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독서대회 수상자, 고예희, 최현지

인문교양 서적을 읽어야 하는 중요성을 알지만 막상 그 어려운 책들에 빠져들기에는 쉽지 않다. 이화여대 교양교육원에서 주최한 ‘2014년 이화인 독서대회’ 1,2등을 수상한 이들을 만나 ‘어려운 인문교양서 읽는 법’에 대해서 들었다.

▲ 독서대회 1등을 수상한 고예희(좌) 씨는 올해 졸업 후 대학원에서 경영학의 인사소집 분야를 공부하고 있다. 인문학 독서를 통해 인간의 심성과 본성을 조금씩 알아가며 이분법적으로 사고하는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기업을 경영해야 할지 고민한다. 2등 수상자 최현지(우) 씨는 정치외교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며 고등학교 때부터 기록해온 읽고 싶은 책 목록을 아직도 기록 중이며 책도 계속해서 읽어나가고 있다. 작가가 책에서 나타내는 주제에 대해 깊이 공감할 줄 알며 인문철학 독서도 즐긴다.
▲ 독서대회 1등을 수상한 고예희(좌) 씨는 올해 졸업 후 대학원에서 경영학의 인사소집 분야를 공부하고 있다. 인문학 독서를 통해 인간의 심성과 본성을 조금씩 알아가며 이분법적으로 사고하는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기업을 경영해야 할지 고민한다. 2등 수상자 최현지(우) 씨는 정치외교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며 고등학교 때부터 기록해온 읽고 싶은 책 목록을 아직도 기록 중이며 책도 계속해서 읽어나가고 있다. 작가가 책에서 나타내는 주제에 대해 깊이 공감할 줄 알며 인문철학 독서도 즐긴다.
독서대회에서 수상한 것 축하합니다. 독서대회에서 상을 타기까지 대학생활 동안 어떻게 독서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고예희 대학교에 입학한 후 제 독서 스타일이 많이 달라졌어요. 중고등학교 때는 학교공부와 학원 다니느라 바빴기 때문에 책도 자연히 교과서에 실리는 문학 위주로 읽었죠. 지문에 출제되는 단편적인 부분만 읽다보니 제가 무슨 책을 읽었는지도 모르겠더라고요. 대학생이 되고부터는 제가 하고 싶은 공부를 설계할 수 있으니까 독서도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뀌었어요.
최현지 저도 고등학교 때 원하는 책을 읽지 못하기 때문에 추천도서 목록이나 청소년들이 읽어야 하는 필수도서들을 습관적으로 적어왔어요. 대학교 가면 읽어야지 했던 도서들을 정말 대학생이 돼서 하나씩 읽어가게 됐죠. 그리고 읽었던 책 중에 재미가 생기면 그 책의 작가가 썼던 또 다른 책들을 찾아서 읽었어요.

학기 중에는 어떤 책을 읽습니까?
고예희 저는 경영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서점에 가서 경제경영 관련 서적을 훑어봐요. 꼭 과제 때문이 아니더라도 현재 핫토픽이 무엇인지 책들을 잠깐씩 훑어보기도 했어요. 그리고 전공이 아닌 필수과목으로 들어야하는 교양수업 때는 관련 책을 찾는 것이 재미있었어요. 교수님이 수업시간에 읽어두면 좋다고 하신 참고서적들을 적어두었다가 학기 중에는 읽을 수 없으니까 방학 때 찾아서 읽는 거예요. ‘현대 물리학과 사고의 변혁’ 수업 때는 제가 모르는 분야를 조금 더 알고 싶어서 참고서적들을 뒤졌고 양자역학이라는 것도 조금 알았어요. ‘현대 미술사’ 수업 때는 책을 읽다보니 미술관도 직접 찾아가게 되고 이제는 저의 취미 중 하나가 됐어요. 교양 수업에서 말 그대로 교양을 배웠죠.
최현지 저는 철학을 복수전공하면서 인문학을 좋아하게 됐어요. 수업시간에 원문으로 된 책으로 공부할 때마다 굉장히 어렵고 생경한 개념들이 많아서 혼란스러울 때가 많았어요. 관련 서적들을 찾아서 읽다보니 작가들이 책을 통해서 말하는 것을 나에게 어떻게 적용시킬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됐어요. 다른 시대, 다른 문화권에 살았던 사람들이 적은 글이 현재를 살아가는 나에게도 공감 가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 무척 신기했어요. 2학년 ‘실존철학’ 수업 때 니체가 ‘주체가 되어서 살라, 물질주의에 매몰되지 말고 자아를 찾아라’라고 주장했다는 내용을 읽고 엄청 놀랐거든요.
고예희 매일 바쁘고 정신없는 일상을 살다가 인문철학서적을 읽으면 제 마음 중심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아요. 실제로 중간·기말 시험 보고 스펙관리 하다보면 목표치에 닿지 않는 나 자신이 무척 작아지는 것을 느껴요.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살면서 작은 실수들로 주눅 들어 있던 내 자신에게서 얽매이지 않고 인간이라는 객체가 돼서 질문을 던지고 답하게 되요.
최현지 저는 주로 좋아하는 작가의 에세이를 읽어요. 자신의 단점이나 부끄러운 기억도 기록된 에세이를 읽다보면 책 속의 작가와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는 기분이에요. 그래서 제 약점에 대해서 위안을 받기도 해요. 김동원, 김훈 작가님 그리고 장영희 교수님 책도 좋아했는데 읽으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들이에요. 좋은 구절은 따로 적어놓기도 해요.

 
 
‘2014년 이대인 독서대회’ 때는 무슨 책을 읽었습니까?
고예희 대회 지정도서 목록 중 테리 이글턴의 <신을 옹호하다>가 무척 끌렸어요. 책이 다른 책에 비해 얇은 편이었지만 얇은 만큼 어려운 책이었죠. 책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구입하자마자 바로 읽기 시작했는데 처음에 ‘잘못 걸렸다!’하고 생각했어요. 한 문장을 읽을 때마다 이해하기 어려워서 생각을 깊이 하면서 읽어야 했어요. 저는 글이 이해되지 않을 때는 쉽게 넘어가지 못하고 내용이 제 머릿속에 정리될 때까지 한 가지 책을 천천히 읽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이 책을 한 번밖에 읽지 못했지만 생각하는 시간이 무척 길었죠.
책을 읽으면서 신이란 흥미로운 주제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교회를 다녀서 신의 존재를 믿지만 이 책에서는 신의 존재를 부인하는 유물론자가 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어요. 특히나 미국에서 유신론과 무신론의 저명한 학자들이 서로를 맹공격하며 팽배하게 맞서는데 책에서는 무신론자가 신을 옹호하는 것 자체가 신선했죠. 무신론자들은 신이 있는 것을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신이 없다고 해요. 하지만 책에서는 신의 존재를 믿으니까 신이 있다고 말하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말장난 같아 보여도 논리를 이끌어가는 관점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정말 신선하고 재미있는 내용이었죠.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그 믿음이라는 것의 우리 삶의 근본을 지탱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요.
최현지 미셸 푸코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를 골랐어요. 르네 마그리트의 유명한 <파이프 데셍>을 매개로 삼아 초현실주의를 평론화한 얇은 책인데 제가 좋아하는 마그리트 그림을 주제로 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 싶어서 선택했어요. 하지만 책을 여러 번 읽어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아서 다른 문헌을 참고하지 않고 이 책만 읽는 것은 매우 어려웠죠. 읽는 과정에서 책 속의 구절과 문단 전체를 직접 적어두기도 하고, 적어둔 구절에서 파생된 저의 생각과 의문들도 모두 기록했습니다. 그때서야 조금씩 내용이 제 머릿속에서 정리되어 갔고 제 경험과도 연결 지어 생각도 할 수 있었어요.
마그리트가 파이프 그림을 그려놓고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적은 것은 인간의 이미지와 문자 인식 과정에 대해서 마그리트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제 주관으로 잘 이해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푸코는 이 사물 자체를 말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우리는 이 사물을 어떻게든 제한된 사고 안에서 인식하려 하고 마치 그것이 본질인 양 단언하고 빨리 정의를 내린다는 것이죠. 우리 삶속에서 그런 태도는 너무나 잘 나타나기 때문에 현실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평했어요.

독서대회에서 수상할 수 있었던 독서방법을 소개해주세요.
고예희 글을 잘 쓰는 대회였다면 저는 수상할 수 없었을 거예요. 심사위원분들께서 학생의 입장에서 책에 대해서 진중하게 고민해서 적은 것을 눈여겨보시고 주신 상이래요.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평소 책을 읽으면서 제 경험과 지식에 비추어보고 공감이 되는 부분과 반문하게 되는 부분들을 책을 읽은 친구들과 함께 의견을 나누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대회 후에는 책을 이해할 수 있는 제 생각 범위를 넓히려고 더 많은 책들을 읽으려고 노력중이에요. 글을 잘 쓰고 싶은데 책을 50%밖에 이해하지 못해서 답답한 글밖에 나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독서대회 끝나고부터 친구들과 ‘바우깨대(바나나 우유와 깨어있는 대학생)’라는 독서그룹을 다른 대학친구와 만들었어요. 친구가 바나나우유를 친구들한테 주면서 이 모임 들어오라고 해서 만들어졌어요. 제가 대학원 때문에 바빠서 요즘에는 가지 못하고 있지만 어려운 책을 친구들과 정해서 읽고 토론하는 것이 아주 좋은 방법 같아요.
최현지 저도 방학 때 책읽기 소모임을 했어요. 친구들끼리 자기가 읽고 싶은 책 목록을 장르 구분 없이 만들어서 자기가 추천한 책에 대해서 발제를 하는 거예요. 프린트로 나눠준 발제를 가지고 이 책은 어떤 책이다 하고 토론했어요. 디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에서 나오는 주인공은 인간에 대한 불신과 공포를 감추고 살아가고 타인이 바라는 웃음을 주는 광대 짓을 하다가 누구와도 진정한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는 인물이었어요. 우리는 책을 읽고 주인공이 이상하다, 공감한다 두 편으로 갈라져서 오랫동안 열띤 토론을 벌인 적이 있었어요. 비슷한 생각을 할 줄 알았던 친구가 제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말할 때 굉장히 재미있더라고요. 

▲ 언니들이 추천하는 책! 책! 책!_<소유냐 존재냐> 어떻게 살아야하고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면 좋을지 알려주는 에리히 프롬의 대표적인 저서. 처음 읽었던 19살 때 엉엉 울었던 기억이 있다. <페스트> 알베르 카뮈가 인간이 파국과 절망의 상황에서 취하게 되는 다양한 삶의 태도들을 덤덤히 보여준다. 쉽게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고 나와 사회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 언니들이 추천하는 책! 책! 책!_<소유냐 존재냐> 어떻게 살아야하고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면 좋을지 알려주는 에리히 프롬의 대표적인 저서. 처음 읽었던 19살 때 엉엉 울었던 기억이 있다. <페스트> 알베르 카뮈가 인간이 파국과 절망의 상황에서 취하게 되는 다양한 삶의 태도들을 덤덤히 보여준다. 쉽게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고 나와 사회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독서를 통해 얻는 이득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고예희 사람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하루에 수만 가지를 보고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사람이나 상황을 단정화 시켜 쉽게 판단하지 않고 다양한 각도에서 이해하면서 생각이 깊어지고 있어요. 현대사회에서 디지털코드화로 단순화 됐던 사실이 빠른 시대변화 속에서 변해버리면 그것을 믿었던 사람들이 자신감을 잃고 헤매는 것을 봤어요. 그런데 그 현상에 대해서 깊이 관철하고 고민했던 경험이 있다면 빠르게 변하는 현대사회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오히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 같아요. 사실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인문학 특강을 시켜주는 이유도 사실은 그게 정말 이익이 되기 때문이잖아요. 사람을 경영하고 사람한테 상품을 팔아야 하는 기업인들이 인문학을 통해 사람의 본성을 알고 단순히 비용을 줄이는 쪽으로만 치우치지 않고 스티브 잡스나 마크 주커버그처럼 창의성 증대가 꼭 필요한 것이죠.
최현지 문학을 좋아해서 소설을 자주 읽는데 책에서 반영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에 대해서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제가 살고 있는 삶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됐어요. 제가 만날 수 없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의 삶을 읽으면서 사람들을 이해하는 저의 마음도 넓어진 것 같아요. 겨울방학 때 팀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었는데 연구조사 과정 중에 팀원들끼리 의견충돌이 있었어요. 각자 입장에서 모두 일리 있는 대안을 내놨기 때문에 타협이 어려웠지만 저는 그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내놓았죠. 결국 프로젝트는
1등상을 탔어요. 이것이 독서에서 나온 창의성이라고 할 순 없지만 각 부분의 좋은 것들만 골라 절충시켜 결과를 도출하는 것도 독서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독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들은 어느새 스티브 잡스의 리더십과 창의성을 말하고 있었다. 기존 디지털 기기들의 장점만을 모아 아이폰을 탄생시켜 세계를 놀라게 했던 스티브 잡스. 그의 뛰어난 감성과 시각은 젊은 시절 읽었던 인문학 서적을 기반으로 했다. 고예희 씨와 최현지 씨는 즐거운 인문학 독서를 통해 점차 그와 같은 시각과 마음을 배워나가고 있다. 4월은 책읽기 좋은 달이다. 책 한 권 꺼내서 향긋한 봄 내음을 느껴보자. 독서는 봄과 같이 즐겁다.

사진 | 홍수정  기자  
장소제공 | 짧은 여행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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