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에티오피아 방문 성과
▶ 아프리카 연합AU 본부 방문, 특별연설
▶ 한국 문화 보급하는 ‘코리아에이드’ 사업 추진
▶ 양국간 경제협력-무역투자 관련 40건의 MOU 체결
▶ 6·25 참전용사 격려 및 남수단 파병 한빛부대 방문

대통령 바로 옆에서 통역을 하는 것이 긴장되기도 했지만, 대한민국 대통령을 두 번이나 통역한 건 ‘가문의 영광’이었다. 박 대통령 바로 오른쪽이 이영국.
대통령 바로 옆에서 통역을 하는 것이 긴장되기도 했지만, 대한민국 대통령을 두 번이나 통역한 건 ‘가문의 영광’이었다. 박 대통령 바로 오른쪽이 이영국.

대통령의 암하릭어 통역을 담당한 이영국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나날이 한국의 문화, 음식 그리고 음악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초, 중, 고, 대학생들이 한국에 관심이 많죠. 이곳의 한국식당 ‘아리랑’에서 운영하는 한국 팬클럽 EKF(Ethiopia Korea Fan club)에 가입한 인원만 12,000명이나 됩니다. 삼성이나 LG가 한국 기업인 건 당연히 알고 있고, 부유층 사람들은 부유함의 상징으로 삼성 휴대폰, LG 가전제품을 사용합니다. 특히 한국인이라고 하면 반가워하죠. 또한 최근까지만 해도 동양인이다 싶으면 보통 “차이나~”라고 불렀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한 이후로는 “코리아~”라고 부르는 사람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선교사이신 부모님을 따라 에티오피아에 왔습니다. 한국에서 보낸 군생활 2년을 제외하면 에티오피아에서 14년을 살았네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모두 에티오피아에서 나왔고 암하릭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어 고등학생 때부터 학교생활과 함께 현지가이드와 통역 일을 많이 했습니다. 코트라 등 큰 기관들과도 잠시 일했고, KBS-1TV ‘걸어서 세계 속으로’의 코디도 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6·25 참전용사 어르신들을 모시고 네 차례 한국에 방문했을 때, 통역원으로 함께하면서 제가 한국 대사관에 알려졌습니다. 그렇게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 에티오피아 방문 때도 통역을 했고, 이번 박근혜 대통령 방문 때도 자연스럽게 대통령과 VIP 통역을 맡게 되었죠. 양국 대통령이 하는 연설 내용을 미리 받아 암하릭어와 한국어로 번역하여 준비했습니다.

대통령 바로 옆에서 통역한다는 긴장감도 있었지만, 대한민국 대통령을 두 번이나 통역할 수 있다는 게 가문의 영광이었죠. 박 대통령의 일정 중 아디스아바바대학교 학생들과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박 대통령이 갑자기 제게 “암하릭어로 ‘안녕하세요?’가 뭔가요?”라고 물어보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동안 제가 통역을 했던 분들은 대개 통역을 해드리면 듣기만 하시지 제게 무언가를 물어보진 않으셨거든요. 현지어 인삿말을 알려드리자마자 박 대통령은 바로 학생들에게 “셀람 나츠후(안녕하세요)?”라고 말씀하셨고, 통역 중간에도 조금이라도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으면 제가 있는 쪽으로 돌아서서 다시 한 번 물어보셨습니다. 상대방과의 대화 내용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박 대통령의 세심한 모습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통역관에게 물어본 현지어로 직접 아이들에게 말을 걸고 있는 박 대통령.
통역관에게 물어본 현지어로 직접 아이들에게 말을 걸고 있는 박 대통령.

통역을 하기 위해서는 에티켓이 필요합니다. 높은 분을 옆에서 통역하는데 몸이나 입에서 냄새가 나면 안 되니까요. 모르는 단어나 내용이 나올 경우 버벅거리지 않고 그 상황에 맞는 내용을 전달하는 순발력도 있어야 하고요.

전 영어처럼 많이 사용되는 언어가 아닌, 희귀어인 암하릭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껴요. 동양인 중에서도 암하릭어를 잘해 현지 영화 ‘Made in China’에 주연으로 출연한 적도 있습니다. 또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박 대통령과 에티오피아 대통령을 뵙고 통역할 수 있어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6·25 참전용사 어르신들이 대통령을 뵙고 제 통역을 통해 격려사를 전해들은 후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면서도 보람을 느꼈고요. 더욱 성장할 나라 에티오피아이기에 암하릭어도 더 가치 있게 사용될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이영국
현재 화상회의 및 전자문서회의 시스템 회사인 우암 코퍼레이션 에티오피아 지사 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하고 싶다는 그는 아프리카 전문가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분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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