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겨우 세 살, 아무것도 모르는 그 시절에 우리 부모님은 이혼하셨고 자연스레 나는 할머니에게 맡겨져 자랐다. 부모님과 행복하게 살고 있는 친구들을 볼 때면 그들과 는 다르게 살고 있는 내 인생이 원망스러웠다. 늘 나는 불행한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학창시절을 보냈다. 공부에는 관심이 없었고 어젠가부터 나는 불량청소년이라고 불렸다.

하프탐이 알게 해준 행복
대학생 때 전 세계 학생들이 모여 자신의 문화와 마음을 교류하는 월드캠프에 참여했고, 굿뉴스코 해외봉사단을 홍보하는 내용을 들었다. 에티오피아를 다녀온 단원에게 “맘껏 여행도 다니며 젊음도 팔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왠지 마음이 끌렸다. 그렇게 다음해인 2003년도 스물한 살 때,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 첫 발을 디뎠다.

많은 것들이 낯설었지만 특히 언어가 너무 어려워 골치가 지끈지끈한 시기였다. 농아학교 운동장에서 말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는 고등학생들이 축구하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는데 하프탐이라는 친구가 내게 다가와 수화로 말을 걸었다. 나는 암하릭어보다는 손짓으로 대화하는 것이 훨씬 쉬웠고 그렇게 나의 첫 현지인 친구가 생겼다. 그의 집은 학교가 위치한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560km 떨어진 아르바믄쯔라는 도시에 있었다. 그의 자취방에 가면 늘 계란요리를 정성스럽게 해서 빵과 함께 주었고, 날씨가 덥고 호수가 많아 야생동물이 많이 살고 있는 자신의 고향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었다. 하프탐과 더 많은 것을 대화하고 싶어 에티오피아 알파벳 300개를 익혔고 서로 글을 써서 보여주며 대화할 수 있었다.

2006년 굿뉴스코 해외봉사단 지부장으로 에티오피아에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부모님을 도와 바나나 농장에서 일하고 있는 하프탐과 그의 부모님, 일곱 형제자매를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물론 하프탐은 지금도 나의 가장 친한 친구다.

나보다 더 불행하다고 할 수 있는 환경, 가난한 형편이지만 장남으로서 가족을 배려해주며 행복하게 사는 그의 모습을 보며 나는 결코 불행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크게 느꼈다. 내가 불행하다는 생각은 틀린 것이었다.

내가 봉사단원이었던 1년간 습득한 현지어로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신기해하고 친근해 한다. 봉사활동기간의 추억 그리고 내 인생, 마음의 변화를 나누다보면 어느새 상대방은 나의 절친한 친구가 된다.

필자가 운영하는 꼬레아 축구팀 아이들이 한국에서 후원받은 축구공과 유니폼, 운동화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필자가 운영하는 꼬레아 축구팀 아이들이 한국에서 후원받은 축구공과 유니폼, 운동화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신문기사와 뉴스를 번역하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 나라 중 유일하게 유럽의 식민 지배를 받지 않았고, 6·25전쟁 당시 황제의 근위병 6,037명을 파견해 한 명의 포로도 패배가 없었던 참전국으로 역사에 남아 있다. 그들은 자신의 나라가 한국과는 피로 맺어진 혈맹국가로 알고 있다. KBS월드와 아리랑 국제방송을 통해 한국 드라마와 음악 등이 널리 알려져 학생부터 중년까지 시청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에티오피아 순방 기간, 나는 현지 신문기사와 뉴스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모니터링 부서에서 일했다. 현지어를 배워 두 나라가 더 향상된 교류활동을 하는 데 이바지하는 일의 한 부분을 맡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 좋았다. 매일 아침 일간신문을 가져오면 한국 기자들이 신문 서두에 기재된 날짜가 2008년인 것을 보고 당황해하곤 했는데, 그럴 때면 에티오피아는 달력이 아닌, 1년이 13개월인 율리우스력을 사용하는 부분에 설명을 드리기도 했다.

아프리카 중 유일하게 고유의 알파벳이 있고 그 수가 300개나 되기 때문에 외국인들은 에티오피아어를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인사 정도는 하지만 읽고 쓰는 외국인은 거의 없다. 그러한 상황에서 내가 번역하는 업무를 하게 됐다는 것이 영광이기도 했지만,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나의 한국어 실력이 얼마나 부족한지 절실히 알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이젠 한국어 책과 기사를 꼼꼼히 읽는 습관이 생겼다.

박 대통령의 에티오피아 순방 기간, 신문기사와 뉴스를 한국어로 번역해 한국 언론에 보내는 역할을 했다.
박 대통령의 에티오피아 순방 기간, 신문기사와 뉴스를 한국어로 번역해 한국 언론에 보내는 역할을 했다.

많은 지식과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이 시대에 많다. 그러나 일을 지시하는 리더의 정확한 의도와 마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자기중심적으로 일을 하면 결국 일이 예상과는 다르게 어긋나는 것을 본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충분히 대화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도와주면 기대이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나는 이번 번역 부서에서 일을 하며 느꼈다. 조직에 속해 멤버와 하나가 되어 성취한 기쁨이 나 개인이 성취한 기쁨보다 배, 그 이상이 된다는 걸 말이다.

남필현
2003년 한 해 에티오피아에서 굿뉴스코 해외봉사단원으로 활동한 후, 2006년 굿뉴스코 지부장으로 파견되어 11년째 활동하고 있다. 꼬레아 축구팀을 만들어 축구교실을 운영하는 등 헌신적으로 교류,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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