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있을 월드컵을 앞두고 브라질은 큰 기대에 부풀어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전 국민이 축구를 사랑하는 나라, 브라질. 그러기에 이번 월드컵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고 열정적일 것 같다.  <안방에서 지켜본 월드컵> 저자 최윤희 선생님이 말하는‘인문학적으로 관람하는 브라질월드컵’과 함께 대학생 현지 리포터가 보내온 브라질 이야기를 소개한다.

▲ ⓒRonnie Macdonald
▲ ⓒRonnie Macdonald
월드컵이 드디어 월드컵 최다 우승국인 브라질에서 열리는데 이는 축구 역사에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보십니까? 또한 현재 브라질 국민들은 월드컵을 그다지 반기지 않는다고 하는데 축구를 유난히 사랑하는 그들의 마음을 풀려면 어떤 월드컵이 열려야 할까요?

1950년 제4회 브라질월드컵은 6월 25일 한국전쟁이 발발했던 시점과 동시에 출발한 지구촌축제의 마당으로서 우리에겐 의미가 깊은 제전이었습니다. 전쟁을 평화와 화합의 한마당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국제축구연맹의 노력이 시험대에 오른 시점이었고, 1938년
프랑스대회 이후 세계대전으로 중단되었다가 1950년 브라질에서 재개되어 그와 같은 시대적 사명이 더욱 크게 부각된 대회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세계대전 전범국 독일의 출전금지조치와 프랑스,포르투갈 및 동구의 여러 나라도 참가를 거부하여 역대 최소 13개팀이 치른 가정 불완전한 대회였습니다. 금번 브라질대회는 그런 월드컵 초창기의 과도기적 장애를 극복하고 명실상부한 세계인의 축제를 자국에서 주최하게 되는 의미가 있다 하겠습니다.
또한 2002 아시아(한일), 2006 유럽(독일), 2010 아프리카(남아공)대회에 이어 월드컵의 대륙별 순환개최 원칙을 승계한, 남미의 다섯 번째 대회입니다. 그리고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강국들은 이미 두 차례씩 대회를 개최한 바 있는데 반해 1950년 처음 개최 이후 64년간 단 한차례도 개최한 경험이 없는 최다 우승국에게 기회가 돌아간 대회입니다.
한편, 현재 브라질대회에 대한 국내 일부 반대시위는 축구역사상 월드컵을 가장 많이 우승한 대가가 국민들에게 실질적으로 어떤 의미였느냐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일부에서 드러난 징후라고 봅니다. 각국마다 사정이 다르나 브라질도 내부의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마다 갈등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 전체가 사분오열되어 국민통합이 절실한 상황도 아니며, 월드컵 경기장을 짓기 위한 국민적 혈세가 하층의 서민들에게는 현실적으로 큰 부담으로 느껴질 법한 상황에서, 과거 식민시대로부터 이어져 온 진보된 노동환경의 변화가 최근 집단적 행동으로 표출된 갈등양상이라고 보아 집니다.
브라질은 BRICS의 멤버이자 주도국입니다. 단순히 월드컵 최다 우승국의 의미를 넘어 경제부흥의 기회를 금번 월드컵을 통하여 살려서 과거 우리나라의 88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2002년 4강신화 이후 지속적인 경제도약의 성공적 모델을 국민 앞에 국가적 비젼으로 제시하고 함께 공유해 가는 기회의 월드컵으로 삼는다면 축구에 대한 그들의 열정적 전통과 애정을 이번 대회에서도 꽃피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월드컵에서도 단연 브라질과 유럽 국가들의 대격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이는데 가장 기대되는 선수는 누구라고 생각하시나요?

인적 자원이나 물적 자원이나 비교우위에 있는 것은 이동하게 되어 있습니다. 남미출신의 우수한 선수들은 거의 고국을 떠나 유럽무대에서 활약 중입니다. 이번 대회가 남미에서 열리니 자신들의 안마당으로 돌아와 큰 활약을 펼칠 것은 자명합니다. 독일, 스페인 등 조직력이 앞선 유럽 강국들은 남미출신 스트라이커들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가 이번 대회 관점 포인트가 될 전망입니다.
바르셀로나 소속의 네이마르 다 실바는 설명이 필요 없는 주최국 브라질의 희망입니다. 펠레도 역대 최고의 선수라고 극찬한 자국의 골게터로 이번 대회 몇 골 넣을지 관심거리입니다. 바르셀로나 소속의 리오넬 메시는 호날두와 더불어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플레이메이커입니다. 86 월드컵 우승과 90 준우승 이후 4강에 들지 못하는 아르헨티나의 위상이 그의 축구화 위에서 끈을 동여매고 있습니다.
리버풀 소속의 루이스 수아레스는 흔히 악동이라 호칭되는 우루과이 대표팀의 간판이자 2013-201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입니다. 단지, 최근 무릎부상의 호전상태에 따라 자신과 우루과이의 성적이 뒤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레알 마드리드 소속은 크리스티안 호날두는 리오넬 메시와 쌍벽을 이루는 최대의 라이벌이자 유럽축구의 자존심으로 2013년 FIFA 발롱도르상 수상자입니다. 그의 조국이 남미에 있다면 우승 영순위와 함께 그의 활약이 크게 기대가 되는 선수이지만 현실은 고군분투의 상황이 예상됩니다. 

▲ 2014 브라질 월드컵 공식 포스터
▲ 2014 브라질 월드컵 공식 포스터
현재 대표팀의 사령탑인 홍명보 감독이 얼마 전 최종 엔트리를 발표했고 지금 최종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선수시절부터 봐왔던 홍명보 감독의 리더십을 어떻게 생각하시며, 현 대표팀의 팀 역량에 어느 정도 부합한다고 보십니까?

홍명보 감독은 역대 한국 대표팀 스위퍼sweeper의 대명사입니다. 그렇다 해서 단순히 후방만을 확실하게 책임지는 수비전문가의 명성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94 미국 월드컵 시절 대 스페인전과 독일전에서 2골을 기록하는 등 공수를 아우를 만큼 전후방의 모든 플레이를 꿰뚫어보는 시각을 갖추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의 리더쉽은 우선 경기 전체의 흐름과 포인트를 관조하고, 공수 기능의 강약을 조절하는 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보입니다. 경기 전체를 지배하고 장악하는 조직력 구축의 리더쉽을 실전을 통하여 체득한 감독입니다.
2002 한일 월드컵 직전인 일본 J리그 선수시절(가시와 레이솔)에는 주장으로서 팀을 이끄는 등 이국의 선수들을 따르게 하는 리더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였습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형님 리더쉽은 타국에서도 통하는 그만이 갖춘 특장점이 되었습니다.
부하는 자신을 믿어주는 상사에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특정 선수에겐 감독으로서 믿음을 줌으로써 선수가 가진 잠재된 역량을 경기장에서 쏟아낼 수 있게 조련해주는 길잡이가 대표팀 수장으로서 언제나 필요합니다.
현재 한국대표팀의 평균 연령은 25.9세로 역대 대표팀 최연소의 젊은 피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홍명보 감독도 비교적 전임 감독들에 비하여 젊은 46세로 나이로 대표팀을 지휘하고 있어 앞서 언급한 형님 리더쉽은 그에게 잘 어울리는 호칭이기도 합니다.
홍명보 감독 자신의 젊은 나이와 경륜만큼 젊어진 선수들의 패기는 최상의 팀웍 구축에 부합되는 대표팀의 힘이라 여겨지며 이를 현지 그라운드 위에서 발현시킨다면 원정 사상 최고의 성적도 기대해 봄직하다고 여겨집니다.

대표팀에서 가장 주목 받는 선수와 실제 월드컵에서 큰 성과를 나타낼 선수는 누구로 보십니까? 이들이 한국의 경기력에 어떤 역할을 할 것으로 보십니까?

소위 압박축구라는 이름으로 현대축구는 중원의 싸움에서 기선을 제압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우리대표팀이 선전을 하기 위해서는 중원에서 활약할 선수가 필요합니다. 홍명보 감독이 구자철을 주장으로 세운 것은 그런 의미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대회 한국의 미드필더들의 활약상이 대표팀의 선전여부를 결정하리라 보입니다. 공격형 MF 이청용과 수비형 MF 기성용의 쌍용과 주장 구자철의 삼각편대 역할이 한국의 경기력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슛 찬스의 최일선에 위치한 원톱 박주영의 골 결정력에 따라 일희일비할 것이 에견되며, 만약 원톱 실패 시 대체 공격자원인 손흥민의 혜성 같은 등장이 드라마를 쓴다면 세계의 이목을 다시 집중시킬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공격과 중원 못지 않게 골키퍼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과거 무력하게 실점의 상황을 재연하는 일이 없도록 결정적인 상대의 슛팅을 선방해 내는 수문장의 동물적 감각이 요구됩니다. 좀 과한 기대일지라도 축구는 골키퍼가 가장 큰 역할을 수행하는 포지션입니다.

 
 
월드컵은 전세계인의 축구 축제이며, 온 국민을 잠 못 자게도 하고 흥분과 실망의 도가니에 몰아넣기도 합니다. 우리 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하거나 실패하고 또 경기에서 지고 이기는 결과에 대해서 단지 기뻐하거나 낙담하기 보다는 어떤 관점으로 경기를 관람해야 월드컵 증후군이나 스트레스를 이길 수 있을까요?

월드컵 역대 기록의 내용처럼 멕시코는 지금까지 총 26패의 최다 패전국이었지만 69승의 최다 승리국 브라질을 2012 런던올림픽 결승전에서 물리치고 우승국이 되었습니다. 승부란 언제나 그런 것임을 우리들에게 가르칩니다. 일순간 패배나 실패를 했다 하여 낙담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래된 과거 한국의 월드컵 연전연패나 98년 프랑스대회 네덜란드전 5:0의 수모도 2002년 4강신화와 함께 말끔히 씻어버렸습니다. 그런가 하면 4강에 도취되어 우리는 한동안 제자리를 잃고 4강 증후군에서 헤어나지 못하였습니다. 기나긴 감정에의 터널을 나와 새로운 도전이 앞에 있음을 깨닫습니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축구는 우리들 곁에서 늘 함께 할 것입니다. 당장의 승패 결과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승부조작이나 경기장 폭력 등 축구의 본질과는 동떨어진 반문명적이고 자기 파괴적인 역기능을 동반합니다. 축구가 단지 남을 이기거나 누르기 위한 방편이라면 그냥 폭력행사를 하거나 아예 전쟁을 치르는 편이 빠른 길일 것입니다.
하지만 축구는, 굴러가는 물체에 대해 놀이적 반응을 보이는 동물들의 반사적 양태처럼 하나의 놀이로써 일정한 공간 안에서 이를 함께 유희하며 상호간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문화적 가치질서의 한 형식입니다.
더구나 인류에게 있어 가장 보편적인 예술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는 상황에서, 나아가 그것이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열리는 평화와 인류의 번영을 위한 제전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한가지 월드컵에 있어 아쉬운 점이기도 하지만, 세계축구연맹에 가입된 200여개의 나라들 가운데 2/3에 해당하는 120~130개 국가들은 단 한차례도 월드컵 본선에 나오지 못한다는 편중현상이 있어 문제이지만, 그에 비하면 우리들은 월드컵대회가 오면 그나마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모두가 하나가 되어 응원할 태극전사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행복하지 않을까요?



자문  최윤희
부산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효성, 쌍용, 대우그룹을 거치고 중소기업 임원과 대표를 역임면서 다양한 사회적 경험을 쌓았다.중학시절 축구선수였던 경험과 소회를 바탕으로 월드컵 축구에 대해서 관찰하면서 축구가 주는 인문학적 현상에 주목했다. 그의 저서 <안방에서 지켜본 월드컵>은 월드컵에 축구 역사의 흐름과 비전들을 그만의 인문학적 시각으로지필했다. 축구공은 둥굴기 때문에 경기의 결과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듯, 우리 인생사도 앞날을 예상할 수 없는 삶을 살며 그 안에서 겪는 희노애락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자 하는 그만의 독특한 이야기 구성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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