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나라 제 10편
쌀국수, 열대과일, 전통모자, 수상가옥 등으로 한국인들에게 친근한 베트남. 한 마리의 용 같은 모양의 베트남은 긴 지형 덕분에 북부, 중부, 남부가 각각 다양한 기후와 음식 문화를 가진 매력적인 나라이다. 한국처럼 분단의 아픔과 전쟁의 슬픔을 가진 나라이지만 사회주의 국가여서 또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다. 가깝지만 생소한 점도 많은 나라, 베트남의 매력에 빠져보자!
베트남의 진한 향기
오랜 전쟁을 거친 나라 베트남
북으로는 중국, 서쪽으로는 라오스, 캄보디아와 접해 있는 베트남의 지형은 인도차이나 반도의 동쪽에 위치한 가늘고 긴 S자형으로 마치 한 마리의 용처럼 생겼다. 19세기 후반부터 65년간 프랑스의 간섭을 받아왔지만 멈추지 않는 독립운동으로 1945년에 공산주의자 및 민족주의자들이 호찌민의 영도 아래 독립을 선언해 우리나라와 비슷한 아픔을 안고 있다.
하지만 7년 동안 프랑스는 베트남의 독립을 반대하였고, 결국 ‘제 1차 인도차이나 전쟁’이 시작되었다. 많은 폭격과 인명 피해를 입은 후 북부는 공산주의로, 남부는 미국의 지원을 받는 베트남 공화국으로 나뉘게 되었다. 하지만 남베트남에서 북베트남 공산당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들리자 불안해진 미국은 베트남 전쟁을 선포했는데, 이 전쟁이 바로 ‘베트남전쟁’이다. 한국뿐 아니라 여러 나라가 지원했음에도 북 베트남 세력은 강해져 미국 군대는 철수하기 시작했고, 1973년에 휴전협정을 맺었다. 전쟁은 곧 재개되기도 했지만 1975년 4월, 남베트남은 결국 항복했고 사회주의 공화국으로 통일되면서 전쟁은 막이 내렸다.
베트남의 정신적 지주, 호찌민
베트남 국민에게 ‘박호(호 아저씨)’라고 불리고 지지를 받으며 영웅이 된 혁명가이자 북베트남의 초대 대통령 호찌민胡志明. 그는 물질적 풍요보다 의식이 먼저 깨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진정한 자유와 조국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 의식이 깨어나고 나라가 해방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때 감옥에 갇히기도 했지만 그위기를 기회로 삼아 <옥중일기>를 집필했는데, 호찌민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여러 나라의 관료들이 이 책을 읽고 그의 업적과 일구어 놓은 과정들을 크게 여겨 그를 석방시켰다. 1945년에 베트민(베트남 군대)이 이끈 8월 혁명으로 호찌민은 임시정부(이후의 북베트남 정부)의 수장이 되었고 1954년에는 국가를 수립시켰다.
사회주의의 베트남
베트남이 사회주의 국가이다 보니 국민을 보호 및 감시하는 생소한 문화들을 볼 수 있다. 이사를 하거나 한 장소에 오래 머물러야 할 때 인민위원회에 신고를 해야 하고 외국인이 어느 숙소에 묵게 되면 근처 공안당국에 신고를 해야 한다. 또한 어떤 모임을 갖게 되면 각 구에 있는 동사무소 같은 곳에 모임 취지나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집을 지을 때도 세로는 길어도 되지만 가로는 4m로 규정되어있다. 초.중.고.대학에서는 호찌민 사상교육을 받아서 어려서부터 호찌민을 존경하고 개인보다 국가가 우선시되는 사상이 배어 있다. 회사에서는 직함을 부르기 보다 이름 앞에 Anh(남성 호칭). Chi(여성 호칭), Em (동생)을 붙여 부르는데 동지라는 개념을 가지고 평등하게 일하는 위치로 서로 돕는다고 볼 수 있다.
베트남의 전통 의상 아오자이
‘아오’는 옷, ‘자이’는 길다는 뜻으로 품이 넉넉한 바지와 길이가 긴 상의를 말한다. 아오자이를 통해 베트남의 역사를 발견할 수 있는데, 베트남은 오랫동안 중국, 프랑스, 미국의 식민지 시절을 겪었기에 동서양의 음식 문화와 삶이 베트남 사람들의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배어 있다. 그러한 속에서 그 어느 나라에도 없는 ‘모든 나라를 포옹하는 문화’가 만들어졌다. 그래서일까? 아오자이의 목선에는 중국의 느낌, 어깨선은 세련된 미국의 느낌, 하의는 자유로운 프랑스 사람의 냄새가 묻어난다. 아오자이의 또 하나 특별한 점은 베트남 여성이 입어야만 진가가 발휘된다는 것이다. 옷이 가진 다양한 느낌과 신비감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동경한다.
날씨에 적응하는 문화
길게 늘어진 베트남 지형의 특성상 남과 북의 기후 차이가 크다. 북쪽은 사계절이 있는 반면, 중부지방은 거의 1년 내내 여름이고 남부지방은 건기와 우기가 있어서 우기 때는 하루에 꼭 한 번은 비가 온다.
베트남 북부지방은 겨울이 있고 날씨가 추워서 따뜻한 차를 즐겨 마신다. 그래서 녹차 재배가 많고 그린티, 아티소atiso, 히비스커스hibiscus등 많은 차 재료를 재배하고 수출한다. 또한 G7브랜드로도 잘 알려진 베트남 커피는 전 세계인들이 좋아하고 즐겨 마신다. 중부지방은 해산물이 많아 가격이 저렴하며 음식이 대체적으로 달고 짜다. 더운 지역이라 뜨거운 국물이 있는 국수보다는 양념에 비빈 국수를 즐겨 먹는다. 남부, 호찌민 지역은 국물이 있으면서 맵고 짠 음식이 많고 캄보디아 퓨전 요리가 많다. 날씨가 무척 더워 커피에 연유와 얼음을 듬뿍 넣어 시원하게 마시고 녹차 아이스를 즐겨 먹는다. 또한 ‘지옥의 냄새, 천국의 맛’이라는 별명을 가진 독특한 열대과일 두리안을 맛볼 수 있다.
더운 날씨로 햇볕이 강한 정오쯤에는 체력이 소진되기 때문에 학생들과 직장인들에게 낮잠 자는 시간이 있다. 대신 학교 수업은 이른 아침에 시작하며 직장인들에게는 낮잠 시간을 포함한 점심시간이 한 시간 반 정도로 주어진다.
베트남의 매력 포인트
북쪽 사람들은 유교사상의 영향을 받아 자존심이 강한 편이고, 중부지방 사람들은 연중 몇 차례의 태풍과 홍수 등 자연 재해를 겪어서 인내심이 많다. 남부지방 사람들은 해외 문물을 빨리 수용하므로 다양한 문화를 가지고 있고 성격이 온화한 편이다. 베트남은 남녀의 역할이 특별히 구분되어 있지 않으며, 직장에서 일을 할 때는 서류로 정해진 규정 안에서 일을 하려는 경향이 있다.
또한 베트남 사람들은 정이 많고 작은 것도 나누려고 하는 마음이 많다. 한국 사람들은 ‘빨리 빨리’를 좋아하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조금 느려도 꼼꼼하고 정확하게’를 추구한다. 베트남어의 6성조를 보면 이러한 면을 잘 알 수 있다. 한창 베트남어를 배울 당시 어학당에서 발표를 한 적이 있다. 열심히 연습을 해서 6성조를 신경 써가며 발표를 했는데 선생님이 이해를 잘 못하셨다. 옆에 외국인 친구가 나보다 훨씬 느린 속도로 거북이가 입을 벙긋거리듯이 발표를 하자 선생님은 이해가 간다고 하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선생님은, 베트남어는 단어 하나하나의 뜻을 음미하고 성조를 느끼며 노래를 부르듯 말할 때 상대가 공감하고, 그래야 서로 대화가 되는 거라고 하셨다. 그때 베트남 사람들이 느린 것 같지만 작은 것부터 의미를 부여하고 소중하게 여긴다는 걸 알았다.
글 | 남진향 (베트남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