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 분들의 격려로 학업을 마칠 수 있었다
글 | 김영은

졸업을 앞두고 계절학기 기말고사를 준비하고 있는 요즘, 문득 문득 ‘내가 졸업을 하다니!’ 하며 놀랄 때가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졸업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지만 나에게 졸업은 특별한 감사함으로 다가온다.

외국에 다니는 게 무작정 좋아서 국제통상학부에 들어간 나는 첫 수업에서 엄청난 절망감을 느꼈다. 내가 예상했던 전공과목이 아니었고 모든 면에서 나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전과를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어서 학교를 말 그대로 왔다 갔다 하기만 했다. 내 전공이 혐오스럽기까지 했기 때문에 학교에 가기가 너무 싫었다. 생활은 무기력해졌고, 밥 먹듯이 수업에 결석하다 보니 성적은 자연히 곤두박질쳤다.

몇 달 동안 우울증에 걸린 사람처럼 어둡게 지내며 자퇴를 결심했다. 자퇴하지 않으면 상황을 견뎌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부모님 앞에서 만큼은 대학생활을 잘하는 딸로 서고 싶었는데, 꿈도 의욕도 산산조각이 나자 결국 울면서 부모님께 자퇴하게 해달라고 고백했다. 부모님이 크게 화를 내시며 나를 나무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나 힘들었으면 자퇴를 생각했냐’고 하시며 눈이 빨개지셔서 나를 안아주셨다. 내가 다니는 교회의 목사님은 ‘F학점을 받았다고 인생까지 F학점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하시며 ‘너는 A 플러스 인생을 살 수 있다!’고 격려해 주셨다. 학교 동아리 지도교수님은 ‘너는 너만의 재능을 가진 소중한 사람’이라고 하셨고, 선배들과 친구들도 힘을 북돋아주는 여러 말들로 자주 나에게 힘을 주었다. 현실이 너무 암담해서 처음에는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진심으로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많구나. 나라면 이런 말을 해주지 못할 텐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한마디씩 마음에 담아두게 되었다.

그리고 자퇴하고 싶은 생각이 솟구칠 때마다 그 말들을 기억하면서 끝까지 다녀보자고 마음을 다독였는데 하루하루를 견디며 학교생활을 마칠 수 있었다. 물론 자주 힘든 시간들이 찾아왔고 포기하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나를 붙잡아주는 사람들의 힘으로 어려운 시간들을 통과했고, 이제 나는 졸업한다.

나에게 졸업은 혼자 하는 마무리가 아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학창시절을 마칠 수 있었기에 감사함이 매우 크다. 졸업 후에 또 어려움을 만날지 모르겠다. 전공과목이 적성에 맞지 않고, 선택한 공부를 해낼 수 없고, 누가 알까 두렵고 창피한 성적을 받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문제에 맞닥뜨릴 수도 있지만 대학시절을 기억하며 새로운 힘을 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어려움을 홀로 껴안고 지냈던 데서 누군가에게 묻고 그들의 말을 귀담아 들을 수 있는 법을 배우고 졸업할 수 있어서 즐겁고 뿌듯하다.

고등학교 영어교사로서 새로운 출발
글 | 이지은

나는 교육공학과에 입학해 영어교육을 다전공했고 이번에 졸업하는데, 행복하고 설렌다. 정규 교육과정이 끝났고 앞으로 계속해서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깊이 공부하고 싶은 분야도 있고 취업해서 영어교사로 지내면서 즐겁고 보람된 시간을 보내고 싶다.

3학년 때부터 서울시교육청 산하 위탁형 대안고등학교에서 교사 역할을 경험해왔고 멘토링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학생들에게 뭔가를 가르쳐줄 수 있다는 점이 좋았지만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 답답했던 순간들도 있었다. 교사가 내 적성에 맞는지, 정말 교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고비들도 있었다.

그럴 때면 수업시간에 교수님께 들었던 이야기들이 떠올랐는데, 특히 황종배 교수님이 말씀해주신 교사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철학에 대한 부분들이 기억이 많이 났다. 교수님 덕분에 학교현장에서 서툴지만 좀 더 유연하고 열린 사고로 대처할 수 있었고, 교사의 삶에 대해 진진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진로에 대한 계획을 굳힌 나는 대안고등학교로의 정식 취업을 결정했다. 지면을 빌어, 황 교수님을 비롯해 졸업할 수 있도록 지도해주신 여러 교수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청춘의 기억들
글 | 최인혁

학부 졸업과 함께 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있다. 나에게 대학시절이란 무한한 자유 속에서 배움도 경험도 마음껏 해보며 성숙할 수 있었던,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간들이 아니었나 한다. 남들보다는 조금 길었던 6년의 대학생활 모두 너무나 보람찬 시간들이었다.

인생에서 마지막 배움의 시기라는 생각에 다양한 수업들도 마음껏 들었고 학업 외적인 시간들 역시 해외봉사나 교환학생 등 여러 활동을 하며 바쁘게 지냈던 것 같다. 덕분에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 하는지 많이 이해하게 되었고 자연히 나의 꿈과 앞으로 나아갈 길들도 어느 정도 정할 수 있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좀 돌아서 온 것 같기도 하지만 꼭 필요한 과정이었기에 전혀 후회는 없다. 그 시간들 역시 모두 푸르른 청춘의 기억으로 남아 있다. 대학생이란 신분을 벗는다고 생각하면 아쉽기도 하지만 새로운 경험과 도전이 기다린다고 생각하면 설렌다. 지난 6년간 아름다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믿어주시고 지원해주신 부모님께, 또 많은 분들께 감사하다.

졸업은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 지나는 관문
글 | 홍오윤

졸업은 어떤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을 마친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대학교의 졸업은 지난날의 기나긴 학습을 끝낸다는 성취감이 느껴지는 동시에, 미래에 대한 염려나 두려움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편안한 학교의 품을 떠나 사회에서 지금까지 배우고 쌓았던 자기능력을 시험해야 하니까요.

그간의 학교생활을 마치 바람 한 점 없는 실내에서 수영하는 것과 같았다고 한다면, 사회생활은 갑자기 불어 닥치는 돌풍과 험한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에서 수영하는 것과 같습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설렘과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 이러한 생각들이 정리되지 않으면 피곤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어려움이나 문제에 직면해도 정확한 목표가 있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NGO활동 체험담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한 대학생이 강연하는 내용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일 년 동안 휴학을 하고 아프리카 모잠비크라는 나라에 봉사활동을 갔는데 공항에 내려서 지부까지 가는 동안 길거리에 즐비하게 쌓여있는 관을 보며 놀랐다고 합니다. 에이즈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그 죽은 사람들을 기다리는 관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교차되었습니다. 그때 그 선배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세상은 나만 행복해서 되는 것이 아니구나. 내 주변 사람이 행복해야 나도 행복한 거구나.’

자기만을 위해 살며 공부했던,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마음이 부끄러워졌다고 합니다. 그때를 시작으로 일 년 간 봉사하면서 다른 사람을 위해서 살아봤는데, 놀랍게도 자신이 행복해지더랍니다. 한국에 돌아와 복학을 하고 다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이전에 자기를 위하여 공부할 때는 공부가 그렇게 지겨웠었는데, 이제 다른 사람을 위해 공부를 한다고 생각하니 이상하게도 공부가 재미있었다고 합니다.

포르투갈어를 전공했기에 브라질로 유학을 갔다 오고, 주한 브라질 대사관에 취직했습니다. 직장에서도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스스럼없이 인정하니까 사람들이 좋아하더랍니다. 하루는 대사님께 물었습니다.

“대사님, 저는 다른 사람에 비해 스펙도 뛰어나지 않은데 왜 저를 직원으로 채용하셨습니까?”

“아! 그거요. 우리는 실력 좋은 사람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은 다른 곳에서 더 좋은 대우를 해준다고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갑니다. 우리는 함께 오래 일할 사람을 원했는데 당신은 부족함을 인정하며 묻고 배우려는 자세가 남달라서 선발된 것입니다.”

이렇게 대사님은 의외의 답변을 해주셨답니다. 부족함을 인정하는 마인드가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고, 덕분에 자신도 행복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졸업은 다 배웠기 때문에 밟는 과정이라고만 말할 수 없습니다. 또다시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 지나는 관문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앞선 선배, 동료, 후배 또는 나와 다른 사람들과의 인간관계 속에서 쓰디쓴 책망이나 권면, 위로 등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운다면 마음의 세계가 풍성해지고 삶이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이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줍니다. 몸은 시간이 지나면 어른이 되지만, 마음은 시간이 흐른다고 어른이 되는 건 아닙니다. 여러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져 가는 것입니다. 머리 좋은 사람들과 인재들이 다 모인다는 하버드 대학에서도 가장 중요한 강의는 인간 관계론이라고 합니다.

현대 사회는 초연결사회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지 않으면 고립되고, 고립이 되면 도태됩니다. 그리고 쉽게 목적을 이루려는 마음을 가지면 조급해지고 시야가 좁아집니다. 사회 초년생으로서 무엇이든지 배워야겠다는 유연한 마음을 갖는다면, 부담스러웠던 일들이 오히려 자기개발과 내적성장의 좋은 자양분이 됩니다. 그러면 내가 만나는 모든 일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만들어주는 에너지가 될 것입니다.

(홍오윤 국제청소년연합 강원지역 고문이자 대안고등학교인 링컨하우스강릉스쿨 교장으로서 청소년과 대학생들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남미와 아프리카 등지에서도 청소년 담당 교육자로 활동하며 국내외 젊은이들에게 건강한 마인드를 심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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