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나라 소개 제19편

아직 많이 밝혀지지 않은 남인도 문화의 중심지 타밀나두 주, 그곳의 주도로서 세계 기업들과 관광객들의 이목을 끄는, 첸나이는 도대체 어떤 도시일까? 본지 특파원이 첸나이 대학에서 3년 동안 유학을 하면서 느낀 모습들을 소개한다. 여행계획이 있다면 첸나이를 추천한다.

<첸나이는 이런 도시>

탄생 배경

디자인 | 송지은 기자
디자인 | 송지은 기자

17세기, 유럽 열강들의 인도 진출이 본격화하면서 인도의 많은 지역들이 식민지로 변해갔다. 1623년 영국 동인도 회사는 동남아 교역을 명분으로 인도에 진출했고, 1639년에는 첸나이 지역을 탐사한 뒤 마드라스라고 칭했다. 영국 지배 하에서, 해군 기지의 역할을 담당했던 첸나이는 다른 지역에 비해 일찍이 발전된 도시 형태를 갖출 수 있었다.

1947년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정부는 사용 언어를 기준으로 하여 지역들을 분리했는데, 타밀어 사용 지역을 ‘타밀의 나라’라는 의미를 붙여 ‘타밀나두’로 개명하였고 행정구역상 주州가 되었다. 영국의 지속적인 관리를 받으며 성장한 첸나이는 타밀나두 주의 주도가 되었고, 오늘날 뭄바이, 델리, 하이데라바드와 나란히 인도 4대 도시가 되어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첸나이Chennai라고 부르지만, 현지인들은 아직도 마드라스라고 부르고 있다.

영상기온에도 목도리를 두르는 이유

첸나이는 적도와 가깝고 바다에 근접해 있기 때문에 여름에는 고온다습하며 최고 온도가 40°C 를 웃돈다. 하루에 몇 번씩 샤워를 해도 땀이 줄어들지 않는다. 평균 기온이 18°C를 넘는 겨울(11월~2월)에는 해풍의 영향으로 일교차가 심하진 않지만, 상대적인 체감온도 때문에 인도인들은 영상의 기온에도 추위를 느낀다. 그래서 겨울철에는 목도리를 두르거나 두꺼운 재킷을 입는 모습을 쉽사리 볼 수 있다.

<첸나이 출신 유명 인사들>

선다 피차이 Sundar Pichai

전 세계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직장 중 하나가 구글이다. 그곳에 입사해 일하길 바라는데, 그 꿈의 기업의 대표이사가 바로 첸나이 출신의 선다 피차이이다. 그는 타밀나두 주 마두라이에서 태어나 첸나이에서 성장했다. 인도 공과 대학 졸업 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스탠포드 대학에서 석사를, 와튼 스쿨에서 MBA 석사를 받았다. 피차이는 2004년 구글에 입사하였고, 2015년에 대표이사가 되었다. 그의 입지전적인 성공은 대다수의 인도 젊은이들에게 롤 모델이 되고 있다.

인드라 누이 Indra Nooyi

지난 해 10월, 24년간 몸담았던 펩시코를 사임한 인드라 누이 회장. 1955년 첸나이 지역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마드라스 크리스천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였고,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이후 미국에서 예일대 석사, 보스턴컨설팅그룹과 모토로라에서 경력을 쌓았다. 1994년 펩시코에 입사한 누이는 2006년 CEO가 되어, 세계 탄산음료 시장에서 코카콜라에 치여 늘 2위였던 펩시를 창립 100년 만에 1위로 올려놓은 주인공이 되었다. 그가 대표로 있는 동안 펩시의 매출은 80%가 늘었다. 2017년 <포춘>지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지도자 2위에 올랐던 그는 첸나이를 대표하는 유명인임이 분명하다.

압툴 칼람 A. P. J. Abdul Kalam

인도의 압둘 칼람(1931-2015) 전 대통령은 첸나이 바닷가의 가난한 어부 아들로 태어났다. 마드라스 공대에서 항공공학을 전공한 그는 탄도미사일 기술 등 관련 분야에서 인도 최고의 전문가로 성장했다. 인도 11대 대통령을 지낸 그는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높은 신임과 좋은 평판을 얻었다. 성공 후에도 소탈한 삶을 유지해, 사후 그가 남긴 유산은 책 2,500권, 셔츠 6장, 바지 4벌, 양복 4벌, 구두 2켤레였다고 한다.

인도의 디트로이트

인도 최대의 문화, 경제, 교육의 중심지인 첸나이는 자동차 산업의 발달로 현대, 포드, BMW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의 거점으로 성장해 인도의 디트로이트라고 불리기도 한다. 또한, 금융, IT, 제조업의 빠른 성장이 이어지고 있어 엄청난 발전 가능성을 가진 도시다. 도시의 교통체제가 버스, 교외철도, 도시형 전철 시스템MRTS과 같은 다양한 수단으로 구성되고 있어 다른 도시간의 인구 이동이 자유롭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타밀 문화>

틈만 나면 영화를 보며

AVM Productions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 스튜디오 이며 첸나이에 위치하고 있다. 디자인 | 송지은 기자
AVM Productions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 스튜디오 이며 첸나이에 위치하고 있다. 디자인 | 송지은 기자

첸나이는 타밀 영화 산업Kollywood의 중심지이다. 업계에서는 매년 약 100편의 타밀어 영화를 만들고 영화 OST 곡들은 음원 시장을 잡고 있다. 볼리우드 Bollywood 이후 인도에서 영화 산업 수입 창출 2위이며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유럽, 북미 등 많은 지역의 해외 영화관에 배분되어 세계적인 입지를 얻었다. 영화 관람료는 저렴해서 많은 인도인들이 틈만 나면 영화를 보며 여가 생활을 보낸다.

이런 전통무용 봤니?

첸나이는 타밀나두의 공식 전통 무용인 바라타나티얌Bharatanatyam으로도 유명하다. 10세기 경, 바라타 무니가 만든 신체동작의 이론과 기법을 전승한 무용이다. 원래는 사원에서 거행된 종교의식의 고전 무용이며, 고도의 기교와 엄격한 자세가 요구되는 춤이다. 스텝을 밟으면서 몸, 발, 손끝, 얼굴과 눈의 움직임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행복을 불러오는 그림 예술

첸나이에서의 대중적인 그림은 콜람Kolam이다. 콜람은 쌀가루, 분필 가루 등을 이용해 점들의 패턴과 곡선의 모양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보통 여성이 있는 가정의 집 앞에 그려서 악한 기운이 들어오는 것을 막고 집안의 번영을 가져오고자 한다. 콜람의 본래 목적은 단지 정교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개미와 같은 작은 벌레들이 와서 쌀가루를 먹게 해주기 위함이다. 새로운 존재들을 집으로 초대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먹을수록 맛있는 음식

디자인 송지은 기자
디자인 송지은 기자

도사 (Dosa)
바삭한 맛이 특징인 도사는 쌀과 우라드 콩으로 반죽을 만들어 전을 붙이는 음식이다. 보통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동그랗고 반죽을 얇게 펴서 부쳐 만드는데, ‘삼바르’ 소스나 코코넛 처트니를 곁들여 먹으면 더욱 맛있다.

이들리 (Idly)
쌀과 우라드 콩으로 만든 반죽을 찜통에 넣고 찐 음식. 한국의 호빵을 먹는 듯한 식감이 나는 이들리는 신맛과 짠맛이 특징이다. 아침식사로 ‘삼바르’ 소스와 함께 먹는다. 체중감량에 도움이 되서 다이어트 음식이기도 하다.

라삼 (Rasam)
더위를 이기기 위해서 주로 마시는 수프 음식이다. 커리나무 잎, 고추, 후추 등을 이용해 만든 라삼 가루를 채소, 과일과 함께 넣어 끓여서 국물을 만든다. 살짝 매운 맛을 가진 라삼은 소화를 돕고 변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전통 옷은 캐주얼

인도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면화 생산국이다. 면화 산업의 발달로 양질의 면직물이 많다. 인도의 대표적인 전통 의상이면서, 여인들이 치장하는 데 가장 필수적인 것은 바로 ‘사리’이다. 대체로 북인도보다 남인도 여성들이 사리를 평상복으로 입기를 선호한다. 사리는 너비 1.2미터, 길이 4~8m 정도의 천으로, 상체의 반신을 덮은 후 아래로는 치마나 바지의 모양으로 둘러 입는다. 지역, 계층, 종교적 배경에 따라 사리를 입는 방식이 다르게 나타난다고 한다. 남자에겐 하의에 치마처럼 입는 룽기Lungi가 있고, 상의에는 도띠Dhoti라는 전통 옷이 있고 축제나 중요 행사 때에만 주로 입는다.

<첸나이 도시 여행>

주요 교통 수단

첸나이에서는 승용차와 오토바이가 주요 교통단이지만, 노란색의 오토릭샤 이용도 만만치 않게 일반적이다. 릭샤Rickshaw는 '인력거'를 말한다. 오토릭샤는 모터를 단 인력거라는 의미. 개인 오토릭샤는 3인승이지만, 함께 타는 오토릭샤는 6~7명까지 탈 수 있다. 최고 시속 55km까지 달릴 수 있어서, 첸나이 사람들은 짧은 거리는 오토릭샤를, 먼 거리는 시내버스나 기상철을 이용한다.

크리슈나의 버터볼

경사면에 아슬아슬하게 놓여 있는 거대한 화강암 바위로서, 높이 6m에 너비 5m로 무게는 250t이나 된다. 1200년 동안 같은 장소에 있었다고 전해지는 이 돌의 이름은 ‘크리슈나의 버터볼’이다. 인도의 신 크리슈나가 버터를 훔쳐먹다가 떨어뜨린 조각이라는 뜻에서 붙여졌다고 한다. 1908년, 당시 첸나이를 다스리던 영국인 지사 아서 헤이브록 Arthur Havelock이 안전을 위해 돌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고 코끼리 일곱 마리를 동원했지만 바위가 꿈쩍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산 토메 바실리카 성당

16세기에 포르투갈 탐험가들이 처음 건립했다. 19세기 말, 영국인들이 유럽풍의 네오고딕 양식으로 개축하여 지은 이 성당은 예수의 사도인 도마의 무덤 위에 세운 것이라고 전해진다. 예수의 제자 도마는 인도로 와서 선교하다가 순교를 당했는데, 이를 기념해 지은 산 토메 바실리카 성당은 인도 가톨릭 신자들이 즐겨 찾는 순례지이기도 하다.

칸치푸람

첸나이 도심에서 72km 떨어진 곳에 천 개의 사원을 가진 황금의 도시라고 불리는 칸치푸람은 우리가 알고 있는 달마대사가 살았던 곳이기도 하며 불교와 힌두교에서의 성지이다. 칸치푸람 시내 중심에 있는 엑캄바레스와라 사원은 고푸람 건축양식으로 58m나 되는 높은 탑이 대칭을 이루면서 정교한 조각들이 탑 곳곳에 새겨져 있어 매력적이고 아름답다.

마리나 해변

무려 12km 길이의 모래 해변을 가지고 있어 인도에서 가장 긴 해변이다. 주중에는 하루에 약 3만 명, 주말과 휴일엔 하루 5만 명의 방문객이 있을 정도로 이곳의 명성은 대단하다. 방문객들은 해수욕을 하지 않고 그저 바다를 바라보며 같이 온 지인들과 대화를 나눈다. 해변을 관광지로 개발하지 않는 것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느끼기를 선호하는 인도인의 특징이 아닐까 싶다. 말을 타고 해변을 가로지르며 달리는 짜릿함과 상쾌한 기분을 이곳 여행자들이 꼭 경험해 보길 추천한다.

 
 

주립 박물관, 국립 미술관

인도 4대 박물관 중 하나인 주립 박물관은 고고학관, 동물학관, 식물학관, 화폐학관, 인류학관으로 나누어져 주제별로 그 시대 역사를 보여준다. 인도 남동부의 고대 유물들, 석가모니 불상과 다양한 부조浮彫 작품이 전시돼 있고 특히 힌두교 최고신인 시바Shiva 상 등의 청동상이 많다. 박물관 바로 옆 건물인 첸나이 국립 미술관은 인도 미술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화가로 평가 받는 라자 라비 바르마Raja Ravi Varma 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인도 미술의 독특한 기법들을 볼 수 있다. 입장료는 외국인 경우 250RS(약 4000원)이다.

취재 | 조봉민 캠퍼스리포터    도움말 | 정연희   디자인 | 송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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