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철학 교수의 수업시간에 있었던 일이다. 수업 시작과 함께 교수는 교과서 대신 커다랗고 투명한 플라스틱 통을 교탁 위에 올려놓았다. 누구도 예상 못한 상황에 학생들은 수군대기 시작했다. 교수는 그 플라스틱 통 속에 탁구공을 가득 채워넣었다. 그리고는 학생들에게 물었다.


 
 

“여러분, 통이 다 찼습니까?”
학생들은 그렇다고 대답했고, 그러자 교수는 플라스틱 통 속에 작은 자갈을 쏟아붓고 물었다.
“이제 다 찼습니까?”
학생들이 역시 ‘다 찼다’고 하자 교수는 이번에는 모래를 통 속에 부으면서 물었다.
“이제 다 찼습니까?”
역시 학생들이 그렇다고 대답하자, 교수는 마지막으로 홍차 한 잔을 통 속에 쏟아 부었다. 홍차가 통 속의 모래로 스며들자, 그 흥미로운 상황을 본 학생들은 웃기 시작했다.
잠시 후 강의실이 잠잠해지자 교수가 입을 열었다.
“이 통은 여러분의 인생과도 같습니다. 탁구공은 여러분의 가족·건강·친구이고, 자갈은 일과 취미이며, 모래는 그 밖의 자질구레한 것들입니다. 만약 모래를 가장 먼저 통 속에 넣었다면 탁구공도 자갈도 들어갈 수 없었을 것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자질구레한 일만 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일들은 할 수 없게 된답니다.
여러분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순서를 정해 보세요. 사랑하는 사람들과 즐거운 만남의 시간을 갖고, 열심히 운동하면서 자신의 건강을 돌보세요. 맡은 바 일에 충실하면서 취미생활도 즐기세요. 그렇게 한다면 분명 여러분의 삶은 윤택해질 것입니다.”
그러자 어느 학생이 질문했다.
“교수님, 그렇다면 마지막에 부은 홍차는 무엇인가요?”
교수가 말했다.
“그 홍차는 바로 인생의 여유입니다. 여러분 모두 기억하세요. 아무리 바쁜 인생에도 따뜻한 차 한 잔 마실 여유는 있다는 것을요.”
인생에서 진정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눈으로도 마음으로도 깨닫게 해 준 교수에게 학생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얼마 전 본 동영상의 내용이다. ‘우리는 일을 하면서 사소한 것에 집중하다 정작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일 전체를 그르칠 때가 얼마나 많은가?’ ‘나아가 인생을 살면서 가치 없는 것들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겨 정작 가장 소중한 것들을 잃고 후회할 때는 얼마나 많은가?’ 이런 자아성찰의 질문을 학생들에게 참으로 감각적으로 던져 준 동영상 속의 교수에게 나도 마음으로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나 또한 짧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사소하고 중요하지도 않은 것들에 매달리다 정작 더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들을 놓쳐버린 적이 많다. 대학 시절 졸업을 앞두고 있을 무렵, 나는 ‘어떻게 하면 일과 인생에서의 우선순위를 지혜롭고 효과적으로 결정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중 몇몇 특강에서 내가 지금 무엇을 먼저 하고 무엇을 나중에 할 것인지를 쉽게 정리하고 결정할 수 있는 도표를 알게 되었다. 그 도표는 나의 업무와 인생에 큰 혁신을 가져다 주었다. 나는 지금도 그 도표를 내 업무 노트와 다이어리 그리고 마음에 새겨 적극 활용하고 있다.
도표를 만들고 활용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종이에 필기구로 가로축과 세로축으로 이루어진 도표를 그리기만 하면 된다. 첫째로 ‘업무’의 우선순위를 결정할 때는 가로축에 일의 긴급도를, 세로축에는 일의 중요도를 놓는다. 둘째로 ‘인생’의 우선순위를 결정할 때는 가로축에 삶의 의미를, 세로축에 삶의 즐거움을 놓는다. 그리고 여러분이 할 일이나 계획을 4가지 사분면 중 어디에 둘 것인지를 곰곰이 생각하고 채워나가면 된다.

내 경우 업무적인 측면에서는 가장 중요하고 긴급한 일들을 먼저 빨리 처리하지만 이와 병행해 중요하고 긴급하지 않은 일들을 묵묵히 처리해 나간다. 다음으로 긴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것, 마지막으로 중요하지 않으면서 긴급하지도 않은 일들을 최소화시켜 처리한다. ‘인생’의 측면에서는 즐겁지는 않아도 의미 있는 일들과 의미도 있고 내게 즐거움도 주는 일들을 먼저 한다. 그리고 삶에서 의미도 없으면서 즐거움을 주는 일들과 의미도 없으면서 즐거움도 주지 못하는 일들은 줄여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대학생 독자 여러분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여름방학이 시작됐다. ‘어떻게 하면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알차고 의미 있는 방학계획을 세울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지금 소개한 도표를 활용하는 건 어떨까? 그리고 이번 방학은 2사분면에 주목하라. 훨씬 수월하게 방학계획을 세울 수 있을 뿐 아니라, 방학 때 해야 할 일들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후회 없는 방학을 보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여러분의 계획과 우선순위가 혹 모래, 자갈, 탁구공 순서로 되어 있다면, 이번 계기를 통해 탁구공, 자갈, 모래 순서로 바꿀 수 있기를 바란다.

이 도표를 활용해 세운 계획이 짧게는 여러분의 대학생활을 더욱 알차고 의미있게 변하는 터닝포인트가 되길 바라고, 나아가 인생에서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다가(?)’ 정말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것들을 놓치는 우愚를 줄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글쓴이 최은성
월간 <투머로우>에서 기획이사로 마케팅과 홍보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타고난 친화력과 집요한 섭외력을 지닌 그가 이번에는 방학을 맞은 대학생들이 여름방학을 의미있게 보낼 수 있도록 조언해 주었다. 상담을 원하는 학생은 이메일 coolces@naver.com로 문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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