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김형석의 주옥 같은 에세이 중에 <수학이 모르는 지혜>가 있다.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릴 만큼 유명한 이 수필에는 재미난 우화가 등장한다.
재산을 나누어 가져야 할 삼형제 간에는 오랜 싸움이 계속되었으나 해결할 길이 없었다. 맏아들은 열일곱의 반으로 아홉 마리를 주장했다. 그러나 동생들은 아홉 마리는 2분의 1이 넘으니까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여덟 마리 반이 되지만 반 마리는 처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둘째 아들은 여섯 마리를 가져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러나 형과 동생은 다섯 마리밖에는 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막내아들은 두 마리를 가져야 한다고 욕심을 부렸다. 그러나 형들은 두 마리는 열일곱의 9분의 1이 넘으므로 우리들만 손해를 볼 수 없다고 고집을 부렸다.
싸움은 여러 날 계속되었지만 누구도 만족스러운 해결을 내릴 수가 없었다.
하루는 이들의 집 앞을 한 목사가 지나갔다. 세 아들은 그 목사에게 아버지의 유산 문제를 해결지어 주도록 청을 드렸다. 누구도 만족할 만한 결론을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난 목사는, “그러면 이렇게 합시다. 내가 타고 온 말 한 마리를 당신들에게 드리지요. 그러면 열여덟 마리가 될 것입니다. 맏형은 그 2분의 1인 아홉 마리를 가지시오. 둘째는 그 3분의 1에 해당하는 여섯 마리를 가지시오. 그리고 막내는 9분의 1에 해당하는 두 마리를 차지하십시오. 그렇게 되면 당신네 세 사람은 모두가 아버지의 약속된 유산보다도 많은 것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세 아들은 모두 만족했다. 목사가 얘기해 준 대로 자기들에게 돌아올 말들을 찾아가졌다. 일을 끝낸 목사는 “그러면 나는 다시 길을 떠나야겠습니다”는 인사를 하고 걸어서 대문 앞을 나섰다. 바로 그때였다. 한 아들이 뒤따라 나오면서,
“목사님, 말을 타고 오셨다가 어떻게 이 사막길을 걸어가실 수가 있습니까? 외양간에 가 보니까 아직도 한 마리가 남아 있습니다. 우리들이 차지할 것은 다 차지했는데도 한 마리가 남았으니 이 말을 타고 가십시오” 라고 말했다.
목사는 “그렇습니까? 나에게 한 마리를 다시 주신다니 타고 가겠습니다”라고 말하면서 말을 탔다. 타고 보니 그것은 조금 전 타고 왔던 바로 그 말이었다. 아들들은 목사에게 감사를 드렸다. 그리고 목사는 아까와 같이 자기 말을 타고 갔다.
요즘 대학생들에게 가장 풀기 어렵고 답답한 문제 중의 하나가 취업일 것이다. 완벽한 스펙을 갖춘 취준생들이라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처럼 답답하게 꼬일대로 꼬인 취업 문제를 우화 속의 ‘말 한 필’처럼 내 생각이 아닌, 새로운 지혜를 받아들여 해결해가는 건 어떨까? 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새로운 지혜를 통해 관점을 바꾸면 의외로 쉽게 풀리기 마련이니 말이다.
지방 D대 대학원 1학기를 마친 L군은 해외봉사로 인도를 다녀왔다. 1년이라는 짧지 않은 봉사를 마칠 무렵 카톡이 왔다.
“이제 귀국할 때가 되어갑니다. 제 나이 27살이고 대학원은 자퇴를 했고 해외봉사를 마치고 돌아가면 집안 사정상 바로 직업을 찾아야 합니다. 하지만 저는 보청기가 없으면 거의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 4급입니다. 앞으로 취업도 해야 하는데 어쩌지요? 걱정입니다.”
“그래 네가 걱정하는 것은 다 이해가 된다. 하지만 걱정은 뒤로 조금 미루고 그곳에서 남은 시간 동안 마음껏 봉사하고 와라.”
이런 문자를 나누고 얼마 후 그 학생은 해외봉사의 기쁨 반, 취업 걱정 반이 섞인 표정으로 나를 찾아왔다. 나는 마치 우화 속의 목사처럼, 그에게 말 한필 대신 내 생각을 잠시 빌려 주었다.
“우리나라도 많이 선진화되어 장애인에 대한 취업의 문이 의외로 많이 열려있어. 일단 장애인 고용촉진공단에 방문해 상담하고 그곳에서 구인 등록을 하고 일단 기다려 봐.”
그곳에서‘Worktogether’라는 사이트를 가르쳐 주었고, 그 후 그곳에서 한국 장애인고용촉진공단 경기지사를 통해 SK C&C에서 장애인 인턴을 뽑는 공고를 보았다. 그 학생은 그곳에 지원해 지금은 인턴교육을 받고 있으며 이후 3개월간의 인턴수료 후 정식직원이 되면 SK그룹의 정규직원이 됨과 동시에 꽤나 많은 연봉을 받게 된다.
H대 공대에 다니는 J군은 친구들의 자기소개서에 첨삭해줄 정도로 서류 작성은 뛰어났으나 면접만 보면 탈락이었다. 서류 심사를 통과하고 면접까지 갔다가 탈락한 경우가 스무 번이 넘었다. 그 친구에게는 취업 아카데미인 윈스펙의 조민혁 수석 컨설턴트를 소개해 주었다. 대부분의 컨설턴트들은 J군의 인상이 강한 것을 불합격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하며, 눈꼬리를 고치고 코를 조금 올려 성형하라는 공통된 결론을 내렸고, 이에 J군은 1주일 전 성형까지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조 컨설턴트는 인상의 문제가 아닌 마음에서부터 부정적인 기운이 나오는 부분을 이야기하며 면접에 계속 떨어지는 이유는 부정적인 기운이 면접관에게 전달되기 때문이지 성형의 문제가 아님을 정확히 지적해 주었다.
자신이 면접에서 계속 떨어졌던 이유를 알게 된 J군은 컨설팅을 마쳤을 때쯤엔, 처음 보았을 때 느껴진 부정적인 기운이 많이 사라진 것을 역력히 느낄 수 있었다. 구름이 걷히면 구름 위의 태양이 나타나 듯, 그동안 J군의 능력이 부정적 기운에 가려져 잘 나타나지 못했는데, 이제는 한결 밝은 표정으로 당당히 자신의 능력을 소개하며 현대제철과 SK하이닉스의 면접을 치르고 합격통지를 기다리고 있다.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이루어진다. 라는 말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력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지만 그 말을 다른 관점으로 해석하면, 99%의 노력이 있어도 1%의 영감이 없으면 절대 천재가 될 수 없다 라고 풀이할 수 있다. 물론 이 코너에 지원한 분들이 영감이 없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지금까지 많은 노력을 했지만 무언가 부족하여 취업의 문턱에서 좌절한 독자들이 있다면 지금 자신에게 없는 또 다른 지혜를 얻기 위해 직접 이번 취업토크의 문을 두드려 보길 바란다. 그러기에 어려운 독자들은 다른 독자들의 취업 상담을 통해 타산지석의 지혜를 얻길 바란다. 투머로우의 이번 코너가 여러분들의 취업에‘1%의 영감’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글쓴이 최은성
월간 <투머로우>에서 기획이사로 마케팅과 홍보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타고난 친화력과 집요한 섭외력을 지닌 그가 이번에는 취준생들을 위한 코너를 신설하며 그 기획 취지에 대한 칼럼을 기고해 주었다.
상담을 원하는 분은 메일 coolces@naver.com으로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