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9일 벌어진 이른바 ‘송파 버스사고’가 여전히 논란이다. 시내버스가 차량 8대를 들이받아 운전기사를 포함한 3명이 숨지고, 16명이 중경상을 입은 이 참사를 놓고 ‘차량 결함’이라는 유가족들의 입장과 ‘졸음운전 탓’이라는 버스제조사의 입장이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것. 그 버스가 스마트카라면 어땠을까? 설령 기사가 졸았어도 금방 자율주행으로 바뀌어 사고는 나지 않았을 테고, 차량 결함도 알아서 해결했을 것이다. 이 마술 자동차를 몰고 다닐 날이 멀지 않았다.

 
 

공상과학 속 자동차가 현실로
“키트, 빨리 와 줘!” “금방 갈게요, 마이클.” 이 대화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둘로 나뉠 것이다. 대부분 ‘이게 무슨 소리야?’ 싶을 테지만, 3,40대 특히 남성 독자들은 슬며시 미소지을 것이다. 이 장면은 80년대 우리나라에 소개된 공상과학SF 드라마 <전격Z작전Knight Rider>의 에피소드 중 하나다. 주인공 마이클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 ‘키트KITT’는 시속 450km의 속력으로 달릴 수 있으며 총알쯤은 가뿐하게 튕겨내는 방탄성능을 갖추고 있다. 적의 컴퓨터를 해킹하는가 하면, 주변 사람들의 얼굴을 스캔할 수 있으며, 물이나 용암 위로도 달릴 수 있는 최첨단 수퍼카다.
키트의 여러 기능 중에서도 단연 압권은 키트가 마이클과 대화하며 원하는 곳으로 안내하는 자율주행 기능이다. 마이클이 위험에 빠졌을 때 스마트워치처럼 생긴 호출기에 대고 “키트, 빨리 와 줘!” 한 마디만 하면 알아서 건물내부를 탐색해 주인공의 위치를 알아낸 뒤, 장애물을 넘고 화염을 뚫고 웅덩이까지 건너 유유히 달려와 구출한다. 시청자들 중에는 이 드라마를 보며 ‘나도 키트 한 대만 있었으면…’ 하고 생각한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SF 드라마 속에서나 나올 법한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일본의 닛산자동차는 올해 성능 시험장을 만드는 등 목적지까지 알아서 움직이는 무인자동차를 2020년까지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IT업계의 선봉 구글은 이미 2010년부터 무인자동차 주행시험을 시작해 지난해 8월 30일 30만 마일(지구 12바퀴에 해당) 무사고 주행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내비건트 리서치는 ‘기술이나 제도, 법률 면에서 여러 가지 제약이 있긴 하지만, 2020년 정도면 완전히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완전한 스마트카가 출시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2035년 정도에는 전 세계적으로 1억 대 이상의 스마트카가 보급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자동차가 등장한 이후 과거 100년의 변화보다 미래 10년의 변화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되는 오늘날, 스마트카의 보급은 그보다 빨라질 수도 있다.

자동차는 이미 굴러다니는 컴퓨터가 된 지 오래
‘컴퓨터 한 대를 휴대폰에 완전히 구겨 넣었구만. 이건 전화기 그 이상이야.’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 이를 분해해 본 어느 엔지니어의 반응이다. 어떤 이는 ‘스마트폰은 휴대폰에 컴퓨터를 넣은 것이 아니라, 컴퓨터에 전화기능을 단 것’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이 말은 스마트카에도 정확히 적용된다. 자동차car는 더 이상 엔진에 의해 움직이는 기계뭉치가 아니다. 탑승자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 온갖 다양한 전자제어장치(Electronic Control Unit, ECU)가 거미줄처럼 깔려 있는 첨단기술의 집약체다.
가령 엔진을 예로 들어보자. 엔진은 어떻게 작동하느냐에 따라 그 성능이 달라진다. 엔진에 투입되는 공기의 양에 따라 연료의 양도 조절되어야 한다. 특히 시동을 걸 때는 더 많은 연료가 투입된다. 투입된 연료에 불을 붙이는 타이밍도 중요하다. 실린더가 가장 높이 올라왔을 때 연료를 점화시켜야 많은 출력을 낼 수 있다. 또 와이퍼나 에어컨 등이 작동할 경우에는 엔진의 회전속도 역시 달라진다. 자동차의 심장과도 같은 이 엔진에 ECU라는 두뇌를 달아주면 호랑이가 날개를 단 격이 된다. ECU는 엔진의 상태나 회전속도, 점화타이밍 등을 자동으로 체크하여 공회전과 노킹현상을 방지하고 엔진이 최대의 연비를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렇다면 이렇게 똑소리 나는 ECU가 차량 한 대에 과연 몇 개나 들어갈까? 국산차량 중 최고급으로 꼽히는 현대 에쿠스의 경우 무려 47개의 ECU가 탑재된다. 여기에 들어가는 반도체만 약 1000여 개 정도다. 그야말로 걸어다니는 컴퓨터가 따로 없다.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휴대폰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CPU나 메모리, OS 등이 휴대폰을 고르는 기준이 되었듯, 이제 디자인이나 인테리어, 가격이 차를 고르는 기준이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얼마나 뛰어난 ECU가 장착되었느냐가 차를 고르는 기준이 된 것이다.


 
 


SF 속 스마트카를 몰 날이 멀지 않았다!!

자율주행 기능...스마트카의 핵심기술이다. 먼저 레이더, 비디오 카메라, 레이저센서, GPS 등이 차량의 위치와 상태를 파악하고, 주변의 사람과 사물 등의 정보를 수집해 컴퓨터로 전송한다. 컴퓨터는 이를 바탕으로 안전한 주행경로를 생성하고, 엔진과 핸들 등을 동작시켜 차를 움직인다. 물론 차량을 안정감 있게 움직이는 제어기술 또한 필요하며 이 모든 절차를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하는 만큼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처리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가능성이 큰 만큼 해결할 과제도 많은 스마트카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스마트카는 더 이상 SF 영화나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도 기상천외한 스마트카 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지만, 그만큼 극복해야 할 문제점도 산적해 있다. 차가 알아서 움직이는 이른바 자율주행을 하려면 가속이나 감속, 정지, 회피, 차선변경, 신호감지 등을 원활하게 판단하여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또 갑자기 앞에서 사고가 발생하거나 경찰관이 나타나 교통을 통제할 경우, 비나 눈 등의 악천후 등 돌발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도 프로그램해 줘야 한다. 여전히 비싼 비용도 문제다. 구글이 개발한 무인자동차의 현재 가격은 약 15만 달러, 우리 돈 1억 5,600만 원을 훌쩍 넘는다. 웬만한 고급승용차 한 대와 맞먹는 가격이다.
기술적인 문제가 극복되고 가격이 내려오더라도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다. 만약 스마트카가 인명사고를 일으킨다면 제조사와 탑승자 중 누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인지도 논란거리다. 산업 전반에도 큰 변혁이 일어날 것이다. 자동차의 등장으로 대장장이나 마부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컴퓨터의 등장으로 타이피스트나 타자기 수리공이 설 곳을 잃었다. 스마트카가 나올 경우 운전강사, 대리운전 기사, 자동차보험 설계사 등도 사라지는 등 업계에도 큰 파장이 일어날 것이다. 심지어 모든 차가 스마트카로 대체되면 굳이 차를 소유할 필요가 없어져 자동차의 생산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또 최근 무인기의 사례에서 보듯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7월 경제 전문지 <포브스Forbes>는 보안전문가 2명을 고용해 차량의 핸들과 GPS를 무력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만약 이 차가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중이었다면? 생각하기조차 싫은 일이다.

어쨌거나 스마트카는 우리 곁에 현실로 성큼 다가와 있다. 자동차는 이제 더 이상 이동수단이 아닌, 움직이는 사무실 내지는 여가공간으로도 사용될 것이다. 세계의 대도시는 하나같이 고질적인 교통체증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출퇴근에 소요하는 시간은 평균 53분, 이 시간을 업무나 여가에 할애한다면 우리 삶의 질과 밀도는 훨씬 높아질 것이다.
물론 앞으로 우리 상상을 초월할 어떤 새로운 자동차가 등장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백 투 더 퓨처>의 한 장면처럼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나올지도 모른다. 우리의 상상력이 어떻게 현실로 나타날지 상상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물론 그 기술을 인류의 생활에 유익하도록 활용하는 마인드가 뒷받침되어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도움말 | 홍성수(한국자동차공학회 사업이사), 신명옥(서울대 지능형자동차IT 연구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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