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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도 소년의 즐거운 독서여남고 개교이래 서울대학교 첫 입학생 진성일
배효지 기자 | 승인 2014.03.05 14:53

작년 8월, 전교생이 50명도 채 되지 않는 여수 섬마을 작은 학교의 한 남학생이 KBS 퀴즈 프로그램 ‘도전 골든벨’에서 골든벨을 울렸다. 얼마 후 그는 2014대학입시에서 서울대 인문대학에 합격했다. 올해 여수 금오도 여남고등학교를 졸업한 주인공 진성일. 자신을 그저 섬마을의 평범한 학생이라고 말하는 그에게는 특별한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의무적인 독서가 아니라 ‘즐거운 독서’를 한다는 점이다. 그를 특별하게 만들어준 독서 방식,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진성일 여수 금오도 출신인 그는 여남고등학교 개교 이래 서울대 2014학년(수시 기회균형선발 인문계열) 첫 합격생이다. 독서를 통해 학문의 기본 지식의 폭을 자연스럽게 넓힌 그는 평소 피아노 연주도 좋아한다. 신입생인 그는 운동 동아리에 들어 체력 관리도 해보고 싶다고. ‘독서왕’ ‘골든벨’ ‘서울대 합격생’이라는 타이틀과 상관없이 빵집 아르바이트를 해보고 싶다는 소박한 청년이기도 하다
금오도 토박이 소년
금오도는 여수 돌산도 남쪽에 위치한 금오열도 중 한 섬이다. 인구 2천 명 정도인 금오도는 다도해해상공원에 속한 청정지역으로, 육지로 연결되는 다리가 없어 여수에서 1시간 30분 동안 배를 타야만 들어갈 수 있다. 조선시대에 나라에서 나무 벌채를 금한 봉산封山으로 지정되어 사슴 목장으로 이용됐고, 1884년 고종 때 봉산이 해제된 후 비로소 사람이 들어와 살기 시작했다. 성일군의 증조부도 그 시기에 금오도에 정착했다. 성일군은 금오도에서 태어나 자란 금오도 토박이다. 서울로 대학에 오기 전까지 1년에 다섯 번 정도 여수 시내를 방문하는 것 외에는 금오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사방이 바닷가인 섬마을에 살면서 성일군은 어린 시절 꽃게를 잡고 물수제비를 하며 놀았다. 고등학생이 돼서도 혼자 있을 때 이따금씩 물수제비를 뜨며 생각에 잠기곤 했다고. 그래서일까. 성일군의 순박한 웃음은 금오도의 고즈넉한 풍경을 그대로 닮아 있다.

책에 눈뜨다
학원 하나 없는 섬마을의 한 평범한 소년이 ‘골든벨’과 ‘서울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던 비결로 ‘독서’를 꼽을 수 있다. 성일군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초등학생 시절 과학 상식과 관련된 흥미 위주의 만화책들을 읽으면서부터다. 상식 관련 책을 읽고 나면 무언가 새롭게 알게 되는 느낌이 좋아서 계속해서 비슷한 종류의 책들을 읽었다고 한다.
“수학이나 과학 관련 이야기들을 읽는 것이 재미있었고 그런 내용들을 읽기 전과 비교해서 한층 더 나은 사람이 돼간다는 느낌이 좋았어요.”
초등학교 때는 수학, 과학 쪽 책을 주로 읽으며 독서에 대한 흥미가 커졌고 중학교 이후로는 독서 분야가 더 넓어졌다. 그는 문학 책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소설보다는 주로 상식이나 이론과 관련된 책을 즐겨 읽었다.

독서는 나의 힘
여남고는 한 학년 당 한 학급씩만 있고 인문계 학급만 편성돼 있다. 수학에 관심이 많던 성일군은 이과 계열로 진학을 원했고 그러려면 여수 시내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해야 했다. 그러나 당시 아버지께서 실질적인 수입이 없으시고 누나와 형은 취직이 되지 않아 집안 형편이 많이 어려웠다. 원치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수학에 대한 꿈을 접고 금오도에 남아 인문계로 진학해야 했던 성일군. 고1이 된 성일군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자주 낙심이 되고 공부할 마음이 잘 잡히지 않아 대신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한다. 책을 읽으며 마음을 안정시키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얻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 후 집안 환경도 점차 나아지고 담임선생님께서 많이 응원해주셔서 그는 다시 학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 생활 동안에도 계속해서 독서를 즐긴 그는 친구들 사이에서의 트러블로 인한 스트레스를 독서로 조절했고, 책을 통해 삶의 지혜를 많이 배웠다.
한편 학업에서도 그의 독서 활동은 큰 힘을 발휘했다. 그의 자유로운 독서 습관은 그를 ‘별난’ 인문계 학생으로 만들어주었다. 보통 인문계 학생들은 수학을 어려워하고 국어에서는 문학보다 비문학 지문을 훨씬 어려워한다. 하지만 그는 반대였다. 수학과 비문학이 참 좋았고 상대적으로 문학은 어려웠다. 문학 작품보다는 상식이나 이론 관련 책을 즐겨 읽었기 때문이다. 상식 관련 배경지식이 탄탄했던 그는 비문학 지문을 읽고 문제를 푸는 것이 무척 수월했다. 덕분에 고등학교에 들어간 후 따로 국어 공부를 하지 않았는데도 모의고사 점수가 잘 나왔다. 또한 어릴 때부터 수학을 좋아해서 수학 관련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에 수학 원리를 이해하고 문제를 푸는 부분도 어렵지 않았다. 영어 지문 역시 상식과 관련된 내용이 자주 나오다 보니 문법이나 단어를 몰라도 배경지식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많았다.
“제가 좋아하는 분야에 편중돼서 책을 읽다보니 새로운 책을 읽어도 이미 아는 내용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때는 자연스럽게 반복학습이 돼서 외우려 하지 않아도 머릿속에 잘 남아 있고, 그런 부분들이 공부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어요.”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많이 읽어라’라는 통념과는 상충하지만 독서에 있어서 한 우물을 제대로 깊게 파는 것 또한 예상치 못한 큰 효과를 얻게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그가 이렇게 한 우물을 깊게 파고, 그로 인해 큰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었던 근본 원인은 그가 독서를 ‘즐겼기’ 때문이다.

   
 
즐거운 독서로 내공을 쌓다
담임선생님은 그를 “교직경력 28년 동안 만난 제자들 중 가장 독서다운 독서를 하는 학생이다.”라고 말했다.
“사실 저는 스스로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썩 바람직한 독서 자세를 가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책을 오랜 기간 꾸준하게 읽는 것도 아니고 주제에 대한 편식도 있는 편입니다. 저는 그냥 읽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던 책들을 읽었습니다.”
그는 책을 고를 때 학교 도서실로 갔다. 쓱 지나가면서 눈에 띄는 제목들이 있으면 다 뽑아가지고 대충 넘기면서 무슨 이야기들이 있나 살펴보고 읽을 책을 결정했다.
책을 읽다가 너무 따분하면 책을 바꾸기도 하고, 책을 읽으면서 감명 깊은 내용을 보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있으면 책을 덮고 한참 가만히 생각하기도 하고 글로 써보기도 했다.
읽고 싶은 책을 읽기 때문에 그에게 독서는 언제나 즐거운 일이었다. 고등학교 3년을 지내면서 도서관에 있는 책은 거의 다 읽었다. 아무리 일을 잘하는 사람도 그 일을 좋아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했던가. ‘좋아서’ 했던 독서가 차곡차곡 진정한 내공으로 쌓여 자연스럽게 지금까지 그를 이끌어 온 것이다.
독서 토론수업은 비판적 사고 능력을 키운다
독서토론수업은 진성일이 여남고에 입학하던 해에 처음 시작된 활동으로 그는 3년 동안 이 수업에 참가했다. 일단 모의고사 기간이나 내신시험 기간을 제외한 날들 중에 적절한 시기를 봐서 날짜와 책을 정하는데, 책과 토론주제는 학생들과 선생님이 함께 의논을 해서 그 당시 뉴스에 나오는 이슈와 관련된 내용으로 선정한다. 그 다음 토론에 참여할 학생 6명을 선출하고 반 학생들 모두가 책을 읽는다. 토론은 3:3으로 진행되고 입론과 중간변론 최종변론으로 나뉘며 토론에서 발표할 내용은 학생들 스스로 준비한다.
진성일은 이러한 토론수업의 효과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토론이란 것이 단순한 개인의 느낌을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발언을 하면 그것을 뒷받침해줄 근거가 필요하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내가 읽고 있는 이 부분과 내 입장은 어떤 관련성이 있는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게 된다. 제한된 시간 안에 말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효율적으로 압축시키는 연습을 하게 된다. 또, 자료를 활용한 발언을 준비하고, 그 자료에 대한 신뢰성을 따지는 과정에서 비판적이고 사실에 입각한 사고를 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토론을 준비하는 내내 참가 학생은 ‘무엇이 정말 옳은 것인가’라고 고민하는 자세를 기를 수 있다. 이러한 효과 덕분에 진성일은 역시 국어와 영어에서의 지문 독해력이나 이해력, 그리고 대학 면접 등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사회과학자를 꿈꾸며
원래 진성일이 가장 관심 있었던 것은 수학이었고 그 다음이 철학이었다. 그러던 그가 인문계로 고등학교를 진학한 후 고1 때 제주도에서 열린 철학올림피아드에 나가게 됐다. 그 곳에서, 과학을 전공하려다 철학도의 길을 가게 된 한 교수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과학과 수학, 철학은 모두 생각하는 능력을 요하는 것으로 서로 맞물리는 부분이 많았다. 지금 진성일은 철학을 공부해 가장 이성적인 판단 능력을 얻은 후, 사회학, 심리학, 경제학과 같은 사회과학분야를 공부하고 싶다고 말한다. 미래 사회과학을 연구하는 학자가 되는 것이 그의 꿈이다. 


취재 | 조민지 캠퍼스 리포터  장소제공 | 지오북카페

배효지 기자  dkfjsdkf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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