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세계 1위 경제대국을 놓고 중국과 경합을 벌일 지도 모를 인도. 인구가 12억이 넘는 데다 언어도 1천 종류에 다다른다. 공용어인 힌디와 영어를 대부분이 사용하고 있지만, 시골마을에서는 지역 언어나 부족 언어만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그 특성에 맞춰 어떻게 습득해야 할까? 나갈랜드, 델리, 하이데라바드에서 활동 중인 한국 대학생 봉사자 4명의 솔직담백한 언어 습득기가 펼쳐진다.

 
 
현지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무엇인가요? 어떻게 그 언어를 배우는지 이야기해주세요.
김선아 인도 동북부에 위치하여 우리나라 사람들과 거의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이 살고 있는 나갈랜드에서는 인도의 공용어인 힌디어, 나갈랜드 언어인 나가미스, 영어, 그리고 부족 언어를 씁니다. 나가미스는 우리나라의 ‘입니다’처럼 ‘아쎄asse’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지요. 또, 약 18개의 부족으로 나누어져 있어 같은 부족끼리는 부족 언어로 더 자주 말합니다.
나가미스는 표기법이 없고 언어만 있기 때문에 영어나 한국어로 일일이 적어서 배우고 있어요. 저희는 각 대학교를 방문하여 학생들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데요. 나가미스로 짧게나마 자기소개를 하면 학생들이 금방 친근감을 느끼고 재미있어 하기에 틈만 나면 나가미스로 말을 걸려고 노력해요.
박주은 수도 델리에서는 인도 공용어인 힌디어를 사용합니다. 힌디어는 억양이 강하고 말하는 속도가 빠른 특징이 있어요. 게다가 된소리가 많아 귀 기울여 듣지 않으면 무슨 말을 하는지 파악하기 힘들죠. 특히 어려운 점은 한국어와 다르게 명사에 성이 있다는 거예요. 또 소리를 입 밖으로 내뱉으면서 하는 발음이 많은데, 한국어는 그러한 발음이 없어서 저희로서는 힌디어 발음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 어려워요.
매주 월요일 3~4시, 한국어를 전공한 메리 언니와 찡누 언니가 진행하는 힌디 클래스에 참석해요. 시간이 날 때마다 저는 언니들에게 한국어를, 언니들은 제게 영어와 힌디어를 가르쳐 주는 방식으로 지식을 공유하고 있죠. 새롭게 배운 힌디어는 바로 다른 인도 사람들을 만나 말을 걸면서 연습을 하고, 발음이 틀린 경우 발음 교정도 받는 등 책이 아닌 현지인들과 직접 피드백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배우고 있답니다.
조승표 다이아몬드 생산지로 유명한 하이데라바드에서는 ‘뗄루꾸’라는 지역 언어를 씁니다. 뗄루꾸를 몇 번 배워보려고 시도했지만 발음이 너무 어려워 제대로 배우지는 못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 지역에서는 영어를 많이 사용해 영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현지 사람들과 의사소통하며 생긴 에피소드를 소개해주세요.
김선아 나갈랜드에 온 지 얼마 안 돼 시장에 갔어요. 옷 파는 곳을 둘러보는데 낯설지가 않은
거예요. 가만 보니 티셔츠, 어린이집 가방 등에 한글이 있더라고요. 그곳 사람들에게 “끼만아쎄kiman asse(가격이 얼마예요)?”와 “비시다마쎄bishidam asse(비싸요)”라는 말을 배웠어요.
이후로 시장에 가면 당당하게 가격을 물어보고 물건을 삽니다.
박주은 대학생들을 모아 음악과 명사 강연을 들려주는 델리 월드캠프를 홍보하러 다니면 인도 사람들이 제가 외국인인 걸 알고 힌디어를 할 줄 아냐는 질문을 많이 해요. 그럴 때면 “토라 토라(조금 할 줄 압니다)”라고 대답하거나 “메 힌디 네히 아띠해, 메 잉글리시 아띠해(힌디어는 못하고, 영어를 할 줄 압니다)”라고 대답해요. 이렇게 제가 영어로 말할 때보다 힌디로 말할 때, 사람들이 더 가깝게 다가와주고 월드캠프에 대한 설명도 잘 들어줘요. 어떤 아저씨는 제가 힌디어를 조금이라도 안다는 사실에 기뻐하면서 저희 팀원 모두에게 알루 띠끼(길거리 수제 버거)도 사주셨어요.

실전에서 현지인들을 만나 말을 걸면서 언어를 배우고 있는 인도 굿뉴스코 해외봉사 단원들. 현지 대학생들을 모아 음악과 명사 강연을 들려주고, 한국문화 체험을 하게 해주는 월드캠프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동안 그들은 어느새 현지인들과의 소통이 자유로워진다.
실전에서 현지인들을 만나 말을 걸면서 언어를 배우고 있는 인도 굿뉴스코 해외봉사 단원들. 현지 대학생들을 모아 음악과 명사 강연을 들려주고, 한국문화 체험을 하게 해주는 월드캠프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동안 그들은 어느새 현지인들과의 소통이 자유로워진다.
현지의 생활상은 어떠하고, 그곳 사람들과 교류하며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김창은 제가 나갈랜드를 갔을 때, 마치 1910~70년대 한국의 정치가 김두한의 일대기를 다룬 드라마 <야인시대>의 배경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몇 가정이 모여서 대나무로 집을 지어 살아요. 반면 잘 사는 사람들은 대저택에서 하인들을 거느리고 삽니다. 길거리에는 이것저것 파는 잡상인과 인력거를 끄는 사람들 등 모두 정신없이 일을 합니다.
여러 언어를 사용하는 이곳 현지인들과 대화를 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영어가 서툰 사람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나와 상대방 모두 영어가 어눌하기 때문에 말하기에 바빠 감정은 실리지 않고 딱딱하게 말을 합니다. 그래서 한번은 제가 상대방에게 당신의 부족어로 말을 하라고 했죠. 부족어로 이야기하니 신기하게도 감정이 전해지면서 서로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박주은 델리의 면적은 서울의 2.5배이고, 총 11개의 구역으로 나뉩니다. 그 구역에 따라 현지인들의 생활수준이 차이가 나요. 공원, 영화관 등이 많아서 다른 지역에 비해 여가생활을 많이 즐기는 편이죠.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는 반면에 아직 많은 사람이 2G폰을 이용하기도 해요. 보통 사람들의 생활수준은 한국과 비슷하지만, 빈부격차가 심하고 슬럼가가 많습니다.
여기에 오기 전 인도 사람들은 게으르고 느리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요. 현지인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한국 사람보다 더 성실하고 부지런한 모습에 감동을 받았어요. 그들은 많아야 40루피(약 700원)를 벌기 위해 인력거 ‘릭샤’를 끌며 열심히 일을 하고, 새벽 일찍 일어나 운동하고, 집과 자동차를 청소해요. 또 인도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이들은 깊게 생각할 줄 알고 남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것을 느꼈어요. 사실 저를 포함해 한국 대학생들이 지식은 많지만 그걸 표현하는 능력과 남의 말을 듣는 능력이 부족한데, 인도 사람들에게 배울 점이 참 많답니다.
조승표 목재와 나뭇잎으로 만든 집과 다 낡은 옷을 입고, 뿌연 물을 마시고, 하루 1~2끼니를 먹으며 생활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운전기사가 모는 고급 승용차 안에 몸을 맡긴 채 한 손에는 최신 스마트폰, 가방 안에는 노트북이나 태블릿PC 등을 가지고 등교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그들에게 배운 것이 있는데, 기다릴 줄 알고, 자신의 위치를 소중히 여기며 행복을 누리는 마음입니다. 제가 한국에 있을 때는 무엇이든 편하고 풍족하면서도 항상 불만을 품고 있었습니다. 좋은 것이 있으면서도 더 좋은 것을 바라며 만족감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제가 보기에 많이 부족한 삶을 살더라도 그것에 만족하며 행복을 누리고 있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편하고 물질적으로 풍족한 삶이 내 마음까지는 채울 수 없다는 것을 알았고, 조그마한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없다면 아무리 내가 가지고 있는 게 많아도 그것이 날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현지 언어를 배워 새로운 친구를 사귀거나 명사를 찾아가 대화해 본 경험이 있다면 이야기 해주세요.
김선아 저희는 학교와 정부기관들을 다니며 마인드 강연을 하고 있어요. 어느 날, 나갈랜드 시장님을 만나러 갔는데 처음에는 외국인인 저희에게 경계심과 의문을 품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그분은 나갈랜드를 정말 많이 생각하고 특히 청소년과 학생들을 사랑하는 분이셨어요.
이 나라의 미래 지도자가 될 청년들의 마음가짐이 중요한데, 이 마인드 강연으로 인해 세계 많은 청년들이 바뀌고 있다고 말씀드렸지요. 그러자 저희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시면서 학교마다 찾아가 마인드 강연을 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걸 계기로 많은 학생들에게 마인드 강연을 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한국어나 태권도도 가르쳐줄 수 있었답니다.
박주은 저는 델리 월드캠프에 참가할 학생들을 초청하고 월드캠프를 위해 봉사해줄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일을 맡았어요. 그러면서 많은 대학생들과 이야기할 수 있었어요. 그 중 타룬Tarun이라는 대학생이 기억에 남네요. 그는 길거리에서 열심히 사람들을 초청하는 저희를 보고 호기심에 다가왔어요. 제가 어떻게 돈도 받지 않고 1년 동안 델리에 살면서 봉사할 수 있는지 궁금해 했어요.
월드캠프 워크숍에 참석한 타룬은 진정한 봉사란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것임을 깨닫고 진정한 행복 또한 진정한 봉사를 통해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또 우리가 왜 사람들을 초청할 때 그렇게 밝은 모습으로 웃을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고 했어요. 그리고 이번 월드캠프 때 자원봉사자로 지원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사는 법을 배우고 진정한 행복을 느끼고 싶다고 말했어요.


사진 | 인도 굿뉴스코 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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