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황효정의 아프리카 의료봉사 이야기_3

자식을 키우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과 대화가 안 되고, 때로는 아이가 부모의 말에 강하게 반발하는 경우를 만나게 됩니다.
저도 딸 하나와 아들 하나를 두고 있는데, 어릴 때 그렇게 예쁘고 말 잘 듣던 아들과 점점 거리가 생기고, 어느 순간부터 대화가 안 되기 시작했습니다. 아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목소리가 커지고 짜증을 내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 의료봉사 현장에서 봉사하고 있는 아들. 아들과 딸, 그리고 아내와 저는 모두 하나가 되어 진료했는데 누구보다 손발이 잘 맞았습니다. (사진=황효정)
▲ 의료봉사 현장에서 봉사하고 있는 아들. 아들과 딸, 그리고 아내와 저는 모두 하나가 되어 진료했는데 누구보다 손발이 잘 맞았습니다. (사진=황효정)
한번은 아들을 친구들과 함께 학원에 보냈는데, 엉뚱한 행동을 해서 친구들과 함께 불러놓고 야단을 친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을 나무란 다음 잘못한 것을 하나씩 지적하고 있는데 갑자기 제 아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대들었습니다. 순간 당황했습니다. 친구들 앞에서 아버지에게 이렇게 대드는 아들이 용납되지 않았습니다.
이 일은 저에게 큰 충격이 되었습니다. 다음에 이런 일이 생긴다면 그래서 만약 아이에게 매를 들게 된다면 아들과 마음을 나누기 힘들어질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때마침 좋은 기회가 생겨 2011년에는 아들과 딸, 또 아내와 함께 온 가족이 케냐를 거쳐 말라위까지 의료봉사에 함께 참여했습니다. 그때 아들과 같이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봉사하고, 같이 먹고, 같이 자고하며 함께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몇 년이 지났지만 저도, 아들도 그 때 함께 했던 것을 잊지 못합니다.
아프리카에서 봉사활동을 함께 한 후로 아들의 마음이 저와 많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저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딸은 저의 치료 모습을 자세히 보고 있다가 침을 뽑아주고 약을 발라주고 먹는 방법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지금도 이때의 일들을 자주 이야기하곤 합니다. (사진=황효정)
▲ 딸은 저의 치료 모습을 자세히 보고 있다가 침을 뽑아주고 약을 발라주고 먹는 방법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지금도 이때의 일들을 자주 이야기하곤 합니다. (사진=황효정)
저뿐만이 아니라 다른 봉사자분들도 가족들과 함께 의료봉사를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중에는 어린 아이와 함께 온 사람도 있고 저처럼 온 가족이 함께 온 경우도 있고, 다 큰 자녀들과 함께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모님과 아이들이 의료봉사에 함께 오면 집에서 느끼지 못하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아버지와 같이 온 한 아들은 아버지의 진료를 도우며 처음으로 아버지가 존경스러웠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이 자라면 대화가 소원해지고 마음을 잘 나누지 못하게 되는데, 서로가 바쁘다는 상투적인 말만하며 세대차이를 더욱 키웁니다. 하지만 이런 봉사의 자리에서 함께 하다보면 서로를 깊이 이해하게 되고, 다른 누구와도 다른 혈육의 진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부모나 자식은 영원한 내편이며, 금방 하나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인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자식은 부모를 존경하게 되고, 부모 또한 자식이 대견스러워지게 됩니다.

▲ 현지 아이들과 뒹굴며 노는 아이. 이 아이도 훌륭한 봉사자였고, 커서 많은 사람들에게 봉사하며 살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사진=황효정)
▲ 현지 아이들과 뒹굴며 노는 아이. 이 아이도 훌륭한 봉사자였고, 커서 많은 사람들에게 봉사하며 살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사진=황효정)
아프리카 의료봉사는 단순히 봉사의 차원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하게 되면 가족의 소중함을 배우는 계기가 되고,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 가운데 살아가는 사람인가를 발견하는 계기도 됩니다.
봉사는 무엇보다 마음을 나누는 것이기에, 현지인들과 마음을 나누는 것을 배우다 보면 어느새 내 사랑하는 아이와, 아버지와도 마음을 나누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글쓴이 황효정
굿뉴스의료봉사회(Good News Medical Volunteer, GNMV) 소속 한의사로 매년 여름 아프리카에서 의료봉사를 하고 있다. 특히, 서부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서는 아프리카 풍토병인 부룰리 궤양 퇴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서초구 양재동에서 '운화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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