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고 무뚝뚝한 남자 선배에게서 싱그러운 꽃향기가 난다면? 여성스럽고 차분한 여자 후배에게서 스포티한 향기가 난다면? 향기는 평소에 그 사람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인상을 반전시키기도 한다. 그 사람의 인상은 외모로 기억되기보다 향기로 기억될 때가 많다. 다가오는 여름에 함께 오는 불청객, 쾌쾌한 땀 냄새! 상대에게 땀 냄새로 기억되기 싫다면! 나만의 분위기를 어필해줄 향수를 찾자.

 
 

언제부터 사람들이 향수를 사용했는지 궁금해요.
 어원인 라틴어 per fumum은 연기를 통한다는 뜻으로 향은 약 5,000년 전 종교의식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삼국사기>에 보면 김유신이 향불을 피워 하늘에 맹세했다고도 하고 평강공주의 향취에 바보 온달의 노모가 놀랐으며, 신라 진지왕의 도화녀에게서 과실 향이 났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래 전부터 향의 문화가 이어져 온걸 알 수 있다. 향과 향수의 차이는 알코올의 유무로 향수는 이집트 문명권을 거처 그리스와 로마 등지로 퍼져 귀족계급의 기호품이 되었다. 한국에서도 오래 전에 향수가 보급되었는데 372년에 고구려의 승려가, 382년에 백제의 승려가 각각 중국에 파견되었다가 돌아오면서 향료도 함께 수입하였다고 한다. 근대적 의미의 향수는 14세기 최초의 증류 향수, 알코올 향수인 헝가리 워터이다. 그 후 20세기부터는 합성원료들이 나오면서 향수의 대량생산이 이루어지며 대중화되었다.

어떤 향수는 은은한데  어떤 향수는 너무 독해요.
향수는 비향율에 따라 분류된다. 비향율은 향수 원액의 농도 비율이다. 2~3%의 샤워코롱은 가장 옅은 향으로 샤워 후 온몸에 전체적으로 뿌린다. 잠들기 전까지 은은하게 퍼져 편안한 잠자리에 도움을 준다. 3~5%의 오데코롱은 1~2시간 정도 지속되며 향수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나 남자들이 거부감없이 사용하기에 좋다. 5~8%의 오드뚜왈렛은 화장실이란 단어인 뚜왈렛처럼 화장실 갈 때마다 뿌리는 향수란 뜻으로 보통 2~3시간 지속된다. 오드퍼퓸과 함께 가장 많이 애용되고 있다, 8~15%의 오드퍼퓸은 여성들이 선호하며 4~5시간 지속되어 아침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뿌리기에 알맞다. 15~30%의 퍼품엑스트레는 농도가 가장 짙은 향수다. 점찍듯 사용해도 향이 강해 일반인이 사용하기에는 부담감이 있고 보통 전문가인 조향사의 작업시 사용되곤 한다.

 
 

분명 한가지 향수를 뿌렸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향이 달라져요. 왜 그런가요?
향수는 휘발성이 좋아 빨리 날아가는 향부터 휘발성이 낮아서 천천히 날아가는 향까지 여러 가지 원료들이 들어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올라오는 향의 원료가 틀리다. 보통 향수에는 탑노트, 미들노트, 베이스의 향이 조합되어 있다.
탑노트는 향수의 첫인상으로 처음 30분 정도 동안 나는 향이다. 휘발성이 강한 향료로 지속성이 낮고 향이 강렬하다. 시트러스 계열의 레몬, 라임, 베르가뭇, 오렌지 등이 사용되고 프루티 노트 등 개성이 강한 자극적인 향이 탑노트에 사용된다. 미들노트는 향수의 향을 가장 잘 나타내는 단계로 블렌딩한 향의 밀도를 높이고 풍부함을 더해준다. 재스민, 로즈, 라일락 등이 사용된다. 마지막에 남는 잔향의 베이스는 은은하게 남는다. 또한 사람의 체취와 섞여 본인만의 향을 표현해준다. 주로 머스크, 애니멀노트, 우디노트 같은 따뜻한 느낌의 향료들이 사용된다. 향수를 고를 때 처음 맡는 향만으로 그 향수를 단정 지을 수 없기에 탑노트, 미들노트, 베이스를 꼼꼼하게 확인하자.

향수의 향이 사람의 심리에도 영향을 주나요?
다양한 향마다 색처럼 고유의 느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향은 마케팅에도 중요하게 사용된다. 한 미국의 중고차 업소에서는 새 차 향이 나는 방향제를 사용해 중고차 구매 욕구를 높인다. 영화관 같이 밀폐된 공간에서는 편백나무향을 이용해 고객들에게 편안한 느낌을 준다. 유아 의류코너에서는 베이비 파우더 향을 속옷판매장에서는 라일락 향을 수영복 매장에서는 코코넛 향을 사용해 사람의 심리를 자극하는 것이다.
어떤 향은 귀엽고 밝은 느낌을 주고 어떤 향들은 무거운 느낌을 주어 그날의 기분과 컨디션에 따라 향수를 바꿔 사용하기도 한다. 보통 레몬향은 기분을 후레쉬하게 해주고 민트향은 정신을 맑게 해주어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된다.  라벤다 같은 꽃향은 몸과 정신을 편안하게 해주며 오디계열은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효과를 준다. 머스크향은 순수하면서 편안한 느낌을 준다.
본인의 심리에도 영향을 주지만 상대방이 나를 느끼게 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한다. 무뚝뚝해 보이는 남자선배한테서 베이비파우더 냄새가 난다고 상상해보자. 분명 무뚝뚝함 뒤에 숨겨진 애교를 상상하게 되지 않을까?

 
 

향수 뿌리는 법과 에티켓 좀 알려주세요.
보통 몸에서 20~30cm 떨어뜨려서 분사시켜 넓은 면적에 향이 닿게 한다. 상반신 위주로 머리, 목, 팔쪽으로 뿌려준다. 동맥이 뛰는 곳에 뿌리면 동맥이 뛸 때마다 향이 퍼지는 효과를 주므로 귀 뒤, 손목, 목 뒤, 팔꿈치 안쪽에 뿌리는 게 좋다. 정맥 위에 뿌리면 체온으로 인해 향이 데워져 은은한 향을 느낄 수 있다. 향이 짙은 향수나 우아한 향은 보통 무릎이나 발목에 뿌려 은은한 향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 머리카락에 뿌리는 경우도 많은데 직접 분사하기보다 머리카락에 뿌릴 때는 공중에 향수를 뿌린 후 자연스럽게 머리카락 위로 향이 스며들도록 한다. 피부가 민감한 사람은 옷에 뿌려보자. 바깥쪽은 향이 쉽게 날아가므로 자켓 안쪽이나 치마 안단에 뿌려주면 좋다.
사람마다 끌리는 향이 있고 본인과 맞지 않아 맡기 힘든 향도 있다. 특히 밀폐된 공간에서 아무리 좋은 향이라도 너무 강하게 풍기면 머리가 아프곤 한다. 향수의 탑노트가 강한 향이 나곤 하는데 외출 30분 전에 뿌리면 좋다. 외출 할때는 미들향과 베이스향이 남아 은은하게 퍼져 주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

요즘 향수레이어링이 있던데 효과가 뭔가요?
옷 잘 입는 사람들을 보면 컬러와 패턴, 디자인을 믹스매치해 새로운 스타일을 만든다. 언제부터인가 향수에도 레이어링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 향도 좋고 저 향도 좋고 둘 다 놓치기 싫어서 생겨난 방법일까? 대중적인 향기보다 나만의 향을 가지고 싶어하는 욕심에서일까? 향수를 레이어링하면 향을 더욱 선명하고 볼륨감 있고 풍부하게 해준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는 향이 달라지는 효과도 준다. 초보자라면 너무 상반되는 향을 레이어링하는 것보다 어울리는 향을 레이어링하는 게 좋다. 라이트끼리, 플로럴끼리 혹은 프루티와 플로럴을 레이어링하는 방법도 좋다. 그리고 하나는 시트러스 계열같이 가벼운 향으로, 다른 하나는 무게감이 있는 향으로 매치시키면 밸런스가 좋다.  보통 같은 베이스를 사용하는 브랜드의 향수끼리 레이어링하면 거부감이 크게 없다. 향수끼리의 레이어링이 아닌 샤워 젤, 바디오일, 바디로션과 함께 샤워코롱을 이용해 레이어링하기도 한다. 특히 바디로션과 향수를 함께 사용하면 수분을 공급해 잔향이 더욱 오래 지속된다.

 
 

나만의 향수 DIY향수가 있던데 꼭 해보고 싶어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나만의 향수인 DIY향수 만드는 곳에 가면 150가지 이상의 향수 베이스들이 조향 오르간에 배열되어 있다. 향 원료들을 스멜링하면서 향수를 골라 나만의 향수를 만드는 과정이다.
1. 사전상담 : 조향사와 함께 만들어보고 싶은 향에 대해 상담을 한다.
2. 샘플 향 선택 : 스튜디오에 준비되어 있는 DIY 향수용 샘플을 선정한다.
3. 향료 스멜링 : 향수 타입에 따라 조향사가 어울리는 향료 10~20가지를 추천해준다. 그 향들을 스멜링하며 향의 느낌을 다양하게 기록한다.
4. 조향차트 작성 : 스멜링 차트를 토대로 자신이 원하는 향료를 선택해 탑노트, 미들노트, 베이스 노트를 작성해 합비율이 100%가 되게 한다.
5. 조향 : 중간중간 시향을 하며 향의 균형을 맞추고 최종 향이 확정되면 30ml 본 조향에 들어간다.
6. 완성 : 조향이 끝나면 예쁜 향수병에 옮긴다. 알코올에 희석되는 과정에 향이 거칠게 나므로 일주일 숙성기간을 거친 후 사용한다.


도움말 | 정미순 원장 (지엔 퍼퓸 플레이버 스쿨 02-554-6290)
참고자료 | 향전문 계간잡지 <씨센트>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