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황효정의 아프리카 의료봉사 이야기_4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의료봉사를 하다 보면 급히 수술을 해야 할 경우를 만나게 됩니다.
초기에 치료되었으면 아무 것도 아닌 병인데, 의사를 만나지 못해 방치되고 환자가 그냥 견디다 점점 심해져 심각한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수술이 아니면 생명을 잃거나 신체를 절단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면 의사 선생님들은 열악한 환경이지만 급히 수술을 하게 됩니다.

저는 한의사로 봉사 현장에서 수술을 하는 경우는 없고, 또 많이 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다 같이 의료봉사를 가신 다른 의사 분들이 수술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베냉에 진행된 의료봉사에서는 사람들이 끝없이 몰려왔습니다. (사진=황효정)
▲ 베냉에 진행된 의료봉사에서는 사람들이 끝없이 몰려왔습니다. (사진=황효정)
한 부인이 엄지손가락을 나무에 찔려 저희를 찾아왔습니다. 그 나무를 빼내지 않고 방치해 손이 붓고 통증이 심한 상태였습니다. 외과 담당 선생님은 그냥 두면 손을 절단해야 한다며 현장에서 바로 수술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마취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환자가 많이 아파하고 많은 것들이 부족했지만 상처를 절개해 박힌 가시를 깨끗이 빼내고 다시 봉합한 후 수액을 맞고 안정을 취했습니다.
같이 온 아들이 이 모습을 보고 기뻐하며 연신 고맙다며 인사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 수술을 무사히 마친 이 환자는 아마 수술을 해 주신 선생님을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사진=황효정)
 ▲ 수술을 무사히 마친 이 환자는 아마 수술을 해 주신 선생님을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사진=황효정)
또 어떤 분은 얼굴에 지방종이 있어 제거 수술을 해야 하는데, 우리가 돌아가야 할 비행기 시간이 촉박했습니다. 그래도 환자를 그냥 둘 수 없어 외과 담당 선생님은 수술을 진행했고, 간신히 비행기를 탈 수 있었습니다.
수술을 무사히 마친 환자는 아마도 수술이 끝난 후 부랴부랴 짐을 챙겨 떠나는 의사 선생님의 뒷모습을 감사한 마음으로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한번은 베냉에서 의료봉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한 학교에서 진료를 진행하게 됐는데 사람들이 끝없이 몰려왔습니다.
그 중 한 아이가 배에 큰 혹이 있는 채로 엄마의 품에 안겨 왔습니다. 그냥 봐도 심각한 종양인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어머니는 우리에게 오면 아이가 나을 것이라는 희망과 분명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프리카에 의료봉사를 가면 이런 아이들의 모습이 우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면서도 자기들의 온 마음을, 또 신뢰를 가지고 우리에게로 오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뜨거워집니다.
그런 그들의 마음이 우리 의료진으로 하여금 모든 것을 잊고, 때로는 힘든 여건 속에서도 수술을 하도록 만듭니다.

▲ 매년 의료봉사 때마다 수술을 하시는 선생님은 수술 때 자기를 보조하는 케냐 의대 인턴 학생들을 한국으로 불러 교육을 받게 하기도 했습니다. (사진=황효정)
▲ 매년 의료봉사 때마다 수술을 하시는 선생님은 수술 때 자기를 보조하는 케냐 의대 인턴 학생들을 한국으로 불러 교육을 받게 하기도 했습니다. (사진=황효정)
부산에서 오신 외과선생님 한분은 매년 의료봉사 때마다 내내 수술만 하십니다.
그 분은 저녁식사 시간도 잊은 채 의사 한 번 만나기 위해 먼 길을 온, 이번에 수술하지 않으면 신체를 절단해야 할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수술했습니다. 어느 날은 저녁식사도 않고 새벽 3시까지 수술을 했다고 했습니다.
“무엇이 가장 보람됩니까?”
저는 모든 걸 잊고 수술에만 몰두하는 그 선생님의 마음이 궁금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수술을 해줘도 별로 감사해하지 않습니다. 돈을 내고 수술을 받는 것이니 당연하다는 거지요. 그러나 이곳에 와서 수술을 하고 나면 ‘God bless you!’하며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표합니다. 그 말을 들으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수술을 하다 잠깐 밖에 나와 아프리카의 밤하늘을 보면, 쏟아질 듯 빛나는 별들이 너무 아름답지요.”

아프리카를 위해 봉사하는 그 분의 모습이 진정으로 아름답고 귀했습니다.
그리고 그 분의 마음 못지않게, 그분으로 하여금 자신의 모든 열정을 쏟아내도록 만든 아프리카 사람들의 순수한 마음도 아름답고 귀했습니다. 
 

글쓴이 황효정
굿뉴스의료봉사회(Good News Medical Volunteer, GNMV) 소속 한의사로 매년 여름 아프리카에서 의료봉사를 하고 있다. 특히, 서부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서는 아프리카 풍토병인 부룰리 궤양 퇴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서초구 양재동에서 '운화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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