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최대 의제 '핵 폐기 방식' 북한ㆍ미국 '극과 극'…정부, 중재 부담 커져

 
 

5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백악관이 안보사령탑에 초강경파 존 볼턴 前 유엔대사를 임명했다. 존 볼턴을 중심으로 미국의 대북 라인 인물들의 '핵 폐기 방식'에 대한 입장이 북한과 극명하게 갈리고 있어 한국 정부의 책임과 역할이 더욱 더 커지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간 22일(목)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을 경질하고,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를 후임으로 발탁했다.

매파인 존 볼턴을 임명한 후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존 볼턴이 나의 새 국가안보 보좌관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3월 10일(현지시각) 폭스뉴스 저널 에디토리얼 리포트 코너에 출연한 존 볼턴 전 유엔대사. 그는대표적인 대북 초강경파 인물 중 한명으로, 이날 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미북정상회담 수락과는 별개로 북한에 대한 군사옵션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주장했다. ⓒFOX NEWS
3월 10일(현지시각) 폭스뉴스 저널 에디토리얼 리포트 코너에 출연한 존 볼턴 전 유엔대사. 그는대표적인 대북 초강경파 인물 중 한명으로, 이날 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미북정상회담 수락과는 별개로 북한에 대한 군사옵션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주장했다. ⓒFOX NEWS

4월 9일 취임할 존 볼턴의 전면 등장과 함께 북한이 미국의 압박과 공격에 의해 정권이 전복됐던 리비아와 이라크의 전철을 밟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그동안 볼턴 전 대사는 언론이나 강연 등을 통해 북한의 위협을 부각하며 대북 군사행동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한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 인물이기 때문이다.

볼턴은 그동안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선제공격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또 볼턴이 그동안 북한을 상대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를 요구해온 만큼, 협상을 위한 더이상의 대화나 경제적 지원은 무의미하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그런 점에서 5월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이렇다 할 비핵화 의지를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는다면, 이전 정부처럼 북한을 당근과 채찍으로 협상테이블로 이끌어 내기보단, 군사 제재가 실행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는 것이다.  최근의 존 볼턴의 발언과 미국 대북 라인의 변화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는 감지할 수 있다.

현지시간으로 25일 볼턴은 뉴욕의 라디오에 출연해 ‘협상 준비과정에서 시간을 끄는 것은 북한이 원하는 것인 만큼 곧바로 본론에 들어가야 한다’며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바 있다.

또 볼턴 전 대사의 임명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라인이 ‘볼턴, 폼페이오, 헤일리’로 초강경파 일색으로 꾸려졌으며, 이들은 모두 북핵 폐기 방식에 대해 ‘리비아식 핵 폐기’를 요구할 가능성이 큰 인물들로 알려졌다.

이러한 가운데 북한은 최근 이라크와 리비아 사례를 자주 언급하며 미국의 경제 제재와 인권 비판이 북한 체제 전복 시도라고 비난하고 있다.

영국 블레어 총리의 미국과 리비아간 핵폐기 협상 중재로 2003년 핵 및 생화학 무기 완전 포기를 선언 리비아 카다피 국가원수. 카다피는 핵 포기 선언 후 2004년 IAEA리비아 사찰, 핵개발 장비와 문서를 미국에 전달했고 2005년 2월 핵 프로그램을 완전 폐기했다. 하지만 2011년 리비아 내전이 발생했고 10월 고향에서 사망했다. ⓒMBN 화면 갈무리
영국 블레어 총리의 미국과 리비아간 핵폐기 협상 중재로 2003년 핵 및 생화학 무기 완전 포기를 선언 리비아 카다피 국가원수. 카다피는 핵 포기 선언 후 2004년 IAEA리비아 사찰, 핵개발 장비와 문서를 미국에 전달했고 2005년 2월 핵 프로그램을 완전 폐기했다. 하지만 2011년 리비아 내전이 발생했고 10월 고향에서 사망했다. ⓒMBN 화면 갈무리

22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미국의 교활한 책동에 의하여 어제 날에는 이전 동유럽 사회주의 나라들이 무너졌고 오늘날에는 이라크와 리비아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내전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또 23일에는 “제재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은 대조선(대북)적대시 정책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같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리비아식 핵 폐기 방식에 대해서는 양측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린다. 리비아식 핵 폐기 방식은 '선(先) 핵 폐기, 후(後) 보상'을 기본틀로 한다. 미국이 리비아의 자산을 동결하고 원유 수출을 막자 카다피가 먼저 2003년에 핵포기 의사를 밝혔고 2005년 리비아에서 핵 프로그램이 오나전 폐기됐다. 하지만 2011년 리비아에서는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고 내전으로 카다피가 사망해 정권이 무너졌다. 북한은 카다피의 핵 포기로 정권이 무너졌다고 보며 리비아식 핵폐기는  “안전 담보와 관계 개선이라는 사탕발림으로 상대를 속여 무장해제 시킨 침략 방식”이라고 비난 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는 북핵 폐기에 대해 일괄적으로 핵을 폐기하고 그 다음 보상을 실시하는 '리비아식 핵폐기'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핵부터 포기했던 리비아 국가원수 카다피가 축출당한 사실 때문에 북한은 리비아식 핵폐기 방식에 부정적이어서 양측 의견차가 크다. ⓒMBN 화면 갈무리
트럼프 대통령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는 북핵 폐기에 대해 일괄적으로 핵을 폐기하고 그 다음 보상을 실시하는 '리비아식 핵폐기'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핵부터 포기했던 리비아 국가원수 카다피가 축출당한 사실 때문에 북한은 리비아식 핵폐기 방식에 부정적이어서 양측 의견차가 크다. ⓒMBN 화면 갈무리

5월에 있을 북미정상회담에서 핵심의제로 꼽히는 핵 폐기문제에서 양측 의견차가 큰 만큼 북미정상회담 전 한국 정부의 역할론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만일 양측이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날 경우, 미국 내 강경파들의 목소리는 더욱 힘을 얻고 선제 타격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 한반도에 군사적인 긴장이 더 고조될 가능성이 높아, 북미정상회담 이후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 정부는 우선 오는 4월 열릴 남북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로 한반도 비핵화와 군사적 긴장 완화를 포함한 ‘항구적 평화 정착’논의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정부는 3월 29일(목) 판문점에서 남북고위급 회담을 먼저 갖고, 우리 측 예술단이 평양에서 ‘봄이 온다’를 주제로 두 차례 공연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측에서는 수석대표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나서고 북측에서는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대표단을 이끌고 만나게 된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해빙 무드로 접어든 남북한 그리고 미국이 오는 4월, 5월 열릴 릴레이 정상회담에서 북핵 폐기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합의점을 찾아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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