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 이전의 세계의 문화·예술·학문적 업적은 몇몇 뛰어난 천재들에 의해 이뤄졌다. 그러나 교통의 발달과 인터넷 등 통신인프라의 확산으로 누구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공유하는 일이 가능해지면서 비약적인 발전과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지식재산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특허전쟁의 실태를 살펴보고 우리의 마인드를 짚어 보자. 

 
 
14세기 영국 국왕이 부여한 것이 특허의 효시
옛날 어느 나라에 아주 뛰어난 과학자가 있었다. 오랫동안 연구를 거듭한 덕에 그는 석유 대신 물을 연료로 쓰는 자동차인 ‘워터카’ 개발에 성공했다. 소문은 금방 퍼져나가 세계 각지에서 주문이 밀려들어오기 시작했고, 과학자는 공장을 세워 워터카를 대량으로 생산해 금방 부자가 되었다. 물론 과학자는 온갖 노력 끝에 개발한 워터카의 설계노하우를 절대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과학자는 지병이 악화되는 바람에 몇 달 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살아생전 가족을 포함한 어느 누구에게도 워터카의 설계노하우를 알려주지 않았기에 기술은 그대로 묻혀버렸고, 사람들은 하는 수 없이 석유 자동차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위 이야기는 누군가 지어낸 것이긴 하지만, ‘만약 특허特許라는 제도가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잘 설명해 준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 특허란 새롭고 유용한 물건 및 그 제조방법, 물질의 새로운 결합방법이나 유용한 용도 등을 찾아낸 사람이 이를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만약 특허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위와 같은 참사는 부지기수로 일어날 것이다. 과학자는 자신의 기술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어 노하우 공개를 꺼렸고, 결국 자동차 기술은 그만큼 퇴보하고 말았다.
특허는 이처럼 유익한 발명을 보호·장려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발명자는 일반인이 따라할 수 있는 수준까지 기술의 내용을 공개하는 대신, 일정기간 동안 독점적으로 발명을 이용할 수도 있고 남들에게 로열티를 받고 이를 이용하게 할 수도 있다. 발명자는 더욱 의욕적으로 발명에 몰두할 수 있고, 이를 이용하는 사람도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발명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 이미 완성된 기술을 다시 개발하느라 시간과 비용이 낭비되는 것도 예방할 수 있다. 이런 윈-윈 작용을 통해 궁극적으로 산업과 사회 전반의 발전을 도모하자는 것이 특허의 취지다.
인류역사상 최초의 특허는 14세기 영국에서 등장했다. 국왕이 상인들로부터 돈을 받고 소금 등 특정상품에 대한 독점권을 내린 것이 그 효시다. 특허를 영어로는 patent라고 하는데 이는 ‘개봉했다’는 의미의 라틴어 patere에서 유래된 것이다. 특허증서를 수여할 때 다른 사람들도 잘 볼 수 있도록 개봉된 상태로 수여했기 때문이다.
오늘날과 같은 근대적인 특허제도는 1624년에 마련되었다. 왕이 내린 특허증서가 상인들이 독점적으로 물건을 파는 수단으로 악용되자, 영국 의회는 ‘반드시 새로운 발명품으로만 전매특허를 받을 수 있으며, 그 기한은 14년 이하로 한다’는 내용의 전매조례專賣條例를 공포했다. 1790년에는 미국, 1877년에는 독일이 특허제도를 도입했으며, 우리나라는 해방 후인 1946년 특허법이 제정되었다.

이용가능성, 신규성, 진보성 등 두루 갖춰야 인정받아
앞서 말한 것처럼 특허를 인정받으면 해당 발명품을 제조하고 사용하는 것은 물론 판매와 광고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독점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게 된다. 실로 강력한 권한을 부여받는 것인 만큼 특허를 받는 일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특허를 받기 위한 첫 번째 요건은 ‘산업상 이용가능성’이다. 해당발명이 산업에서 실제로 실시되고 구현될 수 있어야 한다. 가령 사람을 수술, 치료하거나 진단하는 방법은 인류의 건강증진을 위해 누구나 자유롭게 시행할 수 있어야 하므로 특허를 받을 수 없다. 또 지폐 위조기계, 마약 제조기 등 미풍양속에 반하고 공익을 저해하는 발명도 특허 대상에서 제외된다. 만약 누군가가 ‘오존층 파괴로 유입되는 자외선의 양이 늘어나고 있으니 자외선 흡수 필름으로 지구 전체에 막을 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면 어떨까? 현실적으로 실행이 불가능하므로 그 자체만으로는 특허로 인정되지 못한다.
두 번째 요건은 ‘신규성’이다. 발명의 내용이 사회 일반에 알려지지 않은 것이라야 한다. 특허를 출원하기 전에 널리 알려졌거나 간행물 등을 통해 소개되었다면 특허를 받을 수 없다. 가령 여러분이 디자인이 멋지고 기능도 편리한 볼펜을 개발한 뒤, 특허 출원을 하기도 전에 신문에 광고를 게재했다면 어떻게 될까? 이미 신규성을 상실한 것으로 간주되어 특허를 받을 수 없다. 물론 간행물이 다른 나라에서 발행되었다 해도 마찬가지다. 
특허의 마지막 요건은 ‘진보성’이다. 해당 발명이 기본의 것보다 개선되고 발전된 것이라야 한다는 것. 하지만 이 진보성은 다분히 주관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개념이다. 실제 특허심사에서 가장 충족시키기 힘든 요건이 바로 진보성이다.
그밖에 일반적으로 특허의 존속기간은 출원일로부터 20년이다. 그리고 특허는 획득한 국가 내에서만 효력을 발휘한다(속지주의). 만약 동일한 발명이 2건 이상 출원되었을 때 특허법은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까? 우리나라는 선출원주의, 누가 먼저 발명했느냐에 상관없이 1분 1초라도 먼저 특허청에 출원한 쪽에 권리를 부여한다. 반면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만이 선발명주의, 먼저 발명한 쪽이 특허를 받게 된다. 물론 발명자는 일지 등 관련자료를 통해 자신이 그 특허를 발명했음을 입증해야 한다. 영화 <플래쉬 오브 지니어스>는 주인공이 홀로 굴지의 자동차회사를 상대하며 자신의 특허를 증명하는 험난한 과정을 잘 묘사하고 있다.

 
 
지금도 계속되고, 앞으로도 계속될 총성없는 특허전쟁 
특허는 말 그대로 독점적인 권한을 부여받는 것인 만큼 지금도 기업들은 저마다 특허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만약 A 기업이 경쟁사 B의 특허권을 침해한 제품을 생산했다면 어떻게 될까? 십중팔구 B는 A를 상대로 특허침해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것이고, 이를 방어하지 못할 경우 A는 해당 제품의 생산과 사용을 중지해야 한다. 재고를 임의로 처분할 수 없고, 심지어 시중에 풀린 제품은 수거하거나 폐기해야 한다. 급기야 돈줄이 막힌 A사는 그대로 부도처리되거나 파산할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기업가들 입장에서 특허는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에 자주 비유된다.
물론 B사라고 특허를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소송은 결국 상대를 적으로 돌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특허로 역습해 올 수도 있다. 특허만 있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특허를 활용해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좋은 제품을 생산해야만 특허의 존재가치가 빛나는 것이다. 세계 각국 기업들의 특허활용사례와 특허전쟁 실태를 소개한다. 


 참고서적 | <태양 아래 모든 것이 특허 대상이다>
(남호현 저, 도서출판 예가)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