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120콜센터만큼 빠른 업무 처리능력으로 ‘정무 120’이란 별명으로 불렸던 전 서울시 여성 최초 정무부시장 조은희 씨. 하루 문자 200개, 휴대폰 배터리 3~4개도 모자랄 만큼 소통이 많았던 그녀의 또 다른 별명은 ‘불도저’다. 또한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상대의 장점을 빠르게 캐치해내어 그녀 자신의 장점에 융합하여, 윈윈윈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내는 데 탁월하다.
조은희 서초구청장 후보가 20대에 남과 다르게 살아온 젊은 날의 노트를 펼쳐본다.

 
 
<영남일보> 기자, <경향신문> 기자, 청와대 비서관, <우먼 타임즈> 편집국장, 전업주부, 한양대 겸임교수, 양성평등실현연합 공동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 서울시 정무 부시장, 세종대 초빙교수, 서초구청장 후보.
쾌활하고 섬세함이 묻어나는 목소리의 주인공 조은희 서초구청장 후보가 경험해온 직업은 다양하다. 두 번째 만남에서 그녀의 경험담을 듣노라니, 한편의 드라마처럼 그녀가 달려간 넓은 직업 세계의 스펙트럼이 눈앞에 펼쳐졌다. <투머로우>의 독자 1727세대들이 누구나 꿈꾸고 한번쯤 생각해본 다양한 직업을 직접 경험한 조은희 후보의 이력은 화려했다. 하지만 조 후보는 자신의 화려해 보이는 이력 이면에 막막하고 어려웠던 순간들을 잊지 못한다고 고백한다. 특히 2,30대에 그녀가 삶의 토대와 기본을 닦는 시간은 어떤 순간보다 중요했다. 특별한 멘토가 없었던 어린 시절,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어서 미래의 로드맵조차 제대로 그려볼 수 없었던 그녀에게 ‘여류가 되거라, 솥뚜껑 운전만 하지 말라’는 부모님의 당부는 늘 뇌리에 박혀 있었다. 27살에 당시 판사이던 남편을 만나 결혼했던 조 후보는 대학교수를 꿈꿨지만 아이를 낳고 보니 사회에서 여성이 홀로 설 수 있는 길이 바늘구멍처럼 좁다는 현실을 발견한다.
“앞길이 막막했었죠. 옆집에 사는 친구에게 아이를 맡겨놓고 박사 과정 시험을 보러 가기도 했습니다. 아이가 자는 걸 보고 살짝 밖으로 나왔다가 집에 돌아가 보면 아이가 새파랗게 질려 울고 있는 걸 볼 때도 많았습니다.”
아픈 마음을 잠시 뒤로하고 공부에 전념하려 했지만 그녀는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한 그때에 조 후보의 인생에 전환점의 기회가 찾아왔다. 병실에서 우연히 <영남일보> 신문기자 모집 광고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인생을 한번 바꿔봐야겠다고 의지를 갖게 된 그녀는 무엇보다 결혼 여부, 나이 제한 없이 선발하는 지방 신문사의 기자직에 매력을 느꼈다.

성장의 발판은 기본기다
신문사 현장에서의 일은 녹록하지만은 않았다.
“제 또래인 사람들은 이미 선임기자로 활동하고 있었어요. 선배 기자들이 전화 인터뷰 내용을 불러 줄 때 저는 수기로 인터뷰 내용을 일일이 받아 적어야만 했죠. 그 일만 1년 했어요. 정말 힘든 시간이었지만 다른 기자들이 가진 장점과 문체를 흡수하고 배웠습니다. 그 결과 제가 취재 기사를 쓸 기회가 왔을 때는 많은 애독자가 생겼습니다.”
지방 신문이라 해도 입사 경쟁률은 100:1. 그녀는 세찬 경쟁을 뚫고 들어간 그곳에서 기자이자, 엄마, 아내, 며느리 역할을 병행해야만 했다.
“1년이 지나니까 남편이 외로워서 못 견디겠다고 말하더군요. 편집부장님에게 편지를 썼어요. 그 당시 지방선거 때 지방 의회 제도가 처음 도입됐는데, 지방선거 열기가 들불처럼 일어날 것을 예상하고 제가 서울 지사로 가서 취재해 보겠다고 편지를 썼어요. 당시 서울지사에는 남성을 보내는 게 관례였는데 <영남일보> 생긴 이래로 처음으로 여성기자가 정치부에 갔지요.” 
잘못되면 그만둬야 하는 첫 위기를 넘긴 그녀지만 다시 존재감 없는 언론인을 향한 냉담한 시선을 견뎌야만 했다. 그녀는 밑바닥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당시 참으로 열심을 냈다고 회상한다.
“지방지 기자가 무엇을 하기 위해서는 뭔가 남달라야 했어요. 남이 하는 만큼 노력해서는 성과를 이룰 수가 없어요. 그래서 남이 생각하지 못한 것을 생각해내는 남보다 한발 앞선 사고력만이 뭔가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죠. 당시 5공 청산을 위한 보궐 선거가 전국적으로 이슈였어요. 국회의원직을 사퇴당한 정호영 씨가 샌프란시스코 인근 산호세에 있다는 걸 알아냈어요. 그일을 취재하려고 개인적으로
3일 휴가를 내고 산호세까지 날아갔는데, 정호영 씨는 이미 다른 곳으로 이동하신 후였죠. 당시 저는
20대 후반이었는데 겁 없이 갔지만 무서웠어요. 미국의 아파트는 일찍 불을 끄기 때문에 빨리 컴컴해지는데 아파트 앞에서 쪼그려 앉아 다음날까지 기다렸죠. 다음날이 어버이 날이었는데, 밤새 아파트를 지켰지만 그는 나타나지 않았고, 부인을 만나 카페에서 잠시 대화할 수 있었어요. 그날 숙소로 돌아와서 펑펑 울었습니다. 노력하는 일이 당장에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것에 속상했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그때 가장 서러워서 울어봤습니다. 그렇게 정 의원과는 대면하지 못한 채 한국으로 돌아왔고, <영남일보>에는 기사를 낼 수 없었어요. 부인과 나눈 대화를 정리해서 <경향신문> 주말판에 개제했는데 <경향신문>편집장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그녀가 흘린 눈물은 바닥까지 내려간 실망감 때문이었지만, 오히려 그런 어려움 속에서 기회는 꽃피고 있었던 것이다. 경향신문사의 편집장에게서 스카웃 제의를 받고 그녀는 더 넓은 세계를 만나게 됐다.

 
 

조 기자, 괌까지 달려가다
“남들과 똑같이 하면 핸디캡은 절대 극복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대선에서 세 번 실패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계 복귀 가능성이 이슈였기 때문에 이 점에 주목했습니다.”
조 후보의 불도저 성품이 발현된 괌 취재 전말은 이러하다. 그 당시 괌에 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조 후보는 사비로 날아갔다. 새벽 비행기에서 내린 그녀는 괌 공항에서 동트기를 기다렸다가 여러 호텔로 일일이 전화를 돌려 확인했다. 그래서 김 전 대통령의 거처를 어렵게 파악한 그녀는 호텔 방으로 찾아가서 문을 두드렸다. 문 앞에 여성 기자가 서 있는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 김 전 대통령은 귀국 준비로 짐을 싸고 있던 중이었다.
“그때 얻은 교훈이 있습니다. 연륜이 깊은 사람들은 인연의 유무와 상관없이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기회를 준다는 점입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저는 기사를 써내 특종상에 출장비까지 받는 영광을 누렸죠.”
가정주부에서 출발한 그녀는 여성이 쉽게 출입할 수 없었던 행사장에도 잠복 취재한 적이 있었다. 그렇게 그녀의 마음 창고에는 몸소 부딪쳐 얻은 경험의 알곡들이 빼곡히 들어 있었다. 포기하지 않는 악바리 근성으로 점점 ‘특종기자’로 이름을 날렸다.

부시장의 여성 행복 프로젝트
조 후보가 서울시 정무 부시장을 맡고 있을 때였다. 조직에서는 적시적소에 사람을 배치하는 인사가 가장 중요한 법. 그녀는 사람들이 가진 성향에 맞춰 일을 효율적으로 해낼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리더십을
발휘해야만 했다. 
“일에 대해 판단력이 빠른 저는 여러 가지 복잡한 업무 속에서 가장 빨리, 가장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왔습니다. 만약 조직의 상위층에서 1도가 기울어지면 아래로 내려올수록 각도가 엄청나게 틀어집니다. 그러니까 아랫사람들이 아무리 열심히 일하더라도, 방향을 잘 잡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전체 틀을 잘 잡아내고, 그 다음 인사 배치가 매우 중요하죠.”
서울 부시장으로 근무할 때 조 후보는 ‘여성 행복 프로젝트’를 성공시켜달라는 미션을 받아서 ‘여행 프로젝트’라는 업무를 진행시켜야만 했다. 그런데 관련 실·국장의 협조가 없다면 100% 실패하는 상황이었기에 그들의 능력을 100% 이끌어내야 하는 관건이 남아있었다. 그녀는 지난 날 어떻게 지혜를 발휘해서 그 일을 해결했는지 이야기했다.
“경진대회를 기획했죠. 실·국장 경진대회와 자체 경진대회 두 가지를 진행하면서 1, 2, 3등의 우수한 성적을 얻은 곳에는 인센티브를 주어 그들의 열정을 자극했습니다.”  
1차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은 상대를 이해하기보다 탓하기가 더 쉽다. 하지만 조 후보는 그럴 시간에 문제의 해결점을 찾아내는 과정을 통해 ‘오늘의 어려움이 내일의 기회가 된다’는 진리를 발견했다. 조 후보는 말한다.
‘사람들은 제가 평탄하게 인생을 걸었겠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남모를 좌절과 아이를 키우면서 겪은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나를 성장하게 했다’고.
웬만한 일로는 다른 사람과 갈등하지 않는다는 그녀 특유의 친화력과 낙천적인 성격은 무슨 일을 하든 상대를 이해하고 장점을 배우고자 하는 자세 때문이다. 그 결과 지난 날 몸에 밴 도전정신으로 상대와 자신의 장점을 서로 윈윈윈해내는 덧셈 정치를 할 수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녀 자신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일단 부딪쳤던 과정 속에서 성장과 성공이라는 과실까지 얻게 된 것이다.

▲ 1.자원봉사 나눔장터에서 2.가족한마당잔치 서울광장에서 3.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MOU 체결 4.시애틀 워싱턴주지사 면담 4. 2010년, 핑크 리본 마라톤 대회.유방암은 국내 여성암 발생률 중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연간 6.8%씩 증가한다. 적극적인 조기 검진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 1.자원봉사 나눔장터에서 2.가족한마당잔치 서울광장에서 3.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MOU 체결 4.시애틀 워싱턴주지사 면담 4. 2010년, 핑크 리본 마라톤 대회.유방암은 국내 여성암 발생률 중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연간 6.8%씩 증가한다. 적극적인 조기 검진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한국 사회를 조명한 ‘외면적 성장, 내면적 부실’
얼마 전 안타깝게도 꽃다운 젊은이들을 잃은 세월호 사건은 전국에 애도의 물결을 일으켜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사회 여러 곳에서 ‘기본적인 것에 충실하는 마인드가 결여된 사고’라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리더의 결정은 조직을 살리기도 하고, 와해시킬 수도 있다. 리더란 일어날 수 있는 사고 현장에서도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자리이다. 그는 차세대 리더인
<투머로우> 독자에게 당부한다. 
“어떤 일이든지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습니다. 좋은 점이 더 많으면 선택하고 나쁜 점은 개선하면서 가는 것입니다. 20대 젊은이들이 직업을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을 때 좋은 점이 조금이라도 더 많다면 선택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세상에는 100% 다 좋은 것이 있을 순 없기 때문에, 친구를 사귀어도 좋은 점이 한 가지라도 더 있다면 상대의 부족한 점을 감싸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에서도 마찬가지죠. 어린 시절 저 역시 이 말씀을 들었고, 오랫동안 새기고 명심하고 있어요.”

인물사진 | 홍수정 기자  
사진제공 | 서초구청장 후보 조은희 선거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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