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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봉사활동기, '피지에서 열정남 되다'
이종언 | 승인 2018.12.27 15:13

릴 때부터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며 살았는데, 피지에 가서 봉사하며 지내는 동안 행복, 열정, 따뜻함, 용서를 배웠다. 그리고 나 같이 힘든 청소년기를 보내는 학생들을 위해 일하고 싶은 꿈도 생겼다.

나는 학창시절부터 사고를 많이 쳤다. 나 때문에 힘들어 하시는 부모님을 보면 달라지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스무 살이 되었을 때 나름 마음을 다잡기로 결심하고 해병대에 지원했는데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상처를 입는 일만 생겼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상급자들의 명령을 잘 따르면서 마냥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시간이 흘러 내가 상급자가 되었을 때 내가 겪었듯이 주위 사람들을 무시하며 지냈다.

한번은 중대장이 대원들을 교육시키고 있는데 내가 대놓고 코웃음을 치고 말았다. 평소에 사람들을 무시 하는 행동이 진지한 상황에서 그대로 나온 것이다. 내 행동은 군법으로 볼 때 굉장히 무례하기 때문에 징역 2년의 처벌이 가능했다. 중대장은 고소할 계획을 완료 해둔 후에 나에게 통보를 했는데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남을 무시하는 태도가 나를 범법자로 만들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머니와 함께 용서를 구해서 다행히 징역살이는 면할 수 있었다.

그렇게 군생활도 내 인생에 변화를 주지 못한 채 고통스럽게 끝이 났고 전역 후에도 내 뜻대로 되는 게 하 나도 없었다. 여전히 가족들과 싸우며 지냈고 여러 번 끊겠다고 다짐했던 술과 담배를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남태평양 피지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온 친구가 굿뉴스코 봉사단을 소개해주었다. 친구는 내가 피지에 대해 어떤 질문을 해도 마냥 좋다고만 했다. 그래서 ‘뭐가 그리 좋았을까?’ 알아보려고 피지로 떠났다.

 

맑고 푸르고 아름다운 피지의 바다를 배경으로 함께 간 단원과 (사진=이종언)

나를 부끄럽게 만든 동료 단원

피지는 바다가 너무 깨끗하고 아름다웠다. 맑고 푸른 그 바다를 보면 그냥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지내면서 피지 사람들의 마음이 그 바다보다 더 순수하고 깨끗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툰 영어로 말을 건네도 활짝 웃으며 경청해 주고 농담 한마디에도 즐겁게 웃는 피지 사람들 앞에서 나의 얼어붙고 차가운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피지에서 나보다 세 살 어린 남자 단원과 함께 생활했다. 나는 전역한 지 넉 달밖에 안 되어서 군 생활의 틀이 있었고 그래서인지 그 단원을 볼 때마다 너무 한심해 보였다. 할 일이 산더미인데 항상 쉬려고만 하고, 정리정돈이나 시간 지키기 같은 걸 소홀하게 여겼다. 나는 나름대로 ‘철저하고 완벽하게 하자’는 자세로 지내왔기 때문에 내 눈에 비친 그는 ‘자기 관리도 못하는 게으른 사람’이었다. 그래서 여러 번 나무라듯 이야기하고 은근히 무시했다.

피지 봉사단 지부장님은 나이가 제일 많은 나에게 뉴질랜드 강연 행사나 청소년캠프 진행 준비 등 큰일들을 맡기셨다. 혼자 그런 일들을 하기가 벅차기는 했지만 동료 단원은 그 일을 못할 거라는 생각에 의논하거나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내가 다 알아서 했다. 심지어 피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음악을 선사하는 크리스마스 축하 공연 준비도 할 만한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나는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너무 많이 했다. 소품 준비를 잘못하기도 하고 스케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자꾸 문제가 생겼다. 반면에 내가 무시했던 그 단원은 스스로 일을 찾아서 나보다 훨씬 꼼꼼하게 잘 처리했다. 나는 다른 사람과 의견이 다르면 내 주장을 고집하면서 밀고 나가는 편인데 그는 남들이 하는 말을 새겨듣고 중요한 사항을 메모했다. 나보다 어린 단원이 사람들과 다투거나 갈등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차근차근 일을 해나가는 것을 보면서 그동안 내가 얼마나 잘못된 태도로 지내왔는지 생각하게 됐다.

모든 행사가 마친 후 나는 동료 단원에게 “내가 너 보다 더 잘한다고 생각하면서 너를 무시하고 화냈던 일, 정말 미안하다. 너에게 너무 많은 상처를 준 것 같아. 이번에 네가 일하는 걸 보면서 부끄러웠고 또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어”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그 단원도 나에게 “처음에는 형이 나를 무시 하는 것 같아 힘들었지만 내가 고쳐야 할 부분들을 있는 그대로 말해줘서 좋았고 또 고칠 수 있었어. 쓴소리 해주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지적해줘서 고마워”라고 말해주었다.

동료 단원과 나는 그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후 스스럼없이 대하며 고민도 이야기하고 정말 친형제처럼 가깝게 지냈다.

피지 학생들을 위해 청소년 캠프, 강연회,, 댄스클래스 등을 열였다. 행사에서 선보일 공연을 준비하다가 사진촬영을 했다. (사진=이종언)

부족한 모습도 감싸 안을 수 있는 사랑

군대 문화가 뼛속까지 배어 있던 나는 처음에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봉사단 생활을 했다. 피지에서 아카데미 활동과 여러 분야에서 팀장을 맡으면서 완벽을 추구했는데 그런 내 성격이 행사 때 하는 공연에도 영향을 미쳤다. 청소년캠프에서 선보일 댄스 공연을 준비하는데 팀원들이 잘못하거나 실수를 하면 화가 나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실수하는 단원들을 용납하기가 힘들었다. 피지 사람들에게 훌륭한 공연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내 생각이 무너져 내리는 일이 생겼다. 댄스 연습도 많이 하고 완벽하게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대열에서 중앙에 서 있는 내가 공연 중에 사람들과 다른 동작을 취한 것이다. 그 순간 나는 너무 부끄러워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런데 더 놀란 사실은 관객들이 내 실수를 보고 야유를 보낼 것이고 팀원들은 화를 낼 거라고 예상했는데, 내 생각과 달리 모두가 즐거워했다는 점이다. ‘실수했지만 즐거움을 줄 수 있어서 좋았다’라고 말하며 나를 위로해 주는 사람들이 너무 고마웠다. 나는 뭐든지 잘해야 좋은 줄 알았다. 그리고 그래야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 줄 것 같았는데, 아니었다. 내가 가진 약점과 부족함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나를 좋아해 주었다. 그동안 맡은 일을 철저하게 하고 실수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힘들고 너무 피곤했다. 그런데 굿뉴스코 봉사단으로 피지에 가서 만난 사람들은 전혀 달랐다. 내가 실수했을 때 그들은 오히려 더 기뻐하고 행복해 했다. 좀 부족한 나의 본연의 모습으로 그들과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게 좋았고 그런 마음으로 지내다 보니 너무 자유로웠다.

피지는, 완벽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열심히 발버둥치던 나에게 부족한 모습도 감싸 안을 수 있는 사랑을 가르쳐 주었다. 누군가를 위해 봉사 하는 건 손해를 보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를 성장시켜주었고 진정한 행복을 느끼게 해주었다. 단 한 번도 남을 위해 무언가를 해본 적이 없다. 남태평양 작은 섬나라에서 남을 위해 보낸 시간이 소중했고, 앞으로도 누군가의 기쁨을 위해 열정을 바칠 수 있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이종언  info@dailyt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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