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년 대학교에 입학해 3월이면 2학년에 올라간다. 낯선 도시로 유학 와 1년을 표류하다 겨울방학 동안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며 다시 나의 항로를 찾을 수 있었다. 나는 초등학생 때부터 10년 가까이 수영선수로 활동했다. 수영선수의 꿈을 키우기 위해 체육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싶었지만 그 길이 결코 쉽지 않음을 아신 부모님의 반대로 일반계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그동안 운동을 하면서도 꾸준히 공부하고 있던 터라 고등학교에는 수석으로 입학했고, 입학 후에도 열심히 공부한 결과 대학입시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한국의 고3들이 그러하듯 그때까지는 대학 입학이 내 인생의 항구이자 좌표가 되어주었기 때문에 끊임없이 노를 저을 수 있었고, 노를 젓는 것 또한 나에게는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대학입시라는 관문을 통과하자 나는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돛단배가 되었다. 통학을 위해 서울에 올라 와 향토학사에서 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학교가 멀다보니 등교 길이 만만치 않았다. 중고등학생 때는 느끼지 못했던 왕복 3시간의 통학길이 매일 나를 괴롭혔다. 버스에서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30분씩 이동하는 것도 모자라 ‘지옥철’이라 불리는 지하철을 타고 환승구간을 무수히 지나는 일을 반복했다. 그 와중에 모자란 수면시간을 채우면서 말이다. 등교길이 즐거웠던 중고등학교 시절과는 판이한 생활에 하루하루 지쳐만 갔다.

또한 학교에서는 고등학교 때와는 다르게 원서 교재로 공부해야 하고, 교수님의 수업 방식도 낯설어 공부마저 흥미를 붙일 수 없게 됐다. 그나마 취미로 즐기던 사진 찍기와 수영도 일상에서 사라지며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도 없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나의 대학 1년은 비참한 시간들이었다.
그러다 이번에 대학에서의 첫 겨울방학을 맞으며 내게 새로운 변화가 찾아왔다. 기초필수과목으로 신청했던 봉사활동을 노숙자지원센터 ‘안나의 집’에 서 참여하면서 조금씩 내 활동들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람들과 나누는 한마디의 말에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담아 친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의 작은 시간과 손길이 하루 종일 굶주린 한 사람의 배를 채울 수 있는 식사를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또한 나로 인해 다른 사람이 고민과 걱정을 토로할 수도 있다는 것들도 알 수 있는 아주 값진 시간이었다. 더불어 왜 봉사활동을 학교에서 기초필수과목으로 정하여 학생들이 반드시 참여하게 이끌고 있는지 그 이유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봉사활동을 쉬는 날에는 틈틈이 수영을 다시 시작했다. 예전의 생활 패턴을 서서히 회복할 수 있게 되면서 내가 작년 한 해 동안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나는 수영선수가 되기 위해 수영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 수영이 좋아 수영선수가 되길 원했었고, 대학진학만을 위해 공부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 좋고 더 많은 것을 배우기 위하여 대학에 진학했음을, 또 목표란 무조건 설정하고 진행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진정 좋아하고, 그것으로 내가 행복해지는 것이 나의 진정한 목표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마음에 새길 수 있었다.

 
 
이제 2학년 새 학기기 시작되었다. 서울 생활이 빡빡하고, 전공 공부가 벅차고 힘들더라도 하루하루 감정들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 자체에 감사히 여길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나의 하루를 채우는 모두 것들이 의미 있는 것임을 생각하며, 오늘 하루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가며 스쳐가는 모든 것을 소중하게 여기고 싶다.

유찬미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에 재학 중이다. 대학에서 맞은 첫 겨울방학의 인상 깊었던 경험을 <투머로우>에 기고해 주었다.

글 | 유찬미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