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년 대학교에 입학해 3월이면 2학년에 올라간다. 낯선 도시로 유학 와 1년을 표류하다 겨울방학 동안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며 다시 나의 항로를 찾을 수 있었다. 나는 초등학생 때부터 10년 가까이 수영선수로 활동했다. 수영선수의 꿈을 키우기 위해 체육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싶었지만 그 길이 결코 쉽지 않음을 아신 부모님의 반대로 일반계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그동안 운동을 하면서도 꾸준히 공부하고 있던 터라 고등학교에는 수석으로 입학했고, 입학 후에도 열심히 공부한 결과 대학입시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한국의 고3들이 그러하듯 그때까지는 대학 입학이 내 인생의 항구이자 좌표가 되어주었기 때문에 끊임없이 노를 저을 수 있었고, 노를 젓는 것 또한 나에게는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또한 학교에서는 고등학교 때와는 다르게 원서 교재로 공부해야 하고, 교수님의 수업 방식도 낯설어 공부마저 흥미를 붙일 수 없게 됐다. 그나마 취미로 즐기던 사진 찍기와 수영도 일상에서 사라지며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도 없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나의 대학 1년은 비참한 시간들이었다.
그러다 이번에 대학에서의 첫 겨울방학을 맞으며 내게 새로운 변화가 찾아왔다. 기초필수과목으로 신청했던 봉사활동을 노숙자지원센터 ‘안나의 집’에 서 참여하면서 조금씩 내 활동들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람들과 나누는 한마디의 말에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담아 친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의 작은 시간과 손길이 하루 종일 굶주린 한 사람의 배를 채울 수 있는 식사를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또한 나로 인해 다른 사람이 고민과 걱정을 토로할 수도 있다는 것들도 알 수 있는 아주 값진 시간이었다. 더불어 왜 봉사활동을 학교에서 기초필수과목으로 정하여 학생들이 반드시 참여하게 이끌고 있는지 그 이유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봉사활동을 쉬는 날에는 틈틈이 수영을 다시 시작했다. 예전의 생활 패턴을 서서히 회복할 수 있게 되면서 내가 작년 한 해 동안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나는 수영선수가 되기 위해 수영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 수영이 좋아 수영선수가 되길 원했었고, 대학진학만을 위해 공부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 좋고 더 많은 것을 배우기 위하여 대학에 진학했음을, 또 목표란 무조건 설정하고 진행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진정 좋아하고, 그것으로 내가 행복해지는 것이 나의 진정한 목표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마음에 새길 수 있었다.
유찬미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에 재학 중이다. 대학에서 맞은 첫 겨울방학의 인상 깊었던 경험을 <투머로우>에 기고해 주었다.
글 | 유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