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황효정의 아프리카 의료봉사 이야기_6

해외 의료봉사를 하다 보면 국내 의료진뿐만 아니라 많은 해외 의료인들을 현장에서 만나고 함께 하게 됩니다.
굿뉴스의료봉사회도 처음에는 한국인 의료진으로만 의료봉사단을 꾸렸지만 의료봉사를 하면서 현지의 의료인들과 여러 방면에서 연결이 되어 함께 진료를 하는 경우가 많게 되었습니다.

현지 의료인들과 함께 일하면 현지의 사정에 밝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데, 그 분들은 자기 나라의 질병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또한, 환자들과의 언어소통도 원활해서 봉사 현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현지 의사들이 아니더라도 미국, 유럽, 일본 등 여러 나라의 의료인들 중에는 개별적으로 의료봉사를 진행하거나 뜻이 있어도 나서지 못했던 많은 분들이 뜻을 함께 해 의료진을 함께 구성하기도 합니다.
이런 분들과 함께 하게 되면 비록 소통적인 측면에서는 어려움이 있지만 좀 더 좋은 여건으로 의료진을 구성할 수 있어서 의료봉사에 큰 힘이 됩니다.

▲ 심장내과 전문의인 태국인 윌리는 온 마음을 다해 말라위 사람들을 진료했습니다 (사진=황효정)
▲ 심장내과 전문의인 태국인 윌리는 온 마음을 다해 말라위 사람들을 진료했습니다 (사진=황효정)
윌리라는 태국 의사는 심장내과 전문의로 혼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의료봉사를 떠난다고 했습니다. 말라위에서 의료봉사를 진행할 때, 이 분과 함께 하게 되었는데, 평소에 생각했던 것보다 태국의 의료수준이 높았고, 의료 기록이 대부분 영어로 되어서 소통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옆에서 이 분을 지켜보면서 비록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온 마음을 다해 진지하게 말라위 사람들을 진료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우리는 금방 친구가 되었습니다.
윌리는 말라위에 이어 탄자니아에서도 우리와 함께 의료봉사를 진행하고 본국으로 돌아갔는데, 태국으로 돌아간 후 의료봉사 경험을 나누기 위해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도 하고, 태국에서 유명인사가 되어 있는 모습을 후에 페이스북을 통해서 보고 참 반가웠습니다.

도미니카 의료봉사 때는 도미니카 현지 의사들이 여러 명 와서 각 과를 맡아주어서 한국에 적은 수의 봉사단이 파견되었어도 의료봉사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 중의 한 친구는 아직 젊은 의사였는데, 유독 한방과에 관심을 많이 보여서 협진을 자주 했습니다.
봉사를 마칠 때 즈음에는 저에게 자기가 앓고 있는 병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하기도 했는데, 함께 이야기하고 치료를 위한 약을 주고 왔습니다. 너무 고마워하는 그 의사에게 ‘당신은 이 나라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우리는 금새 서로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고, 저는 도미니카에 절친한 친구 한 사람이 생겼습니다.

▲ 아이티 의료봉사에는 많은 미국인 의사들이 함께 했고, 이들은 이후 진료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사진=황효정) 
▲ 아이티 의료봉사에는 많은 미국인 의사들이 함께 했고, 이들은 이후 진료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사진=황효정)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아이티에서의 의료봉사에는 이웃 미국의 의사들이 많이 참가했었습니다. 미국 의사들은 서로 협동이 잘 되고, 대화를 많이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미국은 아이티와 몇 시간 되지 않는 가까운 곳이지만 지진 직후 전 세계적인 원조 이후로 아이티에 대한 관심이 거의 사라져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인 의사 몇몇이 아이티에서 저희와 의료봉사를 한 후, 많은 의논이 이루어지고 일들이 새롭게 진행되었습니다.

어떤 의사는 시간을 내서 정기적으로 아이티에 와서 콜레라 등 질병을 치료하고 싶다고 했고, 작게나마 병원을 짓고 돌아가면서 그 병원에 와서 봉사하자는 의논도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짧은 기간의 봉사였지만 이를 통해 현지에서 무엇이 가장 문제인지 아는 계기가 되었고, 다녀온 의사들이 다시 그곳으로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많은 외국인 의사들이 저희들과 함께 했습니다.
인도 의료봉사에서 만난 인도 의사들은 현장에 강한 분들이었습니다. 간단한 도구로 수술을 잘 해서 환자들의 아픔을 잘 해결해주는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인도에서는 음식과 관련된 질병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았는데, 현지 의료인들이 아니면 파악하기 힘들 것들이었습니다.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서는 보기에도 끔찍한, 살이 썩어가는 풍토병인 부룰리궤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현지 의료인들에게도 큰 문제였습니다. 부아케대학병원 등을 찾아가 부룰리궤양의 심각함도 볼 수 있었고, 병원장과 담당교수 그리고 의료 관계자들을 만나 함께 이 병을 퇴치하기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의논하기도 했습니다.

전 세계 곳곳을 다니며 의료봉사를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 다양한 질병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때로는 많은 병들 앞에서 속수무책이고 너무나 무능한 나를 발견하기도 하지만 서로가 마음을 합하면 새로운 변화나 치료의 길을 열 수 있다는 것도 발견합니다.
의료봉사를 하다보니 어느새 세계 곳곳의 좋은 친구들을 알게 됐고, 혼자서는 생각할 수 없었던 새로운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글쓴이 황효정
굿뉴스의료봉사회(Good News Medical Volunteer, GNMV) 소속 한의사로 매년 여름 아프리카에서 의료봉사를 하고 있다. 특히, 서부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서는 아프리카 풍토병인 부룰리 궤양 퇴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서초구 양재동에서 '운화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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