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성장해도 가계 몫으로 돌아오는 소득은 점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이 꼴찌 수준이다.

21일 정부와 한국은행의 통계를 종합하면, 기업(법인)의 가처분소득은 최근 5년 사이 80.4% 늘었다. 연평균 16% 이상 소득이 늘어난 셈이다. 반면 가계의 가처분소득은 26.5% 증가하는 데 그치면서 연평균 5.3% 증가했다. 기업의 3분의 1수준에 그쳤다.

전체 국민 소득에서 기업과 정부 몫을 제외한 가계의 1인당 소득(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은 1만5000달러 수준에 그쳤다. PGDI는 세금과 4대 사회보험료를 빼고 개인이 실제로 지출할 수 있는 돈을 말한다.

이 수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와 비교해도 상당히 낮다. 2012년 기준으로 OECD 회원국의 GNI 대비 PGDI 비중을 분석한 한은의 자료를 보면, 통계 비교가 가능한 21개국의 평균치는 62.6%였다. 우리나라는 16위에 머물렀다.

원인은 기업이 돈을 더 벌더라도 늘어난 소득만큼 월급을 올려주지 않은 때문이다. 돈을 버는 기업이 배당과 임금을 늘려야 가계소득 증가→소비 확대→투자 증가 등 경제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는데 이런 고리가 끊어진 셈이다.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면 고용이 늘어나면서 가계소득이 증가하는 구조도 허물어진 상태다.

같은 기간에 상용근로자와 임시일용근로자의 임금은 월평균 약 256만9천원에서 311만1천원으로 21.1% 늘었다. 한해 평균 4.2%꼴이다. 이 가운데 상용근로자의 임금은 한해 평균 3.5% 늘었다.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이 평균 2.8%였던 것을 고려하면 실질 임금 상승률은 거의 0%대에 머문 셈이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이 임금 많이 주고 고용 늘리면 되지만 이는 정부가 정책으로 할 수 없는 문제"라며 "대기업이 돈을 쌓아놓지 말고 근로자의 88%가 속한 중소기업에 정당한 몫을 주도록 하는 게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핵심 개혁과제로 내세운 최저임금제를 한국도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지난 10년간 미국과 유럽이 가계 소득을 높여 국민 삶의 질에 가장 긍정적 효과를 미친 게 최저임금 인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 정책이 단순히 고용의 양을 늘리는 게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 등 고용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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