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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엔 여러분도 몰라보게 바뀌어 있을 거예요!
김성훈 기자 | 승인 2017.02.15 12:30

1년을 남미에서 보내고 온 굿뉴스코 단원들을 만났다. 귀국한 지 1주일도 안 된 세 사람은 기자 앞에서 따끈따끈한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 책이나 검색으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현지에서 지내다 온 사람들만 전해줄 수 있는 소중한 경험들이다. 저마다 개성 넘치는 나라들이 똘똘 뭉친 남미 대륙! 하지만 어느 나라나 가슴 따뜻하고 정이 넘치는 사람들이 가득하다는 점은 공통분모다.

김상훈 씨는 페루, 유혜린 씨는 에콰도르, 이현숙 씨는 도미니카로 해외봉사를 다녀왔습니다.그 나라로 가기로 한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김상훈:
저는 스페인 프로축구의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팀을 유난히 좋아했어요. 그러다보니 ‘스페인이나 남미 사람들은 왜 저렇게 축구를 좋아할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어요. 그 곳 사람들은 어떤 말을 쓰고 어떤 음식을 먹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군대에서 독학으로 스페인어 공부를 하면서 ‘제대하면 1년 정도 스페인이나 남미를 여행하면서 그 나라 문화도 배우겠다’는 계획을 세웠어요.
그러던 중 굿뉴스코 해외봉사단을 알게 되었습니다. 페루 지부는 남미에서도 규모가 크고, 파견기간이 지난 뒤에도 남아서 활동하는 단원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뭔가 특별한 게 있겠다는 생각에 지원했습니다.
유혜린: 어느 나라로 갈지 결정을 못하고 있던 차에 주변에서 에콰도르를 권하더군요. 적도 바로 위에 있어 날씨가 일 년 내내 똑같고 현지 사람들도 친절하다는 말에 지원했어요.
이현숙: 저도 딱히 ‘나는 이 나라에 가야겠다’는 계획 같은 건 없었어요. 다만 어느 나라를 가든 그 나라 사람들을 돕고, 한국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새로운 일들을 경험하고 싶었어요.

실제 가보니 어떻던가요?
‘내가 다녀온 나라는 OOO이다’라고 한 마디로 소개한다면?
유혜린:
에콰도르 하면 뭐니뭐니 해도 ‘적도의 나라’예요. 에콰도르Ecuador라는 말 자체가 ‘적도’라는 뜻이거든요. 아침저녁은 날씨가 쌀쌀하지만 한낮에는 머리 위로 바로 쏟아지는 태양빛이 아주 강렬합니다. 지역마다 기후가 달라요. 그리고 자연경관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관광지나 볼거리가 정말 많아요. 미탓 델 문도Mitad del Mundo(세상의 중심)라는 탑이 있는데, 지구의 남반구와 북반구를 정확히 나누는 0도 0분 0초 선이 있는 곳이에요. 우리나라만큼 개발은 덜 되었지만, 도심지역 공기는 그다지 좋지 않았어요. 자동차에 들어가는 연료가 질이 좋지 않아 그렇다고 하더군요. 물가도 제법 비싼 편인데 택시비와 버스비는 싼 편이었어요. 버스비는 300원 정도였어요.
이현숙: 사람들이 굉장히 친절했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한번은 어느 집을 찾아가는데 주소를 몰랐어요. 가진 거라곤 집주인 아들 이름이랑 지도밖에 없었는데, 그마저도 정확하지 않았어요. 찾다 찾다 어느 동네에 들어가서 주민에게 이름을 보여줬어요. “혹시 이 아이를 아십니까?” 모르신대요. 한국 같았으면 그걸로 끝났을 텐데, 그 분은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 아이를 아느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럼 그 질문을 받은 사람은 또 옆에 있는 사람이나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묻고 또 묻고…. 덕분에 그 집을 찾을 수 있었어요. 돌아가는 길에도 그분들이 잘 찾았냐고 물어보시고, 잘 찾았다는 말에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셨어요. 마음이 정말 훈훈하고 감사했어요.
김상훈: 페루는 7,80년대 우리나라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한국에서는 대중교통을 탈 때 스마트폰이나 카드로 결제하지만, 페루에서는 안내원이 있어 직접 돈을 받습니다. 안내원은 ‘이 차는 OO로 가니까 빨리 타세요’ 하고 호객행위도 하고요. 승객이 다 타면 운전수에게 ‘출발, 출발’ 하고 구령도 붙입니다. 돈이 좀 부족해도 안내원한테 말만 잘하면 그냥 태워줍니다.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버스나 지하철에서 주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데, 페루에서는 서로 이야기를 하거나 책을 읽습니다. 처음 본 사이인데도 말을 걸면 잘 들어줍니다. 한국 같았으면 이상하게 쳐다볼텐데요. 물건을 살 때도 흥정을 하거나 덤을 얻을 수도 있어요. 페루는 한 마디로 사람 사이에 정이 넘치는 곳입니다.

한국어 캠프에서 사회를 맡아행사를 진행하는 이현숙 단원.
김상훈 단원이 잉카문명의고대도시 마추픽추 앞에 선 모습.
에콰도르 굿뉴스코 단원들은 매주목,금요일에 학교에 가서 한국어를가르친다. 사진에서 보듯 학생들이1 워낙 자유분방해 가르치기 쉽지 않다.

굿뉴스코 단원으로 어떤 봉사활동을 했나요?
이현숙:
도미니카 굿뉴스코 지부에서는 음악학교를 운영하고 있어요. 음악학교와 굿뉴스코를 시민이나 학생들에게 홍보하는 일을 많이 했어요. 도미니카 굿뉴스코 센터 공사를 돕는 일도 했습니다. 어느 날 센터 벽에 원색으로 페인트칠이 되어 있었는데 얼룩이 묻어서 보기 싫었어요. 마침 옆에 똑같은 색 페인트가 있어서 다른 사람에게 묻지도 않고 그 페인트로 칠을 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 전혀 다른 색이었어요. 페인트는 칠하기 전이랑 실제 칠했을 때 색깔이 다르거든요. 제가 칠한 페인트는 물과 다른 색이 섞인, 전혀 다른 색깔이었던 거죠. 그때부터 작은 일을 하더라도 혼자서 하지 않고 반드시 주위 사람에게 묻고 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김상훈: 여러 가지 봉사활동을 했지만 지난 11월에 수도 리마의 ‘칸타가요’라는 지역에 있는 판자촌에서 이재민을 도왔던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곳에는 정글지역에서 이주해 판잣집을 세워놓고 사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판잣집은 불법건축물이다 보니 수도나 전기를 끌어올 수 없어 촛불을 켜놓고 생활하거든요. 그런데 주민들 중 누가 촛불을 끄지 않고 잠이 드는 바람에 불이 난 거였어요. 집이 400채 이상 불타고, 주민 2천여 명이 대피하는 큰 화재였습니다. 리마 시에서는 주민들을 위해 식량과 텐트, 의류 등 구호품을 준비했는데, 저희 단원들은 그 구호품을 나눠주는 일을 했습니다. 아이들과 놀아주기도 하고 인형극 공연도 하고요.
유혜린: 에콰도르에는 작년 4월에 진도 7.8의 큰 지진이 있었어요. 사망자만 660여 명에, 4,6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해요. 집과 가족을 잃고 슬퍼하는 사람들이 참 많았는데요. 저희 단원들은 구호품을 나줘주는 곳에 가서 물품을 분류하고 포장해서 차에 싣는 일을 했습니다. 많은 에콰도르 국민들이 집에서 쓰던 옷과 음식, 신발, 이불을 현장까지 찾아와 직접 이재민들한테 나눠주었어요. 그 사람들도 풍족하게 사는 게 아닌데도 말이죠. 같은 국민들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돕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남미에서 봉사도 하고, 현지문화도 체험하고, 현지인들과도 부대끼며 1년 가까이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제 내가 이 나라 사람이 다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는 않나요?
김상훈: 페루에는 ‘페루 타임’이라는 게 있어서 시간약속을 잘 지키지 않아요. 30분 늦는 건 기본이고 길게는 한두 시간 늦기도 해요. 캠프를 하러 가야 하는데 저희는 9시에 모여서 출발할 준비를 다 해놓고 있었는데, 정작 대절버스가 오지 않은 거예요. 2시간이 지난 뒤에야 버스가 와서 겨우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페루타임을 잘 몰라서 무턱대고 기다렸는데요. 나중에는 저희도 적응이 되어 ‘아, 10시쯤 온다고 했으니 10시 30분쯤 오겠구나’ 하고 그 사이의 시간을 활용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처음 갔을 때는 음식이 몸에 맞지 않아 고생을 많이 했어요. 분명히 맛있게 잘 먹었는데도 설사를 하거나 구토를 하기도 했어요. 물론 나중에는 완벽히 적응해서 오히려 한국음식을 먹으면 배가 아플 정도였습니다.
유혜린: 저도 처음에는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았어요. 에콰도르는 구운 브로콜리나 튀긴 바나나, 콩을 주로 먹는데 일주일쯤 지나니까 잘 먹을 수 있게 되었어요. 그리고 현지인 친구들은 진짜 마음이 약해서 사소한 일에도 잘 토라져요. 간혹 남미 다른 나라에서 활동하는 굿뉴스코 단원들이 올 때가 있어요. 그 친구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다 보면 에콰도르 친구들은 ‘너는 왜 한국 친구들하고만 노냐?’며 기분 상해 하더군요. 처음에는 이해가 잘 가지 않았죠.
그 뒤에 기분이 풀린 친구들이 와서는 ‘널 좋아하니까, 너는 나한테 소중하니까 그런 거야’라고 이야기해 주더라고요. 나중에는 제가 에콰도르 친구들한테 토라지고 그랬어요. ‘너는 왜 걔하고만 놀아?’ 하고요(웃음).

굿뉴스코 활동을 하는 동안 자신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유혜린: 한국에 있을 때는 조금만 힘들고 부담스런 일이 있어도 금방 포기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10년 동안 배워 오던 피아노를 포기했고, 첼로나 바이올린도 잠깐 배웠다가 포기했어요. 호텔경영과에 진학했는데, 대부분 외국어 과목이었어요. 영어, 영어기초, 호텔영어, 관광영어, 중국어, 호텔일어… 이런 식으로요. 제가 제일 싫어하는 과목이 외국어였거든요. 결국 휴학했죠.
에콰도르에서 지내면서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었던 적이 정말 많았어요. 그런데 지부장님께서 ‘혜린아, 너는 한국에 있을 때도 조금만 힘들면 금방 포기하곤 했잖아. 이제는 편한 길만 말고 조금 어렵고 힘든 길을 가보지 않을래?’라고 이야기해 주셨어요. 그 어렵고 힘든 길의 끝에는 진정 저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이현숙: 저는 어려운 일이 있으면 주위에 이야기를 안하고 혼자서 버티거나 삭일 때가 많았어요. 그러다 안되면 친구들한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부리기도 했어요. 그런데 도미니카에 오니 현지 친구들이 먼저 ‘무슨 일 있어? 이야기해 봐. 도와줄게’라고 말을 걸어주더라고요. 힘들 때 도와주는 사람이 곁에 있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알았습니다.
김상훈: 페루에서 건축가로서 새로운 꿈과 목표를 찾았습니다. 페루에는 그냥 맨땅에 벽돌을 쌓아 벽을 만들고, 바닥도 깔지 않고 지붕도 얹지 않은 채 집을 지어놓고 사는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멋진 집을 지어주고 싶어요.

올해 16기로 나갈 굿뉴스코 단원들, 그리고 아직 해외봉사를 갈까 말까 망설이는 분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이현숙: 소중한 청춘에서 1년을 할애해 해외에서 지내기로 결심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그 1년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입니다. 외국어도 배우고, 여러 가지 행사를 하면서 꼼꼼하게 일처리를 하는 법도 배울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세상을 사는 데 필요한 마인드를 배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누구나 어려움을 피하며 살고 싶어 하지만, 그럴 수는 없습니다. 굿뉴스코에서는 어렵고 부담스런 일들 앞에 도전하면서 이겨내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유혜린: 저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싫었어요. 봉사를 하러 에콰도르에 갔지만, 먼저 에콰도르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못했고 말을 걸 용기도 없었어요. 그런데 에콰도르 사람들이 오히려 제게 말을 걸며 마음을 열고 대해 주었어요. 절 위해 노력하는 그 모습을 보면서 마음을 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을 배웠습니다. 여러분도 그런 즐거움을 배우시길 바랍니다.
김상훈: 단원들끼리 마음을 모아 준비해서 캠프 등 큰 행사를 치렀을 때의 성취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 그렇게 일 년을 보내면 앞으로 어려운 일이 닥쳐도, 떨치고 일어날 힘이 생깁니다. 굿뉴스코에 도전하세요!

모델 | 김상훈(군산대학교 건축공학과 3학년), 유혜린(인하공업전문대학 호텔경영과 1학년), 이현숙(한경대학교 영어학과 2학년)
취재 및 정리 | 김성훈 기자 사진 | 홍수정 기자 디자인 | 김진복 기자 헤어&메이크업 | 이승

김성훈 기자  kimkija@itomorro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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