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으로 유럽을 석권한 그라시아스의 젊은이들_소프라노 이수연

선명하고 깨끗한 목소리의 주인공 소프라노 이수연은 진심을 담아 노래를 부르는 뮤즈처럼 청아하다. 곱고 아리따운 미모의 소유자인 그녀는 음악으로 많은 청소년에게 노래로 치유하는 소프라노이기를 꿈꾼다. 특히 그라시아스 합창단에서 감동을 선사하는 법을 배운 소프라노 이수연의 꿈은 상처 입은 사람들의 마음을 노래로 춤추게 하는 것이다. 그녀의 노래하는 법을 소개한다.

 
 
2014 리바 델 가르다 국제합창제 대상 수상과 2014 몽트뢰 합창제 1위 수상의 영광을 안았습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먼저 기쁘고 감사합니다. 합창은 말 그대로 혼자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단원이 함께해야 하므로 동료들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하고, 강도 높은 연습으로 정말 사점을 넘으며 포기하고 싶을 때도 다른 단원들이 손을 잡고 일으켜주어서 그 길을 함께 갈 수 있어요.

한국에서 국제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는 이탈리아와 스위스 합창제에 출전하기란 쉽지 않을 텐데 연습을 어떻게 하셨나요?
나의 목소리를 내기보다 다른 사람의 소리를 더 많이 들으려고 노력했고, 화음을 내야 하는 시점이 정말 어려워요. 모두 각자 자신의 스타일이 있고, 목소리의 음색이 다 다르니까 하나로 목소리를 모으는 것은 더 어렵죠. 그럴 때 자신의 음색을 버릴 줄도 알아야 하고, 또 어느 때에는 소리를 더 낼 줄도 알아야 해요. 특히 가사가 길고 고음이 많은 곡은 어려워요. 오랫동안 고음을 내야 하는 파트에서는 동료인 소프라노 박진영 씨로부터 도움을 요청했더니, 제 목소리가 뜨지 않도록 자주 손을 잡고 더 아래, 더 깊은 곳에서 소리를 낼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어요. 그렇게 매 순간 코치해주었죠. 또한 합창할 때는 주변 사람들과 번갈아 가면서 숨을 쉬어요. 그래서 내 옆 사람이 숨 쉬는 타이밍을 정확히 알아야 하고 내가 숨 쉬는 타이밍을 내 주변 사람들이 알아야 해요. 그러려면 서로에게 귀 기울이고 서로를 더 잘 느껴야 하죠. 그런 수많은 연습을 거쳐 소리가 하나로 모일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라시아스 단원들을 특히 서로를 아주 잘 아는 가족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 누구보다 좋은 선생님들이며, 어떤 점이 부족한지도 알고 가르쳐준답니다.

합창제를 준비하는 하루 스케줄은 어떻게 이뤄졌는지요? 단원들이 주력했던 연습은 무엇이었나요?
이번 합창제를 준비할 때는 특히 외워야 하는 가사가 많고 속도도 빠른 곡들도 많아서 가사를 외울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아침 6시부터 1시간 반 동안 가사를 외우고, 정신력을 강하게 하기 위해 매일 30분씩 달리기나 PT체조 등 운동을 했어요. 연습을 열심히 하고 나면 다음날 아침 고단해서 일어나기 싫지만,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하면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는 훈련도 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됩니다. 식사 시간, 간식 먹는 시간, 미팅 시간 외에는 모든 시간을 노래 연습에 몰입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더 나은 성장을 위해 눈앞에 당장 좋아 보이는 것을 절제할 줄도 알아야 하죠. 사실 아직은 놀기 좋아하고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솟아올라도, 일시적인 만족을 위하는 생각을 버리는 훈련을 합니다. 연습하다가도 포기하고 싶고,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면 서로 가족 같은 그라시아스 단원들이 포기하지 말라고 조언을 많이 해주셨죠. 
아침마다 미팅을 갖는데 단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정말 어려웠던 점이나 고민이 있으면 그것을 솔직히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한번은 단장님이 물으셨어요. “세계 최고가 쉽게 되겠어요?”
어렵고 힘들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세계 최고가 쉽게 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자각하면서 어려움만 남는 게 아니라, 그만큼 값진 것을 얻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라시아스 합창단원은 이미 국내에서도 유수의 합창제에서 대상을 휩쓴 경험이 있는 실력파입니다. 그라시아스 합창단에 입단하지 않았더라면 세계적인 무대에 설 기회를 갖기란 쉽지 않았을 텐데, 그만큼 지독한 연습을 했을 것 같습니다. 지도하시는 분의 가르침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요?
사실 합창제 준비를 얼마나 했는지 그 연습량에 따라 실력은 당연히 달라져요. 한국에 있을 때는 현재 활동하고 계시는 성악가들과 교수님께 레슨을 받고, 미국 마하나임에서 3개월 정도 지내며 개인적으로 레슨을 받고 성악 공부를 합니다. 그라시아스 음악학교에 연결된 선생님들에게 레슨을 받기도 하고, 정말 실력 있고 잘 가르치는 선생님을 섭외하기도 합니다.
특히 그라시아스는 자신을 위해 노래하지 않고 전 세계 많은 청소년을 위해, 열악한 나라 사람들을 위해 노래하기 때문에, 이런 합창단을 함께 도우려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렇게 봉사정신으로 가르쳐 주시는 최고의 선생님들은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질책과 단호한 꾸지람을 통해 저희 단원들이 현재의 실력에 안주하지 않고 더욱 성장하도록 이끌어주십니다. 물론 그런 선생님의 사랑의 매를 받아들이고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오로지 단원들의 몫이지만요.
단장님은 자주 말씀하셨어요. 음악이란 허리를 숙여 땅에 있는 깨 한 알 한 알을 주워담는 것이라고요. 큰 합창제에 나가서 수상했다고 해서 ‘우리가 잘한다’고 여기면 음악에 소홀해지고, 음악성이 떨어지거든요. 정말 실력을 속일 수가 없습니다. 대충 하면서도 잘하는 사람은 있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라시아스 합창단만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노래를 정말 좋아했는데, 가정 형편상 배우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중고등학생의 캠프에 가서 합창단에 들어갔는데, 그때 음악에 대한 흥미를 크게 느꼈습니다. 그라시아스는 음악을 순수하게 담아내는 합창단으로 정평이 나 있는데, 합창단의 노래를 우연히 들었을 때, 바로 옆에서 들려주는 것처럼 친근했어요. 노래를 뽐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노래에 담긴 사연을 깊이 전달하려는 점이 제 마음을 터치했죠. 사실 저는 음악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따로 음악을 배운 적이 없었기 때문에 차마 그라시아스 합창단에 들어갈 꿈을 꾸지 못했어요. 대학 입시를 두고 하루는 그라시아스에서 활동하시는 분을 알게 됐고, 그분의 권유로 오디션을 봤을 때 합격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합격했다는 소식에 정말 기뻤습니다. 사실 연습하는 것보다 쉬는 것이 더 좋고, 운동하는 것보다 놀러 가는 것이 더 좋은 게 저라는 사람이지만, 합창단에서는 나를 위해 투자한 시간과 남을 위해 투자한 시간의 가치와 기쁨의 강도가 확연히 다른 것을 느낍니다. 같은 시간이라도 나를 위해 썼을 때와 합창단에 있으면서 남을 위해 썼을 때 돌아오는 기쁨이 달랐어요. 30분 더 잤을 때 오는 일시적인 기쁨보다는 30분 더 연습하고 좋은 공연을 했을 때 기쁨이 더 큰 거 같아요. 그래서 지금 이렇게 합창단원으로서 살아가고 있는 거죠.

 
 
무대 위에서 천상의 노래를 부르는 그라시아스 합창단이 참으로 아름다워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성악가로 사는 삶이 녹록하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요. 단원들과의 갈등은 어떻게 조율하시는지요? 
그라시아스 합창단이 보통 공연을 위해 함께 움직일 때는 100명이 넘는 단원들이 있습니다. 이번 합창제에는 38명이 참가했는데, 무엇보다 서로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화는 상대를 깊이 있게 이해하게 하고 그 상대와 나를 하나로 만들어 주거든요. 여러 사람이 모여 있기 때문에 때로 다투기도 하지만 솔직하게 상대에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게 그라시아스 합창단만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성악가로서, 합창단원으로서 어떤 길을 걷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노래라는 것 자체가 내가 듣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남에게 들려주기 위한 거예요. 음악을 듣고 청소년들이 변하는 것을 많이 봐요. 나라마다 민족도 다 달라요. 아프리카 사람들이 음악 소리에 벌써 들썩이며 마음을 활짝 연다면, 유럽 사람들은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더라고요. 그런데 무뚝뚝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음악을 들으면 벌떡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어딜 가도 음악을 듣는 사람들의 표정이 달라지고, 밝은 웃음을 짓고 행복해하는 그들을 보면 정말 기쁩니다. 특히 아프리카에서는 합창단원들이 무대에서 내려오면 관객들이 모두 일어나서 크게 반응하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 저 역시 즐겁고 행복합니다.

인물사진 | 홍수정 기자
공연사진 제공 | 그라시아스 합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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