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성년의식으로 본 ‘어른의 의미’

어느새 만 20세. 입시 공부와 스펙 쌓기만 해 온 것 같은데, 주변으로부터 ‘어른이 됐다’며 축하 인사를 받는다. 멋진 기념품에 둘러싸여 즐거워하는 사이 사회적 의무도 주어진다.  ‘어른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장차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이 밀려온다. 잠시 마음을 비우고 ‘성년의 날’에 대해 상고하자. 이제는 성숙한 사고思考를 하며 사회구성원 역할을 해야 한다. 본지가 기획한 ‘해외 각국의 성년식’ 모습이 성찰의 기회를 열기 바란다. 

 
 
Asia   ‘비움의 미덕을 일깨우다’, 미얀마의 신쀼
불교의 나라 미얀마는 ‘신쀼’라고 하여 성인식도 일종의 득도식(승려가 되는 의식)으로 치른다. 12세에서 20세 사이 학생들이 붓다가 왕위를 버리고 출가하는 모습을 재연한다. 경제 사정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의 부모가 집 앞에 궁궐을 축소한 작은 모형 집을 차리고 전날 밤 승려와 친척, 지인을 초대해 음식을 대접한다. 성년식의 주인공들은 성별에 따라 왕자 혹은 공주 복장으로 치장 후, 흰말을 타고 친척과 이웃에게 인사를 다닌다. 마지막 순서로 삭발식을 치르는데, 이는 사원에서 승려생활을 체험하기 위해서다.
종교적인 특성이 강한 미얀마에서는 젊은이들이 이 의식을 거쳐야만 성인으로 인정받는다. 가난한 가정도 신쀼만큼은 성대하게 치를 정도. 

Africa   ‘고통을 인내하다’, 마사이족의 할례
아프리카 성인식은 부족의 일원으로서 다른 부족과 겨룰 수 있는 강인함을 요구한다. 남녀 모두 육체적 고통을 감내하며 성기 절제 수술인 ‘할례’를 행한다. 또 칼과 송곳 등 날카로운 물건으로 신체 여섯 곳에 상처를 낸다. 회복되면 삭발을 하는데, 머리칼이 자라야 비로소 ‘모란(부족의 전사)’으로 인정받는다. 

 
 
Europe   ‘정신연령을 검증받다’, 유럽의 성년선고成年宣告제
유럽의 국민들은 성년이 되었음을 신고申告하지 않는다. 국가가 개개인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평가해서 성인이 됐음을 선고宣告한다. 독일과 스위스의 공식적인 선고 나이는 21세이지만, 정신연령을 측정해 18세부터 성년선고를 한다. 프랑스는 15세부터 청소년들의 독립을 보장한다. 결혼했다면 나이와 무관하게 성인으로 인정한다. 네덜란드는 보통 23세 때 성년선고를 하지만, 이전에 성년선고를 받은 학생은 20세 미만이라도 결혼할 수 있다.

Middle East   ‘역사의식과 지혜를 익히다’, 이스라엘의 바 미츠바
이스라엘의 학생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이른 나이인 13세에 성인식을 치른다. 유대인은 13세를 결코 어린 나이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영적인 감각, 판단력, 지각력을 갖췄다고 여겨서 유대민족의 일원으로 신앙심과 책임감이 요구된다. 성인식인 바 미츠바Bar Mitzvah는 통곡의 벽에서 치러진다. 이스라엘 거주민은 물론, 해외의 유대인도 자녀의 성인식을 위해 이곳을 찾는다. 아버지는 의례가 끝나면 자녀를 회당으로 데리고 가 3,50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 유대민족의 태동과 구원을 설명해준다. 성인식을 치르는 이스라엘 학생들은 몇 시간에 걸쳐 이를 암기한다.    

 
 
Oceania   ‘도전의식을 갖다’, 남태평양 펜타코스트의 번지점프
남태평양의 섬나라인 바누아투. 이 중 펜타코스트 섬의 원주민은 체력과 담력을 성인의 자격으로 꼽는다. 이에 청소년들이 일정한 나이에 이르면 포도넝쿨이나 칡뿌리 등을 발목에 감고 30m 높이의 탑에서 뛰어내린다. 그야말로 생사를 건 도전. 오늘날의 번지점프로 발전한 이 의식은 옛날 이 나라의 공주가 포악한 남편에게 쫓겨 절벽에서 넝쿨로 몸을 묶고 뛰어내린 것에서 유래됐다. 이후 부족의 여성들이 남성에게 자신의 우월성을 표현할 때 통과의례로 애용됐다. 

Oceania   ‘품위와 사교성을 뽐내다’, 호주 성년 무도회 
호주 청소년들은 성년이 되어 지켜야 하는 규범과 책임감, 의무 등을 평소 공교육으로 습득한다. ‘성년의 날’ 당일에는 지역 유지를 비롯한 학부형과 친족, 지인들을 초청, 가벼운 성년 무도회를 연다. 17세부터 19세 사이의 소녀들이 흰 드레스를 입고 진주 목걸이로 치장한다. 마음에 드는 청년에게 춤을 신청하고 왈츠에 맞춰 춤을 춘다.

 
 
우리나라의 성년의 날
매년 5월 셋째 주 월요일이다. 만 20세 젊은이들이 일정한 성인이 되었음을 알린다. 대학, 향교, 공공기관 등에서 조선 시대 전통방식으로 성년의례를 개최한다. 젊은이 대부분은 특별한 기념식 없이 장미, 향수, 속옷 등을 선물로 주고받는다. 요즘은 ‘성년의 날’을 상업적으로 겨냥한 제품이 홍수를 이뤄서 오히려 본래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장미와 향수 선물은 각각 ‘예쁘게 자란 것을 축하하다’와 ‘향기로운 사람으로 오래 기억돼라’는 의미이다. 

95년생, 무엇이 달라지나?
완전한 행위능력자로 법적으로 경제적 독립이 가능해진다.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에 사회에서 근로 자격도 부여한다. 부모님의 동의 없이도 신용카드와 휴대폰 가입, 혼인 등이 가능하다. 주민등록번호를 통해 전자 민원 행정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정부부처에 민원을 제기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만 25세에 이르면 국회의원 선거에도 출마할 수 있다.


 디자인 | 이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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