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홍성태 교수 <생활 속의 마케팅> (2)

 
 

호랑이라면 가죽, 브랜드라면 스토리!
일본에 가면 ‘다카시마야高島屋’라는 백화점이 있습니다. 한국으로 말하면 갤러리아백화점이나 롯데백화점의 명품관인 에비뉴엘과 비슷한 최고급백화점입니다. 하지만 고급인 만큼 허름하게 차려 입고 가면 왠지 냉대를 당할 것 같은 도도한 이미지가 강한 백화점이었지요.
때는 1980년 겨울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남편 없이 아홉 살 난 딸 하나를 데리고 사는 어느 엄마가 있었습니다. 청소부 일을 하며 근근이 먹고 살았는데, 어느 날 딸이 아파 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아이가 소아백혈병에 걸렸다는 겁니다. 불치병에 걸려 하루하루 죽어가는 딸을 보며 엄마는 너무나 가슴이 아팠습니다. 하루는 엄마가 딸에게 물었습니다.
“얘야, 뭐 먹고 싶은 거라도 없니?”
“응, 엄마. 나 포도가 먹고 싶어.”
포도를 구하러 사방으로 뛰어다녀보았지만, 7~8월에나 나는 포도를 한겨울에 구할 수 있을 리가 없지요. 결국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다카시마야에 갔더니, 먹음직스런 거봉포도가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일본은 물가가 비싼 나라입니다. 게다가 제철도 아니고 더구나 고급백화점이니 얼마나 포도값이 비쌌을까요? ‘딸이 죽어가는데도 돈이 없어 포도를 사 줄 수 없다니!’ 엄마는 서러움에 눈물을 뚝뚝 흘렸습니다. 그 모습을 본 다카시마야의 직원이 달려와 이유를 물었습니다. 딱한 사정을 들은 점원은 아무 말 없이 거봉포도 스무 알을 잘라 봉지에 담아 엄마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엄마는 집으로 돌아와 딸에게 포도를 먹였지만, 얼마 후 아이는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엄마는 장례를 치른 뒤, 의사를 찾아가 딸을 잘 보살펴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했습니다. 엄마가 ‘그래도 딸에게 포도를 먹여서 마음이 덜 무겁다’고 하자, 의사는 무슨 포도를 이야기하느냐며 물었습니다. 엄마로부터 자초지종을 들은 의사는 이를 글로 써서 신문사로 보냈고, 신문사에서도 이 감동적인 사연을 신문에 게재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다카시마야는 냉정하고 거만한 백화점일 것’이라고 생각하던 사람들의 인식을 완전히 바꿔 놓았습니다. 다카시마야는 크게 번창했고, 뉴욕의 중심 맨해튼에까지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다음에 일본에 가면 다카시마야 백화점에 가보고 싶어지죠? 그게 스토리의 힘입니다. 스토리는 고객들로 하여금 단순히 그 브랜드를 기억하는 것을 넘어 갈망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중국요리 중에 불도장佛跳牆이라는 게 있습니다. 메추라기 알, 비둘기 알, 전복, 상어, 집오리, 돼지, 과일 등 30가지가 넘는 육해공의 진귀한 재료들을 넣어 만든 요리입니다. 그 끓이는 냄새가 얼마나 기가 막혔던지 절에서 채식만 하며 수행하던 스님이 절담을 뛰어넘어 달려왔을 정도랍니다. 그래서 스님(佛)이 담(牆)을 넘었다(跳)고 하여 불도장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 요리를 먹기 위해 스님이 담을 뛰어넘는 바람에 십년 공부 도로아미타불이 되었다’는 얘기는 다소 과장된 것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스토리는 사소한 것에도 의미를 부여해 주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습니다.
미국의 택배업체 페덱스FedEX는 운송료는 다소 비싸지만 미국 내 어디든 다음 날 아침까지 배송해주는 것이 특징입니다. 하루는 폭설이 내린 어느 산골마을에서 보낼 물건이 있으니 배송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고민하던 담당자는 5만 달러에 헬리콥터를 대여해 물건을 수거해 배달을 완료했습니다. 물론 금전적으로는 손해였지만, 그로 인한 기업 이미지의 홍보효과는 엄청났습니다.
이처럼 스토리는 고객의 감성을 자극하고,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가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뒤집어 생각하면 먹을 것이 없어도 얼마든지 소문을 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브랜딩을 하든 메시지를 전하든 여러분 자신을 PR하든, 그 효과를 극대화하고 싶다면 그에 걸맞은 스토리를 꼭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교수님의 열성과 재미, 퀄리티 등 3박자를 갖춘 수업  
김솔희(한양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마케팅쪽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는 게 없어 교양수업을 통해서라도 공부해 보고 싶었다. 여러 마케팅 강의를 들어본 선배가 <생활 속의 마케팅>이 가장 재미있고 유익하다고 추천해 주었다.
강의 중간에 쉬는시간이 있는데, 그 시간에도 교수님은 연구실에서 휴식을 취하시기보다 계속 강의실에서 우리와 이야기를 나누신다. 우리는 경영학과 학생들도 아니기 때문에 이번 학기가 끝나면 다시 만날 기회가 없을 수도 있지만. 수강생 모두를 모두 기억하려고 애쓰시는 모습이 무척 보기 좋다.
사실 이전에도 마케팅 수업을 들어본 적이 있지만, 한 학기에 너무 많은 이론들을 배워서인지 돌이켜보면 기억에 남는 내용이 거의 없다. 하지만 이 수업은 사례 중심으로 진행되다 보니 기억에도 오래 남고, 새로운 브랜드를 봐도 ‘저기에는 어떤 마케팅 요소가 들어갔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동안 많은 수업을 들으면서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으면서도 퀄리티도 높은 수업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 수업은 그 3박자를 고루 갖춘 수업이라고 주저없이 말할 수 있다.

 
 
장염도 막지 못한 교수님은 진짜 프로  
강상규(한양대 중어중문학과 2학년)
“제 수업을 듣는 이번 학기 동안 여러분은 매주 과제를 제출해야 합니다. 커리큘럼이 꽤 빡빡해요.”
수업 첫날, 교수님은 이런 식으로 우리에게 은근히 겁을 주셨다. 하지만 그 모습에서 자신감과 열정이 느껴졌고, ‘매주 과제를 하더라도 한 번 들어보자’는 생각에 수강하게 되었다.
교수님은 굉장히 유머러스하시다. 우리와 함께 호흡하며 수업을 진행하시는데, 훌륭한 브랜드의 요소 중 하나인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잘 활용하시는 것 같다. 한번은 교수님이 장염에 걸리신 적이 있었다. 입원을 하셔야 할 만큼 상태가 나빴지만, 전혀 내색하지 않고 평소처럼 수업을 진행하셨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건 한참 뒤였다. 그런 교수님을 보며 ‘저게 진짜 프로다’ 하고 감탄한 적이 있다.
교수님은 수업시간에 ‘나는 교수답지 않은 교수가 되는 게 목표’라고 자주 말씀하신다. 학생들과 농담을 주고 받을 정도로 격의없이 친밀하게 지내시는, 그러면서도 수업내용은 늘 알찬 홍성태 교수님! 이미 그 목표를 이루신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사진 | 홍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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