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1년 넘게 공방을 벌여온 싼타페 연비 과장 문제를 끝내 조율하지 못했다.

26일 정부의 연비 재검사 결과 발표 후 당장 업계와 소비자는 어떤 기준을 따라야할지 혼란에 빠졌다. 정부가 서로 다른 측정값을 발표한 탓에 개별 소비자의 피해보상 소송은 결론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검증까지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한쪽은 연비 부적합(국토부), 다른 쪽은 적합(산업부)이라는 상반된 검사 결과를 그대로 공개했다. 중재에 나섰던 기획재정부도 어느 쪽의 손을 들지 않았다. 바닥에 떨어진 정부의 국정 조정 능력을 고스란히 노출한 것이다.

▲ 현대자동차 산타페
▲ 현대자동차 산타페
국토교통부는 싼타페와 코란도스포츠의 신고연비가 실제보다 각각 8.3%, 10.7% 낮아 '부적합' 판정을 내렸고, 산업통상자원부는 두 차량의 신고연비가 오차범위인 5% 이내여서 '적합'하다고 판정했다. 이처럼 엇갈린 판정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국토부는 현대차와 쌍용차에 연비 과장으로 최대 10억원(매출의 1000분의 1)의 과징금을 물리기로 했다.

지난해까지 연비 인증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던 차량이 갑자기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서 소비자들의 원성은 커지고 기업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국토부의 판정으로만 보면 현대차와 쌍용차는 소비자에게 연비를 속여 차량을 판매한 부도덕한 기업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그동안 승용차에 대해 산업부에서 인증 받은 연비를 준용해온 국토부는 지난해 처음으로 국산 승용차와 수입차 일부 차종에 대한 연비 조사를 실시하면서 산업부가 적용해온 것과 다른 잣대를 적용해 혼선을 빚기 시작했다.

자동차 업계의 문제제기 등을 통해 실시한 이번 재조사에서도 두 부처의 엇갈린 판정만 확인하는데 그쳤다. 결국 두 부처의 '밥그릇 싸움'에 자동차 업체들만 이미지에 흠집이 날 위기에 처한 셈이다.

국산이나 수입 승용차들은 10년 넘게 산업부의 자동차 연비 인증을 받아왔다. 여기에 국토부가 지난해부터 승용차 연비 인증 조사를 실시하면서 두 부처간 주도권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소비자와 기업에게 모두 민감한 연비 문제에 대해 서둘러 결과를 발표하기 보다는 인증주체를 단일화한 후 정확한 조사를 통해 결론을 내리는 것이 맞다.

정부는 이 같은 혼란을 없애기 위해 부처간 다른 연비 검증기준을 단일화하기로 했다. 도심연비와 고속도로연비 모두 허용오차범위를 넘지 않아야 한다. 연비 사후검증 권한은 국토부로 일원화된다. 모든 차량에 대한 차량주행저항시험도 이뤄져 검증이 한층 까다로워진다. 국무조정실은 이런 내용의 공동고시안을 마련해 다음 달 중 행정예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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