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르면 팡팡! 정보의 요술램프 만드는, 앱 개발자 App developer(1)

“세상에 이토록 편리한 물건이 있었다니!”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그 편리함에 열광했다. 버스나 지하철의 정확한 도착시간을 알려주고,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 노래는 몇 소절만 흥얼거리면 금방 곡명을 찾아준다. 필요하다면 책이나 사진첩으로도 악기로도 변신한다. 스크린을 문지르면 필요한 정보가 팡팡 터지는 요술램프와도 같은 스마트폰! 그 핵심인 응용프로그램application, 이른바 앱app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당당한 1위이지만, 언제나 초심初心!

앱 개발자의 근무환경은 천차만별이다. 대박을 꿈꾸며 홀로 개발에 몰두하는 1인 개발자가 있고, 삼성이나 LG 등 대기업에 소속된 개발자도 있다.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창업한 후 급성장한 카카오톡 같은 사례도 있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창업 때의 각오와 초심을 잃지 않고 오늘도 달려가는 꾸준함이다.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한 ‘배달의민족’ 개발사 우아한형제들의 윤현준 이사가 말하는 앱 개발자 이야기!

 
 
보다 넓고 선명한 화면, 더 빠른 CPU, 거기에 지문인식 등 부가기능까지…. 최근 스마트폰의 하드웨어 스펙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전쟁터에서 병사 개개인이 아무리 싸움을 잘해도 이를 통솔하는 명령체계가 없다면 오합지졸에 불과한 법. 아무리 하드웨어가 우수해도 이를 어떻게 관리하며 데이터를 처리할 것인지 지시하는 명령어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그 순서와 방법을 지시하는 명령어 집합이 소프트웨어다. 하드웨어 운용의 기반이 되는 운영체제OS나 차량에 탑재되는 ECU 프로그램(109쪽 참조), 그리고 지금부터 다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의 앱이 모두 소프트웨어다.
앱app은 응용프로그램을 뜻하는 어플리케이션 프로그램application program의 줄임말이다. 스마트폰과 함께 등장한 앱은 우리 삶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가령 ‘서울버스’ 앱을 생각해 보자. 서울버스를 실행시키면 앱은 스마트폰에 내장된 GPS와 지도로 사용자의 위치를 파악한다. 주변의 정류장을 찾아주는 건 기본이고, 버스번호를 터치하면 앱은 서버를 거쳐 서울시 교통정보센터가 보유한 해당버스의 노선과 현재위치 등의 정보를 가져와 보여준다. 참으로 간단한 구조이지만, 사용자의 니즈를 캐치하는 안목이 120% 발휘되어야 하는 분야가 바로 앱 개발이다.

혼자만 일 잘하는 독불장군은 소용없다
앱이 우리 손 안으로 들어오기까지는 크게 세 가지 과정을 거친다. 우선 어떤 편리한 기능을 갖춘 앱을 제작할 것인지 고민하고, 이를 어떤 원리와 논리적 구조(알고리즘)로 구현할 것인지 결정하는 기획 및 설계단계다. 다음으로 C언어와 자바 등 개발언어로 프로그래밍(코딩coding)하는 개발단계가 있다. 물론 완성된 앱에 오류는 없는지 테스트도 거친다. 여기에 끊임없이 앱의 성능을 개선하고, 사용자들이 요구하는 기능을 추가하며, 쓰지 않는 기능은 삭제하는 유지 및 보수단계가 꼭 필요하다. ‘배달의민족’만 보더라도 2010년
출시 이후 거의 2주에 한 번 꼴로 수백 회가 넘는 업데이트를 실시하는 등 사용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훌륭한 앱 개발자가 되려면 단순히 프로그래밍을 잘하는 것, 이른바 개발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 IT 분야는 기술의 발전속도가 놀라우리만치 빠르고 시장이 변화하는 폭도 큰 편이다. 따라서 퀼리티가 우수한 앱을 만들기 위해서는 뛰어난 앱 개발자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본인의 아이디어와 지식을 동료들과 공유하는 마인드와 친화력을 갖춰야 한다. 우아한 형제들의 경우 ‘혼자만 일 잘하는 독불장군은 뽑지 않는다’는 게 김봉진 대표의 인재채용 철학이다.

깨알 같고(!) 기발하지만 지킬 건 꼭 지킨다
아이디어 하나가 세상을 바꾸는 시대인 만큼 IT기업들은 직원들의 창의력을 끌어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글만 해도 직원들이 업무시간의 20%를 자신이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쓰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또 직원복지를 위해 24시간 무료 식당을 운영하고 있으며 자체 의료진과 세탁실, 마사지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그럼 우아한 형제들은?
‘신의 직장’ 구글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사무실에는 직원들의 창의력을 자극하는 장치들이 가득하다. 우선 사무실의 위치.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창문 밖으로 아름다운 호수와 푸른 숲, 그리고 롯데월드가 한눈에 들어온다. 곳곳에 적힌 역시 깨알 같고(!) 기발하다. 휴게실인 ‘피터팬의 다락방’을 비롯, ‘오늘 먹을 치킨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라는 포스터, ‘스타벅스맛 나는 맥심 커피’라고 적힌 머그컵까지. 헝겊쇼핑백에는 ‘너는 나의 든든한 빽’, 연필에는 ‘깎아주세요’라고 적혀 있다.
회의분위기도 자유롭다. 앉은 순서만 보면 참석자들 서열이 금방 보이는 여느 회사와 달리, 우아한형제들의 회의방식은 수평적이다. 기자가 우아한형제들을 찾았을 때도 로비 옆 방에서 회의가 진행 중이었다. 살짝 엿보니 유명인사가 된 김봉진 대표를 제외하면 누가 임원이고 신입인지 구별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일에 대해서는 철두철미하다. 세계 1위 모터회사 일본전산의 모토인 ‘즉시, 반드시, 될 때까지’나 CNN 창립자 테드 터너의 ‘이끌든지, 따르든지, 비키든지’처럼 스타트업 특유의, 의욕을 독려하는 문구들도 보인다. ‘이 일의 뿌리는 무엇인가? 이 일의 핵심가치는? 고객의 기호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등과 같이 업業의 본질을 돌아보게 하는 진중한 내용도 있다. 윤현준 이사도  부서원들에게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을 주문한다.
“팀원들에게 업무를 할당할 때도 어느 정도 난이도 있는 일거리를 주되, 양적으로도 약간 많다 싶을 정도로 부여합니다. 스타트업 기업답게 항상 적은 인력으로 많은 일을 처리하되, 그 하나하나가 새로운 과제이지요.”

 
 
‘보다 편리한 세상에 기여한다’는 보람으로 일한다
플 앱스토어에 등록된 앱 수는 100만 개가 넘는다. 하루 10개씩 다운받아 써 봐도 274년이 걸린다. 사용자들에게 제대로 선택 한 번 받지 못하고 소리 소문없이 사라지는 앱이 부지기수다. 그런 여건 속에서 배달의민족이 업계 최초로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며 국민 배달앱으로 등극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 비결은 단연 앱 자체의 우수성이다. 배달의민족이 갓 출시된 때만 해도 앱 시장이 크지 않았고, 주로 개인개발자가 재미 삼아 단출하게 만든 앱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가운데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독특한 글씨체, 웃음을 자아내는 카피를 탑재한 배달의민족은 단번에 주목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방대하면서도 정확한 배달업소 정보를 갖춘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물론 그런 앱이 나오기까지 우아한사람들 개발진은 무수히 땀과 눈물을 흘려야 했다.
배달의민족에 자극받은 다른 회사들도 배달앱을 내놓으면서 현재 약 100여 종의 앱이 나와 있다. 도전자들의 추격을 뿌리치고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 우아한형제들은 다시 한 번 도약을 준비 중이다. 끊임없이 변화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은 금방 외면한다. IT업계에 종사한 지 15년, 이제 중견 개발자가 된 윤 이사가 오늘도 초심을 잃지 않고 일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어떤 분이 언어장애가 있어 음식주문을 못 하니까 다산콜센터에 영상전화를 걸어 상담원에게 수화로 주문을 부탁하셨대요. 그런데 배달의민족이 나온 덕분에 손쉽게 주문을 할 수 있어 고맙다고 메일을 보내오신 적이 있어요. ‘내가 만든 앱이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편리한 삶에 이바지하는구나’ 싶어 기뻤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사람들이 보다 편리한 삶을 사는 데 기여한다는 보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도움말 | 윤현준(우아한형제들 최고기술책임자C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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