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타타 공연 이후 도시가 변하고 있다!

오늘날 미국은 명실공히 세계 최강대국이다. ‘법에 의해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여 다수결의 원칙을 조정하는’ 미국의 정치제도는 삼권 분립 등 민주주의 원칙에 의해 철저히 통제되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미국은 전 세계 GDP의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의 달러화는 국가간 금융거래나 결제의 기본이 되는 화폐다.
헐리우드 영화와 팝송은 세계를 석권하고 있으며, 미국의 농구와 야구 리그에는 천문학적인 몸값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뛰고 있고 거의 매 경기가 매진된다. 군사력 또한 막강해 미국의 국방비는 미국 외의 다른 10개 군사대국의 국방비를 합친 것보다 많다고 한다.

▲ 칸타타 앵콜곡으로 가 울려퍼졌다. 유럽에서 박해받던 크리스천들이 1620년 메이플라워 호를 타고 건너와 건국한 나라, 미국.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다In God We Trust’는 신앙의 고백은 그대로 미국의 건국이념이 되었다.
▲ 칸타타 앵콜곡으로 가 울려퍼졌다. 유럽에서 박해받던 크리스천들이 1620년 메이플라워 호를 타고 건너와 건국한 나라, 미국.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다In God We Trust’는 신앙의 고백은 그대로 미국의 건국이념이 되었다.

그러나 미국 국민들의 삶은 생각만큼 행복하지 않다. 미국경제는 6.6%대의 높은 실업률과 만성적인 재정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가정마다 부부가 맞벌이를 해야 생계를 이어갈 수 있을 정도다. 지난해 10월에는 미국 정치권이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안을 놓고 협상에 난항을 겪다 결국 예산안 처리시한을 넘겨 연방정부가 올스톱되는 이른바 ‘셧다운’을 맞기도 했다. 잦은 총기사고와 범죄도 골칫거리다.
그라시아스 합창단은 그런 미국인들의 지친 몸과 마음에 힘을 주고 음악으로 행복을 선사하기 위해 2010년부터 미국 각 도시를 대상으로 크리스마스 칸타타 순회공연을 펼치고 있다. 칸타타란 17세기 이탈리아의 모노디에서 생겨난 대규모 성악곡의 한 형식으로 아리아, 중창, 합창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뉴올리언스, 마이애미, 뉴욕 맨해튼 등에서 칸타타 이후에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간추려 소개한다.

뉴올리언스
쟁어극장에 울려퍼진 “God Bless America~!”

프랑스인들에 의해 건설되어 유럽풍 건물이 곳곳에 남아 있는 뉴올리언스. 1900년대 초반 루이 암스트롱 등 흑인음악가들이 왕성하게 활동하며 재즈라는 장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2005년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이곳을 할퀴고 지나가면서 2만 명 이상이 실종되고 도시의 절반 이상이 물에 잠겼다.
8년이 지난 지금, 건물은 어느 정도 복구가 되었지만 뉴올리언스 시민들의 마음 속에 남은 상처는 채 아물지 않고 있었다. 눈앞에서 집이 물에 잠기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물에 떠내려가는 모습을 보아야 했던 사람들의 마음은 얼마나 참담했을까. 허리케인 이후 상당기간 약탈, 총격전, 강간, 마약 등 범죄가 계속 일어났고, 지금도 하루 수차례 총기사건이 벌어질 정도다.
칸타타 초청을 하고 후원금 모금을 위해 뉴올리언스를 찾은 봉사단원들의 눈에 비친 시민들의 모습은 절망 그 자체였다. 삶의 목적을 잃은 사람들은 대부분 마당에 나와 초점 없는 눈으로 먼 산을 바라보며 하루를 보내곤 했다. 마음의 상처를 음악으로 치유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단원들은 시민들에게 초청장을 건넸다. 신기하게도 시민들은 단원들의 서툰 영어에 조금씩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심지어 편지와 초청장 배달을 도와주는 어린이들까지 생겼다.
마침내 칸타타 당일, 전날 밤 허리케인이 올라온다는 소식에 대피령까지 내려졌지만 기적적으로 허리케인이 방향을 바꾸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공연 3시간 전부터 관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칸타타가 열리는 쟁어 극장은 뉴올리언스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공연장으로, 카트리나 당시 큰 피해를 입어 문을 닫았던 곳이다. 그런 쟁어 극장에서 칸타타를 한다는 것은 참으로 상징적인 일이었다.
칸타타의 앵콜곡으로 <God Bless America>가 울려퍼졌다. 유럽에서 박해받던 크리스천들이 1620년 메이플라워 호를 타고 건너와 건국한 나라, 미국.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다In God We Trust’는 신앙의 고백은 그대로 미국의 건국이념이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황무지였던 미 대륙을 개척해 세계 최강의 나라로 일으켰다. ‘경제위기, 범죄, 자연재해 등 현재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한 미국이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한 번 신앙으로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 일제히 일어나 눈물을 흘리며 <God Bless America>를 함께 부른 2,800여 명의 관객들은 이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마이애미, Dear Neighbour?
이웃이 없는 줄로만 알았던 내게 누가 이런 편지를…?”

미국 동남부의 해안도시 마이애미. 대서양으로 둘러싸여 있어 1년 내내 날씨가 따뜻하고 우리에게는 마이애미 비치와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으로 잘 알려진 휴양도시다. 한편으로는 <과학수사대 CSI: 마이애미>라는 TV드라마 시리즈가 유명할 만큼 범죄율이 높은 도시다. 몇몇 지역은 집배원도 가기를 꺼릴 만큼 치안상태가 나쁘고, 심지어는 마을 전체가 마약을 거래하는 사람들의 아지트로 쓰이는 경우도 있다. 굿뉴스코 봉사단원들은 그런 마이애미를 집집마다 방문하며 ‘Dear Neighbour사랑하는 이웃에게’라고 적힌 손편지와 칸타타 초청장을 전달했다. 그런 단원들을 본 어느 경찰관이 이렇게 주의를 주었다.
“여기서는 다른 집을 방문할 때 노크를 하지 말고 먼저 신분과 용건을 밝혀야 합니다. 노크를 하는 건 경찰들뿐입니다. 혹 여러분을 총으로 쏠지도 모릅니다.”
순간 두렵기도 했지만 단원들은 망설이지 않고 편지와 초청장을 집집마다 돌렸다. 그러던 어느 날, 칸타타 콜센터로 전화가 걸려왔다. 50대의 로즈라는 아주머니가 현관에 꽂혀 있던 편지와 초청장을 보고 연락을 해 온 것이었다.
“우리 동네는 하도 험악해 이웃과 왕래도 없고, 우편물도 오지 않아요. 그런데 문득 ‘사랑하는 이웃에게’라고 적힌 편지가 와 있는 걸 봤어요. 누가 여기까지 와서 이걸 두고 갔는지 너무 궁금해 전화를 했어요.”
베네수엘라 이민자 출신인 25세의 젊은 엄마 ‘린콘 요나히스’도 편지를 보고 마이애미 칸타타에 참석했다. 마약을 하고 폭력을 일삼던 남편과 헤어진 후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번 돈으로 힘겹게 아들을 키우던 요나히스. 레스토랑에서 과로한 탓에 디스크에 걸려 두 번이나 대수술을 받았고, 설상가상으로 이사 간 집이 마이애미 최고의 우범지대 내에 있어 마약사범들에게 차를 탈취당하는 일까지 겪었다. 결국 다시 이사를 가야 했고, 어느 날 아침 봉사단원들이 두고 간 초청장을 보고 칸타타에 참석했다.
“공연을 관람하고 이런 공연을 하는 이유와 성탄메시지를 들이니 모든 것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왜 내게는 이런 어려움이 계속 닥치는 걸까?’ 하는 의문이 있었는데요. 목사님의 메시지를 들으면서 내게 닥친 어려움들이 결코 나쁜 일이 아니었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도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칸타타 준비에 같이하고 싶습니다. 저도 함께 편지를 전하며 저처럼 소망 없이 살던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고 싶습니다.”

뉴욕
세상의 중심, 뉴욕에서 사랑을 외치다

세계 문화와 금융의 중심 뉴욕. UN 등 국제기구와 정치기관들이 위치해 있으며, 수많은 금융기관과 보험회사들이 밀집해 있고, 글로벌기업들의 본사가 포진해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꼭 가 보고 싶어하는 세계 최고의 도시가 바로 뉴욕이다. 더구나 뮤지컬의 본고장 브로드웨이가 있어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전 세계에서 모인 관광객들로 더욱 붐빈다.
칸타타가 열린 맨해튼 센터 해머스타인 볼룸의 수용인원은 2,000 명. 공연시작 몇 시간 전부터 사람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의자 500개를 더 준비했다. 경찰에서도 15인승 밴 3대와 경찰차 3대를 출동시켜 시민들을 경호하고 거리를 정리했다.
칸타타 공연을 향한 시민들의 호응이 얼마나 뜨거웠던지 시민들은 행여 관계자처럼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붙잡고 ‘표를 좀 구할 수 없느냐?’며 물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자신이 애써 받은 표를 다른 사람에게 암표로 팔려고 하는 웃지 못할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날 출동한 경찰측은 칸타타 표를 받지 못해 그냥 돌아간 시민이 만 명 정도로 추산했다.
뉴욕 칸타타가 열린 시기는 마침 크리스마스 시즌과 겹쳐 다른 공연장에서도 훌륭한 공연이 많이 치러진다. 그런데 동양인들이 와서 하는, 그렇다고 특별히 유명한 배우나 가수가 출연하지도 않는 그라시아스의 칸타타 공연에 사람들이 문전성시를 이룬 것이다. 참석자 제프 아리고 씨의 소감은 그 해답이 되지 않을까?
“오늘 칸타타가 다른 크리스마스 공연에 비해 특별했던 점은 공연 전체가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시대에 그리스도를 이렇게 음악에 담아 표현할 수 있었다는 점에 놀랐습니다.”

그라시아스 합창단의 크리스마스 칸타타는 내용이나 공연의 수준, 규모 등에서 발전을 거듭하며 올해도 그 활동범위를 계속 넓혀가고 있다. 인종과 국경을 넘어 전 세계인들에게 음악을 통해 기쁨을 선사하는 그라시아스 합창단. 앞으로도 그들의 음악을 만난 사람들이 어떤 감동을 맛보고 지친 삶에 힘과 위안을 얻을지 새삼 기대된다.

취재 | 김민형, 안우림 글로벌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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