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의 매력, 카자흐스탄

카자흐스탄 한인회가 알마티에 거주하며 대학에 다니는 유학생 1명에게 주는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를 다녔던 김지은 씨. 러시아 문학까지 사랑하며 국제 경쟁력을 키우게 됐다는 그녀의 발랄한 이야기를 나눈다.

 
 
스탄 지역에는 러시아인, 고려인, 키르기스인, 우즈베크인 등 131개의 다민족이 살고 있다. 그러나 스탄 지역의 나라들에서는 인종이 아무리 다양해도 차별이 없이 모두 한 민족처럼 모여살고 가깝게 지낸다. 특히 고려인들은 손님을 친절히 맞이한다.
우즈베키스탄으로 1년간 해외봉사를 갔을 때 중앙아시아에 도 한류 열풍이 불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었다. 하루는 니자미사범대학교 한국어과에 다니는 고려인 언니가 고등학교에서 실습을 하는데, 나를 데리고 갔다. 그때 만난 고등학생들을 아직까지도 잊을 수가 없다. 서투른 한국말로 내게 인사하며 어떤 말이라도 해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아주 예뻐서 한국말을 조금이라도 더 가르쳐주고 싶었다. 그 수업 이후에도 몇 번의 만남이 있었는데, 학생들은 나를 명소로 데려가 주었고 나는 그들에게 한국문화를 소개해주었다.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쉽지만은 않았던 유학 절차
주변에서 ‘러시아어를 계속 공부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같은 러시아어권인 카자흐스탄으로 유학을 가기로 결정했다. 카자흐스탄은 우즈베키스탄과 문화가 비슷해서 적응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큰 어려움이 찾아왔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전부 A학점을 받았지만,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장학금을 받을 수 없고, 학비를 더 내야 했다.
유학비용을 줄이려고 학비가 저렴한 카자흐스탄 국립사범대학교에 다시 편입하기로했다. 한 달 동안 모든 편입 절차를 밟았는데, 갑자기 교육부 법이 바뀌어 바로 2학년으로 편입이 불가능해져 1학년부터 다시 공
부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 당시에는 학비를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했던 유학 생활이 더 길어진다고 생각하니 정말 힘이 들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조금 더 깊이 생각하면서 현실의 문제가 문제로 느껴지지 않았다.
1년을 허비할 것 같았던 생각을 바꾸고 나니 1년 동안 러시아어를 더 배울 수 있다는 기쁨이 생겼다. 실제로 1학년 과정을 거치면서 사범대에서 배우는 과목이 다양해서 러시아어를 더 폭넓게 배울 수 있었다.

난 통역 활동 중!
그 이후로 다양한 곳에서 러시아어 통역을 하며 값진 경험을 쌓았다. 코트라 알마티 무역관 주관의 수출 상담회와 카자흐스탄 한국 의료 학술 교류회의 통역을 도맡아 하고,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의뢰를 받아 통역
을 했다. 방학 때 한국에 와서는 코트라에서 주관하는 글로벌 바이오 메디컬 포럼의 병원 프로젝트에도 통역원으로 참여했다. 그곳에서 알게 된 또 다른 회사로부터 통역 의뢰를 받기도 하는 등 뜻밖의 통역 기회들이계속 찾아왔다.

 
 
해외봉사활동을 통해 터닝 포인트를
내가 처음으로 통역에 흥미를 느낀 것은 2010년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통역봉사를 하면서다. 말이 통하지 않는 두 사람이 나로 인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고 보람됐다.
내가 러시아어만 잘해서 이런 다양한 활동과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해외봉사 활동과 현지 유학생활에서 찾아 온 여러 기회들을 피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부딪혀 본 결과가 지금의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게 했다.
누구나 한번쯤은 인생의 전환점이 필요할 것이다. 자신의 인생을 진지하게 돌아보고 싶거나, 아직 꿈이 없다면 전혀 새로운 나라에서 1년간의 봉사에 한 번 도전해 보길 추천한다.

 
 
마음을 열게 된 에피소드 One
카자흐스탄의 설날인 ‘나우르즈’ 날이었다. 한국어 아카데미에서 내게 글을 배운 학생들이 일부러 나를 찾아와 파티를 해주었다. 그들은 2시간이나 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었다. 하루는 친구들이 전통 음식인 나우르즈 쿄제라는 수프를 직접 만들고, 빵을 직접 구워 같이 나누어 먹었다. 가족들과도 함께 명절을 보내고 싶을 텐데 일부러 나를 생각해주고 챙겨주는 모습에 감동받았다. 그들이 나 같은 외국인에게 자신의 나라의 전통 음식을 알려주고 싶어 하는 것을 보며 민족애가 강한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성품을 느낄 수 있었다. 손님 접대 문화가 발달하여 카자스흐탄 사람들은 꽤 친절하다고 느꼈다. (한국 학생들이 공부만 하는 것과
달리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요리를 배워서 중고등학생만 되어도 요리를 잘해요~)

마음을 열게 된 에피소드 Two
친구들과 무전여행 중에 날이 어둑해져 묵을 곳을 찾고 있었다. 찾아다니는 곳마다 잘 방이 없다며 거절을 당했을 때 한 아저씨를 만났다. 다행스럽게도 그분이 여기저기를 함께 다니며 묵을 곳을 직접 찾아주셨다.
“너희들끼리 위험하게 밤중에 돌아다니면 안심이 안 된단다”라고 말씀하시며 자신의 집에도 잘 곳이 없지만, 안전한 곳을 찾아봐 주겠다고 하셨다. 차를 타고 직접 돌아다니며 어느 학교 기숙사로 우리를 데려다 주었다. 그 이후로도 무전여행 중에 그 아저씨와 우연찮게 자주 만났는데, 그 분도 넉넉한 형편에서 사시는 분 같지 않으셨지만, 낯선 우리를 잘 챙겨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인정이 많고 잘 베풀어주는 카자흐스탄 사람의 자상함 또한 느낄 수 있었다.

러시아어 에피소드 One
여러 가지 비즈니스 통역 아르바이트를 하면 낯설고 잘 모르는 분야의 단어를 통역해야 할 상황이 생긴다. 유학을 하며 어느 정도 러시아어를 잘 배우긴 했어도, 갑자기 의료, 건축, 금융 쪽의 이야기를 들으면 모르는 단어가 있기 마련이다. 부담스러워서 피할 수도 있었지만, 굿뉴스코 활동을 하며 생긴 도전 정신으로 항상 피하지 않고 부딪쳤다.
그 결과, 비즈니스 통역 아르바이트로 인해 전에 몰랐던 전문적인 단어도 많이 알게 되고, 러시아어 표현이 훨씬 좋아지며 큰 도움이 되었다.

러시아어 에피소드 Two
아르바이트 할 때나 학교 친구들에게 “어디서 러시아어를 그렇게 잘 배웠냐?” “발음이 좋다.”는 등의 칭찬을 자주 들었다.
사실 늦게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칭찬을 받지만, 늘 나는 러시아어를 더 완벽하게 잘하고 싶어서 더욱 공부에 전념했다.

 
글 | 김지은(카자흐스탄 국립사범대학교 졸업) 담당 | 김민영 기자 사진 | 배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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