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적 영감을 얻기 위해 2010년 시작된 유럽여행이 올해로 다섯 번째다. 그동안 여행을 통해 다양한 문화유산을 만나고, 사람들의 삶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여정은 세계 제2의 소국이며, 작지만 호화스러운 해변 도시 모나코로부터 시작한다.

▲ 절벽 위에 건설된 모나코빌의 대공궁전과 항구에 정박된 보트와 요트들.
▲ 절벽 위에 건설된 모나코빌의 대공궁전과 항구에 정박된 보트와 요트들.

모나코는 특별한 점이 많다. 면적은 1.95㎢, 인구는 약 2만여 명으로 세계의 독립국가 중 바티칸 다음으로 가장 작은 나라다. 국민으로부터 세금은 걷지 않고, 오로지 카지노와 포뮬러원F1을 통해 국가 수익을 얻는 나라다.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전 왕인 레니에 3세와 미국 영화 배우 그레이스 켈리와의 결혼 스토리다. 최근 영화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가 개봉되면서 다시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모나코 경제의 중심 몬테카를로 카지노
모나코는 해변과 절벽 위에 형성된 나라로 크게 왕국이 있는 언덕 중심의 모나코빌, F1 그랑프리가 열리고 카지노로 유명한 몬테카를로, 항구 주변의 라 콩다민, 그리고 상업지역인 퐁비에유의 네 개 구역으로 나눠진다.
프랑스 니스에서 기차를 타고 몬테카를로역에 도착했다. 한참 계단을 내려가다 보니 모나코의 전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모나코 구석구석에서 풍기는 멋이 아주 정교하고 세련된 느낌을 주었다. 가로등을 비롯해 건축물 하나하나에 고급스러움이 담겨 있었다.
모나코 항구를 따라 몬테카를로 방향으로 걸어 올라갔다. 언덕에는 고급스러운 현대식 건물들이 빽빽이 서 있고, 모나코 항구 쪽에는 기가 막히게 멋진 보트와 요트들, 그리고 지중해가 펼쳐져 있었으며, 뒤편에는 위용 있는 모나코빌의 요새가 우뚝 솟아 있어, 이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또한 곳곳에 장식된 탄탄하고 화려하고 잘생긴 야자수들이 남국의 정취를 물씬 풍기게 해 주었다. 지중해에 부딪혀 흩어지는 찬란한 햇살은 유난히 눈부시고 아름다웠다.
드디어 이름난 몬테카를로 카지노에 도착했다. 카지노 건물은 내가 파리에서 가장 감명 깊게 본 명소 중 하나인 ‘오페라 가르니에’를 만든 샤를 가르니에가 오페라와 발레 공연을 위해 1878년 설계했고, 현재도 공연장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몬테카를로 카지노는 프랑스 대혁명 이후 그리말디가家의 재정이 악화됨에 따라 독립된 주권국가를 지탱하고 어려운 경제적 난국을 해결하기 위해 1863년 개설해서 성공을 이루었다고 한다. 그로 인해 몬테카를로가 큰 발전을 이루었고, 현재는 모나코를 지탱하는 아주 중요한 산업이 된 것이다.
규모나 화려함에서는 라스베이거스와 비교가 되지 않지만, 유럽의 부호들이 몰리는 곳이기 때문에 입장객의 수준도 높고, 판돈의 규모도 매우 크다고 한다.
카지노의 외관은 아름답고 우아하며 화려하고 달콤하게 생겼다. 권위적이라기보다는 마음껏 아름다움을 뽐내는 듯한 건물이었다. 건물 위 쪽에는 손을 번쩍 들고 있는 석상 하나가 눈에 띄는데 마치 돈을 땄다고 기뻐하는 모습 같았다.

▲ 갈매기가 유유히 날고 있는 유난히 맑고 깨끗한 지중해.
▲ 갈매기가 유유히 날고 있는 유난히 맑고 깨끗한 지중해.

영화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의 나라
언덕길을 이용해서 다시 몬테카를로역 방향으로 걸어갔다. 모나코에는 고급스러우면서도 정갈하고 예쁜 건물들이 많았다. 그 속에는 절제된 아름다움을 예술적으로 맘껏 펼치며 명품적인 요소들을 다 갖추고 있었다. 특히나 몬테카를로역을 지나서 열대정원으로 향하는 길에는 자가용 비행기 매장과 고급 요트 매장 등의 명품 상점들이 많이 있었다. 역시 유럽의 부호들이 사는 곳이라는 것이 실감났다. 모나코는 나라 전체가 하나의 명품 같았다.
가로수가 오렌지 나무인 거리도 있었다. 둥그스레한 초록 나무에 오렌지가 보석처럼 박혀있어 아름다운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또한 도로의 대부분이 S자형으로 구불구불한 것도 특징적이었다. 도로 곳곳에 이국적인 선인장이 심겨진 작은 화단들도 눈길을 끌었다. 길을 걷다 모나코 출신의 프랑스 싱어송라이터 레오 페레의 동상도 발견했다. 그는 시적인 노랫말로 샹송의 발전에 기여한 음악가다.
드디어 모나코빌의 대공궁전이 눈 앞에 나타났다. 1215년에 건설된 왕궁은 1956년 당시 모나코 왕 레니에 3세가 그레이스 켈리에게 12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건네며 ‘내 궁전은 혼자 지내기에는 너무 넓어요’라고 청혼했다는 일화로 알려진 곳이다. 그들의 결혼식 이후 모나코는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관광대국으로 급성장했다.
영화배우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여성으로 손꼽히는 그레이스 켈리는 히치콕 감독이 좋아하는 전형적인 침착한 금발머리 미인으로 외모는 조신해 보이지만 내면에는 뜨거운 열정이 가득한 배우였다.
이들의 결혼에는 모나코의 관광 산업뿐만 아니라 모나코의 미래까지 달려있었다. 모나코에 왕위를 계승할 사람이 없을 경우 프랑스에 귀속된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그레이스는 결혼 후 모나코 공녀 카롤린과 알베르 대공, 그리고 스테파나 공주를 낳았다.
그는 결혼식 이후 자신의 유명세를 이용해 국가적 위기 상황을 세상에 알려 국제 여론을 모나코 편으로 만들기도 했다. 여러 목적이 개입된 결혼이었지만 이 둘은 소문난 잉꼬부부였다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레이스 켈리는 1982년 해안가 도로를 달리다 차량이 절벽으로 추락하는 사고를 당해 53세의 나이에 생을 마감하고 만다.
올 6월 개봉한 영화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 때문에 갑자기 모나코의 왕가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주연을 맡은 니콜 키드먼이 실제 인물의 미모와 우아함을 따라가기 어려울 만큼 그레이스 켈리는 아름다웠고, 열정적인 삶을 살았기에 지금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빛나고 있다.

▲ 샤를 가르니에가 1878년 건축한 그랑 카지노는 유서도 깊고 외관도 아름답다..
▲ 샤를 가르니에가 1878년 건축한 그랑 카지노는 유서도 깊고 외관도 아름답다..

호화 보트와 요트들의 전시장
열대정원에 도착하니 눈앞에 모나코빌과 퐁비에유가 한눈에 들어왔다. 그곳에서 바라본 가파른 절벽 위에는 대공궁전과 그 아래 수많은 보트와 요트들이 정박해 있는 항구의 모습이 환상적이었다. 퐁비에유는 모나코의 현대적인 상업지구다. 근처에 가니 아주 큰 규모의 축구장이 보였다. 예전에 박주영 선수가 소속되어 있던 AS 모나코의 전용구장이었다. 이날 마침 경기가 있어서 축구팬들이 큰 소리로 응원가를 부르며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고, 주위에는 경찰들이 긴장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인구가 2만 명밖에 안 되는 이 작은 나라에 큰 축구장이 있고, 프로 축구팀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모나코에는 가파른 계단이 많기 때문에 도시 곳곳에 공공 승강기와 야외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것도 특징이었다.

 
 

퐁비에유 항구에도 역시 호화로운 보트와 요트들이 가득했다. 모나코빌 위를 걸을 때는 모나코의 중심에 있는 라콩다민의 정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몬테카를로 맞은편에서 보는 광경이었다. 언덕의 수많은 건물들과 항구에 정박해 있는 보트와 요트들로 눈이 현란할 지경이었다.
모나코빌 끝에서 바라본 비취색의 맑고 아름다운 지중해 역시 무척 아름다웠다. 모나코빌은 13세기에 요새로 만들어져 15~16세기 르네상스 스타일의 성으로 증축되었다. 항구 쪽의 전망대에는 루이 14세 때 사용한 대포와 대포알이 전시되어 있다.

▲ 부호들의 화려한 보트와 요트들이 정박된 모나코 항구.
▲ 부호들의 화려한 보트와 요트들이 정박된 모나코 항구.

가장 매력적인 F1 코스를 가진 모나코
항구가 있는 라 콩다민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항구의 중심에는 포뮬러 원 서킷의 관중석이 자리 잡고 있었다. 포뮬러 원 그랑프리 중 가장 인기가 높고 역사가 깊은 모나코 그랑프리는 1929년 처음 열렸으며 1950년 포뮬러 원에 처음으로 포함되었다. 모나코 그랑프리는 매년 5월에 열리는데, 전 세계에서 약 20만 명이 찾아온다. 서킷 길이는 3.340km이며, 코너는 17개이다. 모나코 그랑프리에서는 서킷을 78회 돌아서 총 260.500km를 달리게 된다.
모나코 포뮬러 원은 다른 나라의 서킷들과 달리 아름다운 도심을 누비는 코스로 인해 ‘F1의 보석’이라고 불린다. 또한 코스가 까다로운 것으로 유명한데, 시내의 일반 도로를 코스로 사용하기 때문에 도로의 폭이 좁고, 높낮이도 심하고, 코너 반경이 좁다. 그래서 차의 성능보다는 드라이버의 기량에 승부가 결정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모나코는 나라 전체가 부호들을 위한 휴양지 같았다. 그래서 멋있고 아름답고 품위 있는 것들이 나라 전체에 가득 차 있었다. 너무 작아서 매력적인 나라, 그래서 스토리 하나하나가 흥미로운 나라. 모나코에 와 보니 왜 ‘클럽 모나코’란 브랜드가 있는지 알 듯했다.
 

* 글쓴이 이상훈_코코넛 디자인의 아트디렉터로 활동하는 그가 다섯 번째 유럽명소기행의 감흥을 이번 호부터 7회에 걸쳐 연재한다.지중해 나라 모나코, 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 이탈리아 베로나, 스위스에서 가장 큰 호수 레만호가 있는 몽트뢰, 알람브라 궁전의 스페인 그라나다, 체코 프라하, 이탈리아 모데나와 볼로냐, 그리고 이탈리아 밀라노 순서로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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