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황효정의 아프리카 의료봉사 이야기_7

해외 의료봉사를 다니다 보면 많은 어려움들을 만납니다. 시설과 장비, 약품 등 많은 것이 부족하고 아쉽습니다. 하지만 많은 문제와 어려움들 가운데서도 가장 큰 것이 바로 환자들과의 의사소통 문제입니다.
시설이나 장비가 열악한 만큼 검사나 진료에서 환자들과의 의사소통에 더욱 의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 현지 자원봉사자들이 아주 큰 힘이 됩니다. 특히, 대학생들을 모집해 보면 현지어와 영어에 능통한 경우가 많아서 진료를 보조하고 예진으로 환자들의 상태를 영어로 자세히 적어주면 웬만한 경우가 아니고는 진료가 매끄럽게 진행됩니다.

▲ 도미니카에서는 현지 간호대 학생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한국 의사들이 진료하는 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사진=황효정)
▲ 도미니카에서는 현지 간호대 학생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한국 의사들이 진료하는 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사진=황효정)
중남미 도미니카에 갔을 때는 현지 간호대 학생들과 의료 관련학과 학생들이 자원봉사자로 합류해 진료에 전혀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수도, 산티아고 시장님은 의사 출신이신데, 의료봉사에 필요한 것들을 잘 아시고 지원해주었습니다.
열악한 환경을 각오한 의료봉사였지만 이분들의 도움으로 너무 편안하게 진료를 했던 기억이 남습니다.

서부아프리카 베냉에서는 현지 남학생들이 자원봉사로 많이 왔습니다. 섬세하고 부드럽지는 않았지만 정말 열심히 함께 해 주고 도와주었습니다.
이곳에서 저와 함께한 자원봉사자 학생은 말을 더듬었습니다. 가뜩이나 현지 영어발음이 생소한데 금방 말이 나오지 않으니 서로 답답한 경우가 있었지만, 한 번씩 막혔던(?) 말문이 트일 때는 진료실 전체가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습니다.

▲ 현지 의대생이나 의료 관련학과 학생들인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한국의 의사들이 자기 전공분야를 강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진=황효정)
▲ 현지 의대생이나 의료 관련학과 학생들인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한국의 의사들이 자기 전공분야를 강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진=황효정)
케냐에서 의료봉사를 진행할 때는 한국에서 안과, 치과, 내과, 소아과, 마치과, 물리치료학과, 외과, 가정의학과, 한방과, 심지어 수의학과 선생님까지 많은 분들이 가서 각자의 분야에서 다양한 진료를 했습니다.
케냐 현지에서도 의대, 간호학과 등 의료관련 학과 학생들이 자원봉사자로 많이 참여했는데, 수술실에서는 약 50건 정도의 수술에 모두 자원봉사 학생들을 보조로 참여시켜 임상경험을 쌓도록 했습니다.

하루의 진료를 마친 후에는 이런 자원봉사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의사 선생님들이 각 전공분야를 심도 있게 강연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는데, 이유는 다르지만 가르치는 선생님에게도, 듣는 학생들에게도 너무 소중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이 중 몇몇 학생은 이후에 한국에 초청되어 의료봉사를 가셨던 선생님의 병원에서 3개월 동안 임상실습을 하는 기회를 얻기도 했습니다.
이 학생들이 앞으로 케냐의 의학계를 짊어지고 나갈 인재들이라는 것을 생각하니 우리 모두의 마음이 뜨거웠습니다.

▲ 케냐의 의학계를 짊어질 현지 자원봉사자들이 수술에 함께하며 많은 임상경험을 갖게 되었습니다. (사진=황효정)
▲ 케냐의 의학계를 짊어질 현지 자원봉사자들이 수술에 함께하며 많은 임상경험을 갖게 되었습니다. (사진=황효정)
코트디부아르에서는 현지 자원봉사자들과 정말 잊지 못할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현지 의대 인턴이나 졸업반 학생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는데, 진료를 돕는 모습이 너무 진지했고 질문도 많이 했습니다. 심한 병을 두고 서로 토론하기도 하며 병이 나아지길 간절히 기대하기도 했고, 우리들 보다 더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며 설명해 주는 모습에 그들이 참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진료를 마친 저녁에는 시간이 나면 현지 노래와 춤을 배워 함께 어울리며, 서로의 마음이 가까워지고 현지의 문화를 이해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점심시간에는 시간이 없어 주로 한국에서 가져간 라면을 함께 먹었습니다. 현지 학생들은 무언가 입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었지만, 그래도 먹는 모양이 서로 재밌다고 쳐다보며 웃고, 젓가락질 하는 모습을 보면서 또 웃고…, 의료봉사 기간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의료봉사를 하고 돌아오면 무언가 행복한 마음이 가득한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들이 그립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그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돌아오면 내가 참 많은 것을 받고 돌아왔다는 것을 하나하나 깨닫게 됩니다.

 

글쓴이 황효정
굿뉴스의료봉사회(Good News Medical Volunteer, GNMV) 소속 한의사로 매년 여름 아프리카에서 의료봉사를 하고 있다. 특히, 서부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서는 아프리카 풍토병인 부룰리 궤양 퇴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서초구 양재동에서 '운화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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