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흥식 교수의 <생물학적 인간> 강의노트

 
 
<우선순위 영단어>처럼 우리 몸의 장기에도 우선순위가 있다?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장기臟器는 어느 것일까요? 물론 신체 어느 곳이나 병이 나면 건강을 해치거나 심지어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만큼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장기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스마트폰에 케이스를 덧씌움으로써 고가, 고성능의 장비인 스마트폰을 보호합니다. 이 기준으로 장기의 서열을 매긴다면 1위는 뇌와 척수, 2위는 심장과 허파, 3위는 간과 콩팥이 아닐까 합니다.
서열 1위인 뇌와 척수는 인체에서 가장 단단한 뼈인 머리뼈와 등뼈로 보호받고 있습니다. 특히 뇌는 머리카락-머리피부-두개골-뇌척수액으로 이어지는 철통의 4중 방어막을 자랑합니다. 2위인 심장과 허파는 감옥의 창살을 연상케 하는 촘촘한 갈비뼈와 갈비살 속에 자리잡고 있지요. 뇌만큼은 아니지만 비교적 심장과 허파를 안전하게 보호합니다. 3위인 간과 콩팥은 복강腹腔의 윗부분에 있어 일부는 갈비뼈의 보호를, 나머지는 복근의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서열이 가장 낮은 장기는 어디일까요? 바로 피부입니다. 피부는 인체의 가장 외곽을 지키는 파수꾼 노릇을 하느라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합니다. 이렇게 각 장기가 우리 몸에 놓여 있는 위치를 깊이 생각해 보면 뭔가 심오하고 철학적인 원리가 깃들어 있음을 알 수 있지 않습니까?

‘미련곰탱이’는 곰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말
곰의 생태를 자세히 살펴보면 얼마나 지혜롭고 놀라운 동물인지 모릅니다. 먹을 것이 없는 겨울을 나기 위해 곰은 겨울잠을 자는데요. 겨울잠을 자는 동안 심박수를 떨어뜨림으로써 몸이 소비하는 산소량을 최소한으로 줄입니다. 대소변도 보지 않고 그야말로 죽은 듯이 잠을 잡니다. 서너 달을 아무것도 먹지 않고 버티려면 그 전에 에너지를 많이 비축해 둬야겠지요? 그래서 곰은 생선도 살코기는 놔두고 껍질만 먹어 피하지방을 섭취함으로써 체중을 평상시보다 적게는 3,40%, 많게는 50% 더 찌웁니다. 그렇게 비만해져도 고혈압, 심근경색, 당뇨병 등 혈관계질환이 전혀 없습니다. 놀라운 일이지요? 그래서 혈관계질환을 연구하는 전 세계의 생리의학자들이 그 메커니즘을 규명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또 곰은 호랑이와 사자와 싸워도 지지 않을 만큼 전투력도 강합니다. 곰은 이처럼 강력한 생존체계를 갖춘 동물입니다.

 
 

혈액형은 성격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A형은 소심하고 B형은 까칠하다’는 식으로 혈액형에 따라 성격을 분류하는 것을 우리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최초로 혈액형과 성격을 관련지어 연구한 사람들은 일본의 스즈키 요시마사라는 영문학자와 노미 마사히코라는 방송작가로, 이들은 각각 <혈액형 심리학 ABO>, <혈액형 인생론>이란 책을 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하면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혈액형과 성격을 맹목적으로 연결 짓지 않습니다. 남미에 가면 대부분의 사람이 O형입니다. 잉카 제국이 멸망했던 것도 O형에 치명적인 전염병이 원인이었다는 주장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특히 과테말라는 국민의 95%가 O형입니다. 혈액형에 따라 성격이 결정된다면 과테말라 국민들은 거의 모두가 성격이 비슷해야겠지요? 혈액형과 성격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O형 혈액은 누구에게나 수혈해 줄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것입니다. A형 혈액을 O 형에게 수혈하지 못하는 이유는 A형 적혈구가 항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O형 혈액은 항원이 없으며 항체의 농도가 낮기 때문에 비교적 적은 양을 다른 혈액형에게 수혈해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량을 수혈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공룡은 과연 변온동물이었을까?
악어나 도마뱀, 거북이 등 파충류는 대부분 배를 땅에 대고 다니며 다리는 옆으로 벌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공룡은 코끼리나 사슴처럼 둥근 몸통을 갖고 있으며, 큰 것은 길이가 수십 미터에 이르는 것도 있습니다. 흔히 공룡을 파충류 즉 변온동물이었다고 하는데, 만약 그랬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도마뱀처럼 밤새 식었던 몸을 덥히려면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입니다. 어쩌면 해질녘이 되도록 제대로 체온을 올리지 못했을지도 모르겠군요. 이런 이유로 공룡이 변온동물이 아닌 온혈동물이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근에 발견된 공룡화석의 심장구조가 온혈동물과 같은 2심방 2심실이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해 줍니다.

나흥식 교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사진 | 홍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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