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와 함께하는 해외봉사 Preview 바톤터치①

‘바톤’은 이어달리기에서 앞 주자가 다음 주자에게 넘겨주는 막대입니다. ‘세대를 초월해서라도 완수할 임무’라는 2차적 의미로도 쓰입니다. 1년간 해외 봉사활동을 하고 온 굿뉴스코 단원들, 각자 최선을 다했지만 그래도 아쉬움은 남습니다. 그 선배 단원들이 올해 나가는 후배들을 만났습니다. 알고 가면 좋을 정보와 현지인들의 마음 얻는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해 주었습니다.
 

왼쪽부터정수경(직장인,불가리아 13기)김나라(덕성여대정보통계학과 졸업,불가리아 16기
왼쪽부터정수경(직장인,불가리아 13기)김나라(덕성여대정보통계학과 졸업,불가리아 16기

유럽에 가면 아무래도 백인이 많을 텐데 인종차별을 당하지는 않을까요?
저도 불가리아에 가기 전에는 유럽 사람들한테 무시를 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선입견이 있었어요. 불가리아 사람들은 첫인상도 차갑거든요. 그런데 알고보니 사람들이 너무 친절하고 겸손했어요. 길을 가다 잠깐이라도 멍하니 서 있으면 지나가던 사람이 보고 다가와 “혹시 길 잃어버리셨어요? 데려다 드릴게요. 집이 어디예요?” 하고 말을 걸어요. 다른 나라에서는 한국인을 보고 중국이나 일본에서 오지 않았느냐고 오해한다는데, 불가리아에서는 “한국 사람 아니세요? 북한 말고 남한 사람이요”라고 콕 집어서 물어봐요. 싸이가 췄던 ‘강남스타일’의 말춤까지 춰보이면서요. 그래서 쉽게 마음을 열 수 있었어요.

제가 가면 어떤 봉사활동을 할 수 있을까요?
우선 매주 한국어 교실을 합니다. 대학을 돌면서 봄에 열리는 코리아 캠프에 총장님들을 초청하기도 합니다. 여름에는 불가리아 대학생들에게 한국 문화를 알리는 코리안 데이 행사를 합니다. 9월에는 집시들이 모여 사는 ‘집시마을’에 가서 어린이 캠프를 해요. 9~10월에는 유럽을 돌면서 하는 칸타타 투어를 불가리아에서 하게 됩니다. 그리고 매달 IYF 멤버십 워크숍이 있습니다. 불가리아 대학생들 중에서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굿뉴스코와 한국 문화 홍보, 마인드강연 등을 진행하는데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정말 많습니다. 한국어말하기대회도 하고요.

특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습니까?
집시마을에 가서 어린이캠프를 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마을마다 차이는 있는데, 대개 아이들이 불가리아어는 어느 정도 할 줄 알지만 불가리아어 알파벳을 못 알아보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아이들에게 동요나 춤도 가르쳐주고 색종이 접기 놀이도 하고, 영어도 몇 마디 알려주었어요. 그런데 영어를 가르치는 건 진짜 무리였어요. ‘헬로우’ 같은 기본적인 표현도 전혀 모르는 거예요. 연필을 선물로 나눠줬는데 문명을 전혀 경험한 적 없는 아프리카 아이들처럼 ‘이게 뭐냐?’며 부러뜨렸어요. 색종이가 뭔지조차 잘 모른다는 것도 신기했어요. 색종이를 보여주면서 ‘이번 시간에는 토끼를 만들 거예요’라고 했더니 다들 색종이를 집어던지면서 ‘말도 안 돼. 이걸 어떻게 접어?’ 하는 반응을 보였어요. 그런데 막상 토끼를 접고 나니까 다들 신기해하며 색종이를 접었다 폈다 하더군요.
집시마을에서 어린이캠프를 하다 보면 부모님들도 많이 옵니다. 어른들도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는데 어린이캠프에서 새로운 걸 가르쳐준다니 배우러 온 거였어요. 똑똑하고 뛰어난 어린이들이 정말 많은데 정부에서 지원을 받지 못하는 바람에 공부를 하지 못한 거예요. 안타까운 일이죠.

불가리아어를 쉽게 배우는 팁을 좀 가르쳐 주세요.
단어와 문법을 공부하는 건 기본이지만, 말은 현지 사람들과 실제로 해 봐야 늘어요.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있다가는 허송세월만 보내요.
가장 중요한 것은 불가리아 사람들의 마음을 아는 겁니다. 저는 행사를 여러번 치르며 불가리아 사람들을 만나는 동안 ‘아, 이 사람들이 나를 향해 마음을 열고 있고, 나와 이야기하며 마음을 나누고 싶어 하는구나’ 하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그전까지 저는 ‘내가 말이 서투니까 이 사람들은 내 말을 잘 못 알아들을 거야’라고 생각했던 거죠. ‘나 거기서 밥을 먹었어’ 대신에 ‘나 먹었어 거기서 밥을’이라고 해도 다 알아듣잖아요? 그냥 말하면 말이 됩니다. 어려울 것 없어요. 요즘도 페이스북으로 불가리아 친구들과 대화를 하는데 번역기를 쓰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계속 늘어요. 부딪혀야 합니다.

한국과 문화나 풍습이 많이 다를 텐데, 주의할 점은 없습니까?
우리와는 다르게 ‘예’라고 할 때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아니오’라고 할 때 위아래로 끄덕여요. 언젠가 버스를 타면서 ‘동물원에 가느냐?’고 물었더니 기사님이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래서 탔는데 종점까지 갔는데도 동물원이 안 나타나는 거예요. 기사님에게 ‘동물원 간다고 해놓고 왜 안 가느냐?’고 따졌더니, ‘내가 언제? 이렇게 안 간다고 했잖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더라고요.

유럽을 다녀온 뒤 새로 생긴 꿈이 있다면?
유럽 사람들은 다들 풍요롭고 여유롭게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마음의 세계를 들여다보면 우중충하고 무거워요. 저는 그 사람들의 마음을 환히 밝혀주고 싶어요. 이번에 직장에서 휴가를 얻어 동유럽에 다녀오게 되었어요. 가서 동유럽 사람들에게 마인드강연을 통해 행복을 아는 마음의 세계를 전해 주고 싶어요. 앞으로는 여성부장관이 되어 ‘여성에게 꼭 필요한 마인드’를 전 세계의 여성들에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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