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은은 13년 전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멕시코에 이민했다. 5년 전부터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옮겨와 살고 있다. 어려서부터 턱관절이 심하게 비뚤었던 그는 올해 2월 턱 관절 수술을 위해 우연히 한국을 방문. 통원치료를 위해 남아 굿뉴스코 활동을 하며 올 한 해를 보냈다. 그는 요즘  “건강이 안 좋았던 것은 불행이지만, 한국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어서 뿌듯하다”며 환하게 웃는다.


 
 
오래만에 한국에 온 감회가 궁금해요.
“외국 생활을 오래 해서인지 처음에는 이 곳이 무척 낯설었어요.  사회가 여러 면에서 제가 멕시코로 갔던 10여 년 전보다 몰라보게 발전했더라고요. 버스와 택시의 카드 단말기나, 공중 화장실에 에티켓 벨(민망한 소리를 방지하는 음향효과기)을 봤을 땐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당황했지요(웃음). 한국 사람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 다소 깐깐한 편이지만, 마음이 깊고 생각을 치밀하게 하는 것 같아요. 문명도 이런 이유에서 발전할 수 있는 거겠지요. 남미 사람들은 불편하면 불편한 대로 그냥 사는 편이거든요.”

문화 차이로 어려웠던 점도 있었을 텐데요.
“남미 사람들은 연령에 관계없이 친구처럼 인간관계를 맺어요. 저는 한국에서 웃어른을 공경하는 문화에 적응을 빨리 하지 못해 ‘버릇없다’는 오해를 많이 받았어요. 한국 사람들의 표정이 무척 무뚝뚝해서 무서움도 느꼈고요. 턱 수술을 마친 뒤에는 얼굴에 붕대를 붙인채 바로 대구에 가서 센터 건축을 도왔는데요. 주변에 사시는 이웃분들이 저를 도와주시는 걸 보며 비로소 이곳 생활에 마음을 열게 되었어요. 제가 풀을 뽑거나 바닥 블록을 깔 때에도 동네 할머니들이 ‘요기하라’며 집에서 음식을 갖다주셨어요. 지내면서 보니, 한국에서는 할머니들이 자식을 먹이려고 농작물을 키우시고, 김치도 만드시고, 시장에 내다 파시기도 하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한국문화 속  깊은 정신세계를 느꼈어요. 남미에서는 노인들이 자식을 위해 희생한다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이거든요.”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며 많은 걸 깨달으셨네요.
“무엇보다도 부모님의 마음이 많이 헤아려졌어요. 저희 어머니는 성격이 무척 엄격하세요. 올해 2월에 턱 수술을 했던 저를 간호하시기 위해 잠시 한국으로 오셨는데요. 일반적으로 어머니들은 자녀가 아플 때 함께 안타까워하시기 마련이잖아요. 이와 정반대로 저희 어머니는 제가 마취가 풀려 통증에 시름하자, 오히려 ‘정신 똑바로 차리고 극복해라!’라며 호통을 치셨어요. 내심 많이 서운했지요. 후에 우연히 어머니도 검사 후 몸속에 혹이 발견되어 수술을 받으셨어요. 제가 먼저 퇴원해 친척 집에서 머물며 어머니를 기다리다가 우연히 어머니의 짐을 정리하던 중 수첩을 발견했어요. 거기에는 ‘딸을 현명하게 키우려면, 엄하게 길러서 강한 마음을 만들어줘야 한다’라는 써진 메모가 써있더라고요. 그제서야 어머니가 엄하게 저를 키워 오신 이유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지요. 어머니는 퇴원 후에도, 턱이 아파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저를 위해서 불편한 몸으로 손수 미역국을 끓여주셨어요. 아버지와 남동생도 아르헨티나에서 매일 카카오톡 메신저로 저의 안부를 묻고 응원 메시지를 보내주셨어요. 한국에서 머문 1년은 가족의 소중함을 더욱 깊이 느끼게 해주었어요.”

굿뉴스코 활동은 어떻게 하게 되셨어요?
“센터 건축이 끝난 후 굿뉴스코 단원들의 댄스팀인 ‘라이쳐스 스타즈’에 입단했어요. 저는 척추가 틀어져서 아르헨티나에서도 춤을 출 때에도 다른 사람들 보다 동작을 잘 따라 하지 못했거든요. 처음엔 자괴감에 빠져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많이 봤어요. 다른 멤버들이 다가와 “애벌레는 자연스럽게 나비가 되지만, 과정에는 시행착오가 따르잖아”라며 “네가 실수를 한다는 것은 나아지고 있다는 증거야!”라고 응원해 주었어요. 덕분에 용기를 얻고 활동할 수 있었지요. ‘2014 월드 문화 캠프’ ‘굿뉴스코 워크숍’ ‘학생 캠프’ 등, 1년간 다양한 행사에 참가했어요. 지난 9월에는 일본에서 열린 ‘IYF 문화캠프’에도 공연을 위해 다녀왔는데요. 합숙생활을 하면서 각자의 마음을 비우고 주변 사람들과 협동하는 자세를 배웠어요. 제가 춤을 추며 힘이들 때에는 앞뒤 양옆에서 함께 하는 동료들의 밝은 기운으로 느끼며 공연을 끝까지 함께 했어요.”

그는 이번 달 22일에는 가족들이 있는 아르헨티나로 다시 돌아갈 예정이다. 앞으로 자신이 한국에서 배운 해외봉사 정신을 남미의 많은 사람에게 소개하고 싶어한다.

“남미 문화는 자유롭지만, 무척 문란한 편이에요. 멕시코는 중학교 때부터 여학생들이 임신을 하고, 교내에서 총기사건도 일어나요. 아르헨티나는 이에 비하면 학구적이지만, 파티 문화가 만연해 있어요.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길에서 널브러져서 다음날 아침까지 잠을 자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어요. 제가 한국에서 경험한 깊은 정신세계와 굿뉴스코로 배운 봉사정신을 이들에게 전해준다면,  사회 분위기도 점점 밝고 건전해질 거라 믿어요.”

김영은 (아르헨티나 UADEA대학교 디자인과 2학년)
사진 | 이규열(Light House Pictures 실장)  헤어&메이크업 | 차경희   의상협찬 | 로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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