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하다 만난 K군. 그는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산을 오르고 있었다. K군은 한국 최고의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똑똑한 청년이었다. 그런데 내가 만났을 때는 컴퓨터 게임과 몽상 속에서 살고 있었다. 그래서 인생 길에서 만나는 높은 담이 아니라 아주 낮은 턱도 넘지 못할 정도로 마음이 약해져 있었다. 직장생활은 생각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서른이 넘은 나이에도 부모님의 보호를 받아야만 하는 안타까운 삶을 살고 있었다.

 
 

K군과 이야기를 나눠 보니, 그에게 특별한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단지 20대 중반에 마음을 한쪽 방향으로 과도하게 쏟고 살았다. 처음에는 그렇게 지내는 것이 특별히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마음의 밸런스가 깨지면서 마음이 약해지기 시작했고, 시간이 조금 더 흐른 후에는 극심한 두려움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지금은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절망 속에 주저앉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무엇을 잘하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떻게든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하거나 어떤 한 방향으로 자신을 개발하려고 애를 쓴다. 그런데 그처럼 한쪽으로 치우친 삶을 살면 마음의 균형이 무너지고 만다. 아무리 몸에 좋은 운동도, 적당한 휴식과 영양이 공급되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하면 오히려 몸에 독이 된다. 운동, 휴식, 영양 공급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이 맞아야 건강할 수 있는 것이다. 마음도 그렇다. 한쪽으로 치우치면 마음이 상하게 되고, 그런 상태를 지속하면 마음이 망가지고 마는 것이다.

우리 삶을 찬찬히 살펴보면, 누구에게든지 슬프고 불행한 일도 있지만 기쁘고 행복한 일도 있다. 나는 초등학교에 다닐 때 신문배달을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 혼자 6남매를 키우셔야 했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신문배달을 하는 것이 부끄러웠고, 내가 불행하다고 생각했다. 석간신문이어서 친구들과 놀다가도 배달 시간이 되면 신문 보급소로 가야 했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신문을 배달해야 했기에 서글프고 힘들고 피곤했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한 달에 한 번씩 신문 대금을 받는 일이었다. 일부러 주지 않는 사람, 어리다고 함부로 대하는 사람…. 신문 대금을 받지 못하면 찾아가고, 또 찾아가야 했다. 그렇게 일해서 한 달에 6,000원을 받았다.
당시에는 ‘난 왜 이렇게 살아야 할까? 난 왜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지?’ 하는 생각만 가득했다. 그런데 지금은 신문배달을 했던 것이 자랑거리요, 소중한 보물이다. 사람들에게 어린 시절에 신문배달 했던 일들을 이야기하면 아주 재미있게 듣고, 나에게 마음을 여는 것을 자주 경험한다. 그런 것만 좋은 것이 아니다. 신문배달을 하면서 겪었던 일들이 나에게 어려움을 넘을 수 있는 힘을 길러 주었다. 그래서 그 후로도 여러 어려움들을 만났지만 충분히 견뎌낼 수 있었다. 극단적인 결정을 내리거나 선택을 하지 않고, 어려운 중에도 인내하며 기다릴 수 있었다.

이처럼 우리가 살면서 겪는 슬픈 일들 속에도 찬찬히 살펴보면 기쁨과 행복이 들어 있다. 사람들이 슬픔에만 빠져 있기에 고통과 괴로움에 젖어서 사는 것이지, 돌아보면 그 속에도 감사한 일이 있고, 고마운 사람이 있으며, 자신을 향하는 따뜻한 마음들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의 인생 저울에 슬픔도 올려놓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감사와 기쁨도 올려놓아야 한다. 그렇게 할 때 마음이 균형이 잡히고 평안해진다. 저울에 한 가지만 올려놓으면 마음이 그것으로 가득 차서 오직 그것만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균형을 잃으면 마음이 상하고, 그 삶을 계속하면 마음이 망가지고 마는 것이다. 심하면 극단적인 선택으로 치닫는다.

우리 마음의 밸런스를 맞추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그것은 어렵지 않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거나 뭔가 새로운 것을 얻어서 균형을 맞추어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의 마음이든 사람의 마음은 보물 창고와 같다. 삶을 아무리 어렵고 고통스럽게 산 사람이라도 자신이 지나온 날들을 찬찬히 더듬어 보면 그 안에 행복이 들어 있다. 여기저기에 소중하고 따뜻하고 아름답고 의미 있는 것들이 들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 안에 보관되어 있는 그 보물들을 찾아내야 한다. 얼마든지 행복을 느끼게 해줄 많은 보물들이 우리 안에 있기에, 그것들을 찾아내어 마음의 저울에 올려서 슬프고 어려운 일들과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마음의 밸런스를 잡는 일을 자동차 바퀴의 휠 밸런스를 맞추는 것에 비교해서 이야기할 수 있다. 자동차는 네 바퀴가 균형이 맞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차가 한쪽으로 쏠리고, 그러면 타이어의 특정 부분이 많이 닳는 편마모 현상이 일어나며, 그것은 곧 사고로 이어진다. 그런 사고를 막기 위해 항상 대각으로 마주보는 바퀴들이 균형을 이루도록 조절한다. 우리 마음도 그와 같다. 슬픔이 있다면 반대 방향에 그와 균형을 이루는 기쁨을 세워야 한다. 반대로 잘하는 것이 있다면 반대 방향에 그와 균형을 이루는 자신의 약함을 세워야 한다.
K군의 경우, 공부를 잘한 만큼 공부에 대한 열정도 있었고, 놀고 싶은 유혹을 이겨내는 결단력도 있었고, 밤을 새워 공부하는 인내력도 있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이 어떤 위치에 도달해야 한다는 생각에 집착했고, 그렇게 되지 못하자 이제는 자신이 실패자라는 생각에 휩싸이고 말았다. 한 방향의 마음만 강했지 반대 방향의 마음은 철저하게 무시되어 마음이 완전히 균형을 잃고 만 것이다.
누구에게나 발전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반드시 마음의 균형을 맞춰 가면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패해서 좌절에 빠지거나 성공해서 자만에 빠져 마음에 이상을 가져오고 만다. 사람들은 마음에 이상이 온 후에야 문제를 인식하지만, 사실은 마음이 한 쪽으로 치우치는 순간부터 문제는 시작되는 것이다.
아무리 불행한 때에도 반대 면에는 행복한 부분이 있다. 그런데 불행에만 초점을 맞추면 인생은 진짜 불행해진다. 불행뿐이어서가 아니라 마음의 밸런스를 잃었기 때문이다.

 
 

현대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살아오면서 얻은 아름다운 보물들이 들어 있는 창고는 자물쇠로 채워버리고, 행복하기 위해서 무언가를 얻어야 한다는 생각에만 이끌리고 있다. 행복은 그렇게 얻어지지 않는다. 잠가둔 창고 문을 열고 아름다운 보물들을 꺼내서 자기 마음의 저울에 올려야 한다. 그렇게 하여 마음의 밸런스가 잡히면 삶이 밝아지고 평안해진다. 사람이나 일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더 아름다운 곳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인생에서 부족함이 크게 느껴지는가? 지나온 날들을 찬찬히 되돌아보며, 잠겨 있는 마음의 보물창고를 열어서 아름다운 것들을 밖으로 꺼내기를 바란다.

글 | 김성환 국제마인드교육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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