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바속촉’하면 떠오르는 음식, 그중 으뜸은 단연 치킨일 것이다. 바삭한 튀김옷을 한 입 베어물면 뽀얗게 익은 속살이 드러난다. 고소하고, 담백한 치킨은 대한민국에서 인기 많은 간식 중 하나이다. 누가 겉은 더 바삭하게, 속은 촉촉하고 부드럽게 만드냐에 따라 치킨의 인기가 좌우되기도 한다. 다양하고 맛있는 치킨이 계속 나오고 있는 동안, 오랫동안 한자리에서 옛날통닭은 물론 후라이드치킨과 닭강정을 판매하는 곳을 찾았다. 서울시 신림동 신원시장에 위치한 ‘도토리와 치킨’이다. 저렴하고 푸짐한 양에, 바삭바삭 겉바속촉까지 겸비한 이곳은 오랫동안 신림동 주민들의 맛집으로 자리잡고 있다. 맛의 비결이 궁금해 사장님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혹시 이곳에서 장사를 하신 지 얼마나 되셨나요?

10년 넘었지요. 원래 이곳에 치킨을 판매하던 분께 가게를 인수했어요. 치킨을 어떻게 튀기는지 배우고 그랬죠. 그런데 몇 개월 하다보니까 맛이 별로 없는 거예요.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치킨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는데, 지금은 치킨을 마늘이랑 양파로 만든 양념에 잰 뒤에 튀기고 있어요. 그렇게 하니까 고기에 양념이 배어서 더 맛있더라고요. 담백하기도 하고, 마늘 향도 나고요.

그래서 더 치킨이 촉촉하고 담백했던 거군요. 그리고 무엇보다 바삭바삭한 튀김옷으로도 유명해요. 어떻게 튀기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한국 사람들이 껍질이 바삭바삭한 걸 좋아하잖아요. 그런데 튀김 파우더로만 하니까 조금 부족하더라고요. 쌀가루도 넣어보고 밀가루도 넣어보면서, 가장 바삭하면서도 부드러운 비율을 찾았어요. 지금은 튀김 파우더에 밀가루를 섞어서 반죽하고 있어요. 그리고 한 번만 튀기는 게 아니라, 초벌로 한번 튀기고 한 번 더 튀겨요. 그게 더 바삭하기도 하고, 맛있는 게 오래가더라고요.

치킨에 많은 정성을 드리고 있는데, 가격이 무척 싸요. 거기에 국내산 닭이고요.

아이고, 여기서 장사한 지 오래되기도 했고, 워낙에 치킨을 많이 팔았어요.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해주는지요. 그래서 닭을 판매하는 업체에서도 저희한테 저렴하게 공급해주기도 하고, 다들 어떻게 사는지 뻔히 아는데 가격을 쉽게 올릴 수 없지요. 마진을 적게 남기더라도, 오래오래 본 사람들을 계속 보는 게 더 좋아요. 그리고 닭은 국산이 더 담백하고 맛있고 그래요. 가격이 좀 비싸긴 해도, 국산이 좋아요.

신림역 4번 출구로 나오면 신원시장이 보인다. 그곳에서 A2입구로 들어서면 바로 오른편에 도토리와 치킨이 위치해 있다.
신림역 4번 출구로 나오면 신원시장이 보인다. 그곳에서 A2입구로 들어서면 바로 오른편에 도토리와 치킨이 위치해 있다.

맛도 맛이지만 가격도 저렴하고, 정말 안 올 이유가 전혀 없네요. 어떤 마음으로 장사를 하고 계신지 이야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시장에 있다 보면, 이런 저런 사람들을 다 만나잖아요. 세월의 흐름도 보이고, 세대가 변하는 모습도 보이고요. 요즘에는 왜 이렇게 젊은 친구들이 많은지, 보고만 있어도 그 젊음이 좋고 재밌어요.

그런데 젊은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다 보면, 아직 취업준비생인 친구도 있고, 이제 막 직장을 잡고 서울에 올라온 친구들도 있는데, 다들 사는 게 팍팍하더라고요. 그럼 괜히 내 자식 같아서 양을 더 주게 돼요. 배고프면 서럽잖아요. 맛있는 거라도 많이 먹고, 힘내면 좋겠어요. 음식이야 뭐, 저도 먹고, 저희 자녀들도 먹으니까 깨끗하고 정직하게 만들고 있어요. 걱정없이 드실 수 있도록 할게요. 많이 찾아주세요.

‘도토리와 치킨’에서 가장 인기있는 메뉴는 옛날 통닭과 닭강정이다. 바삭바삭한 옛날 통닭은 어찌나 고소하고 담백한지 먹다보면 게눈 감추듯 사라져 있고, 닭강정도 한입에 쏙 넣으면 달짝지근한 맛이 일품이라 자꾸만 손이간다. 호불호 없이 누구나 좋아해서 다 같이 먹는 간식으로 제격이다. 거기에다가 겉은 얼마나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가? 오랜 시간 동안 ‘어떻게 하면 더 맛있는 치킨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며 여러 시도를 해온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어서 더 맛있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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