득 담긴 내 옷장
한번은 12월에 개최되는 한국어캠프를 준비하려고 몬테레이라는 도시를 방문했다. 몬테레이 날씨는 아주 덥거나, 아주 춥거나 둘 중 하나이다. 그때 몬테레이는 11월로 초여름이었기에 반소매만 챙겨갔다. 그런데 얼마 안 돼 급격하게 추워진 날씨에 완전히 당황했다.

‘이 추운 겨울에 덜덜 떨면서 자게 되는 거 아냐?’

걱정이 가득하던 내게 현지인 친구들이 하나둘 다가왔다. “영은, 감기 걸리면 안 돼. 따뜻하게 입어야 해”라고 당부하며 자기 옷을 건네주는 친구들. 텅 비어 있던 옷장이 하루하루 지날수록 친구들이 준 옷으로 채워지며 난 깊은 고마움을 느꼈다. 명품으로 가득한 한국 내 방 옷장보다 백 배, 천 배 값진 이곳 옷장. 그들이 준 옷, 아니 내가 우울할 때나 아플 때 늘 걱정 어린 표정으로 지켜봐주던 그들의 따뜻한 마음 덕분에 난 무사히 추운 겨울을 견딜 수 있었다.

몬테레이에서 친구들에게 받은 옷으로 가득찼던 옷장.

이전에 알지 못했던 행복을 느끼다
멕시코 여러 도시에서 청소년들을 위한 한국어캠프가 한창 진행될 때의 일이다. 내가 담임으로 있던 반에 유난히 또래보다 키가 작은 남자아이가 있었다. 겉보기에 다섯 살로 보이는 그 아이는, 나이는 열 살인데 소아암 투병 중이어서 성장이 미숙한 것이었다. 또래보다 훨씬 왜소했기에 캠프 프로그램 중 하나인 레크리에이션에 참가할 수 없는 게 무척 안타까웠다.

그래서 우리 반 학생들이 모여 ‘우리가 저 친구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하고 논의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한국어 레크리에이션과 아카데미에서 1등상을 받는 것이었다. 마음이 모아진 우리는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내며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정말로 1등을 거머쥐었다. 부상으로 받은 과자를 다 같이 먹는데, 그 아이가 다가와 “선생님, 캠프에 와서 정말 좋았어요.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그 순간 느낀 행복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

한국어 캠프 레크리에이션 시간에 팀원들과 즐겁게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너도 저렇게 아름다운 사람이야”
해질녘 노을이 무척 아름다운 멕시코. 한 쌍둥이 꼬마들과 그 노을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넋을 놓고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우와. 예쁘다”라고 입에서 감탄사가 나왔다. 그러자 쌍둥이 두 명이 “예쁘지? 하지만 영은, 너도 저렇게 아름다운 사람이야”라고 이야기해주었다.

한국에서는 잘하는 게 없는 스스로를 늘 못났다고 생각했는데…. 이곳 사람들의 말 한마디에 나는 아주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 캠프에서 만난 학생들에게 나는 ‘선생님’이자 연예인처럼 같이 사진을 찍기 위해 몰려드는 스타가 되었다. 내게 특별한 무언가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저 나를 사랑해주는 이들이 있기에 나는 아름답고 특별하다. 1년간 내가 만난 멕시코 사람들은 주인공을 빛내주는 조연들처럼 내 삶을 무척 빛나게 해주었다. 그래서 내 인생은 한 편의 영화처럼 감동적인 인생 드라마이다.

한국어 캠프에서 친구들과 기념사진(가운데 검은 옷 입은 이가 안영은).
멕시코 국립극장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칸타타에서 부채춤을 췄다.

세계 최고의 마음가짐
비가 잦은 8월, 멕시코 국립극장 Auditorio Nacional에서는 그라시아스 합창단의 크리스마스 칸타타가 열렸다. 약 만 명이 수용 가능한 이 거대한 극장에서 합창단과 무대에 함께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행인, 시녀, 천사 등 내가 맡은 역할은 매우 비중이 작은 엑스트라였지만 합창단과 연습, 리허설을 같이 하는 것만으로도 내겐 영광이었다. 행인의 발걸음부터 표정, 손동작 하나도 섬세하게 생각하며 연기하는 단원들을 보니 존경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공연은 항상 같은 내용이 반복되는 것이라 연습이나 리허설을 소홀히 할 법한데도,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조율하는 모습을 보며 왜 이 합창단을 세계 최고라고 하는지 이해가 갔다.

만 명의 객석이 꽉 찬 무대에 오르는 순간, 정말 긴장되었지만 그라시아스 합창단과 함께 공연할 수 있어서 값진 경험이었다.

정한나 캠퍼스리포터  info@dailyt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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