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황효정의 아프리카 의료봉사 이야기_2

2008년 첫 아프리카 여행 중 케냐에서의 일입니다.
저를 포함한 세 명이 한 방을 썼는데, 아침 일찍 일어나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환기를 위해 창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창을 열어둔 채 외부 일정을 위해 호텔을 나섰고, 저녁까지 열려있던 창문을 본 현지인은 깜짝 놀라며 급히 창문을 닫았습니다. 아프리카에서는 말라리아가 모기를 통해 전해지는데 창을 활짝 열어놓으면 모기들이 몰려들어 매우 위험했던 것입니다.

아프리카에서는 모기를 가장 조심해야 합니다. 말라리아에 걸리면 심한 경우 생명을 잃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다시는 아프리카에 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질 정도로 고생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 모기에 물리지 않는 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수 없이 모기에 물리고 그 대부분이 말라리아모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하지만 모기에 물린다고 다 말라리아에 걸리는 것은 아니고 면역력이 약할 경우에 증상이 나타납니다.

▲ 말라리아 검사 키트 (사진=황효정)
▲ 말라리아 검사 키트 (사진=황효정)
말라리아에 걸렸을 때 나타나는 증상은 꼭 감기몸살과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몸이 오슬오슬 춥고 열이 나고 식욕이 떨어지면 감기약을 먹지만 아프리카에서 이런 증상은 거의 말라리아입니다. 요즘은 가볍게 손끝에 피를 내서 검사할 수 있는 키트가 있어 말라리아 판별이 쉬워졌습니다.
일단 말라리아로 확인되면 바로 약을 먹는데, 아프리카에서 구할 수 있는 말라리아약은 아주 잘 듣습니다. 간혹 증상이 심해 약으로 치료되지 않을 때는 주사를 맞기도 하는데 한국에서는 종합병원에서도 이 주사제를 구할 수 없어 매우 위험한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아프리카에서 말라리아는 한국에서 예방주사를 맞고 가도 걸리는 경우가 많아서 무엇보다 현지에서 조심해야 하고, 걸렸을 경우를 대비해 약이나 주사제를 구비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프리카에서 말라리아만큼 조심해야 하는 것이 ‘물’입니다.
보통 해외에 나갔을 때, 먹는 물이 바뀌면 설사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도 마찬가지 인데, 특히 아프리카는 식수 사정이 좋이 않아서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한 번 설사병을 만나면 여행 내내 고생을 하게 되므로 반드시 깨끗하고 안전한 생수를 구해서 먹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반드시 끓여 먹어야 합니다.

마시는 물로 인해 장티푸스에 걸리면 고생을 많이 하게 되는데, 수액 주사를 구해서 탈진이 되는 것을 방지해야 하고,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곳에서는 양치를 할 때도 수도나 현지 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삼가야 합니다.

▲ 코코넛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안전한 최고의 음료다 (사진=황효정)
▲ 코코넛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안전한 최고의 음료다 (사진=황효정)
아프리카에서 가장 안전한 물은 다른 어떤 브랜드도 아닌 바로 코코넛입니다. 아프리카 곳곳에서 만나는 코코넛은 얼마든지 먹어도 안전한 아프리카 최고의 음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아프리카에서 유의해야 할 것을 꼽으라면 ‘돌발 상황’입니다.
말라리아나 먹는 물 등 질병에 유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나라의 상황과 문화를 이해하고 잘 대처하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한 번은 가나에 의료봉사를 갔을 때, 항공사가 파업을 하는 바람에 3일을 꼼짝없이 붙잡혀있어야 했던 경우가 있습니다. 사전에 안내하고 친절하게 처리해주는 항공사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3일씩 비행기가 지연이 되도록 아무런 안내조차 없는 항공사의 처리는 이해하기 힘들고 당황스러운 경우이지만, 이런 예측불허의 돌발상황은 아프리카 여행에서 자주 만나는 일들입니다.
이런 상황들을 인정하고 여행의 일부로 받아들인 다면 아프리카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조심해야 할 것은 자신의 마음가짐, ‘자신감’입니다.
외국에 나가보면 한국 사람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아프리카처럼 덜 발달된 나라에서는 그들보다 잘 산다는 자부심을 갖고 현지에서 함부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많은 문제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봉사자의 마음은 더욱 아닙니다.

아프리카 봉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지에 능통한 사람의 인도를 받아야 합니다.
정치적으로도 불안한 나라가 많고 또한, 야간에 활동하면 매우 위험한 경우도 많습니다. 봉사를 왔기 때문에 모두가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곳곳에서 위험한 상황이 생깁니다. 돈을 빼앗기는 경우, 도둑을 맞는 경우는 물론 부당한 대우를 받기도 합니다.
외국에서는 자신감 보다는 현지 상황을 인정하는 마음으로 항상 조심하고, 현지 사정에 밝은 인도자의 말을 전적으로 따라야 합니다. 아프리카에서는 특히 그렇습니다.

▲ 중요한 것은 아프리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사진=황효정)
▲ 중요한 것은 아프리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사진=황효정)
아프리카에 가면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서, 생각지도 못했던 질병을 만나서 고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아프리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입니다.

아프리카 사람들을 만나면 금방 그들을 사랑하게 됩니다. 내가 얼마나 마음을 굳게 닫고 살아가고 있는지 금방 발견하게 됩니다. 그들은 마음을 열고 우리를 대하는데 주저하지 않지만, 우리가 그들을 우리 방식대로만 보려고 하고 우리가 그들보다 낫다는 생각 때문에 많은 장벽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자기를 비운 마음으로 현지 사람들을 만나고 봉사활동을 하다보면 상대방을 향해 마음을 여는 법을 배우고, 현지인들과 함께 행복을 느끼고 올 수 있을 것입니다.
 

 

글쓴이 황효정
굿뉴스의료봉사회(Good News Medical Volunteer, GNMV) 소속 한의사로 매년 여름 아프리카에서 의료봉사를 하고 있다. 특히, 서부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서는 아프리카 풍토병인 부룰리 궤양 퇴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서초구 양재동에서 '운화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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