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봉사가 깨닫게 해 준 부모님의 사랑, 편지에 담다(3)

2013년 한 해 굿뉴스코 해외봉사단으로 활동했던 이들이 귀국을 앞두고 부모님께 편지를 썼다. 1년간 가족을 떠나 살면서 감사를 알게 되고, 부모님의 사랑을 발견한 이야기를 편지 속에 정성스레 적었다. 그동안 한 번도 말하지 못했던 “사랑합니다”를 이제 말할 수 있게 됐다는 그들의 마음을 편지 속에서 만나본다.

어머니, 아버지, 안녕하세요? 막내 아들 준기입니다.
제가 라이베리아에 온 지도 벌써 10개월이 지나 한국에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어머니, 아버지께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먼저 라이베리아로 해외봉사를 지원해 오기 전의 이야기부터 할게요. 저는 항상 어머니, 아버지가 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무언가를 여쭤보면 항상 ‘안 돼’라고 하시고, ‘쓸데없는 데 신경 쓰지 말고 공부에나 집중해’라고 하셨거든요. 고등학교 때는 제가 공부를 안 하겠다고 하니까 ‘네가 알아서 해!’라고 하셨지요?아무리 아들이 싫어도 그렇지 공부하라고 강요할 때는 언제고 안 한다고 하니까 왜 그렇게 말씀하시는지 이해가 안 됐어요. 그때 부모님께 더욱 마음이 닫혔어요.

 
 
대학에 들어가서는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친구도 사귀지 못하고 혼자서 한 학기를 보냈어요. 그러다 군대에 갔고, 거기서 어느 날 한 권의 책을 만났어요. 그 책에는 해외봉사를 갔다 온 학생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었는데, 저도 가보고 싶어 부모님을 설득한 것이지요. 준비과정에서 포기하고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어머니, 아버지를 떠나서 1년을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라이베리아로 오게 되었어요. 어머니, 아버지가 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마음속에 간직한 채로 말이에요.

라이베리아에서도 처음에는 낯선 환경과 새로운 사람들 사이에서 적응하는 것이 어려웠어요. 다른 단원들보다 나이도 많은 데다가 반장직도 맡았는데, 제대로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영어도 늘지 않으니까 그 이유가 다 어머니, 아버지가 나를 잘못 키워서라고 부모님 탓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6월 즈음에 성경의 ‘탕자 이야기’를 듣게 되었어요. 어느 부자에게 두 아들이 있는데 그 중 둘째 아들이 아버지에게 자기 몫의 재산을 달라고 했어요. 그는 그 재산을 받아 사업을 하려고 먼 나라에 갔지만, 결국 망하고 다시 아버지 집에 돌아왔는데, 그런 아들을 아버지가 받아주고 행복해했다는 이야기예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머니,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어요. ‘그렇다면 우리 어머니, 아버지도 나를 사랑하시겠구나. 내가 원하는 것을 안 해주셔서 나를 싫어한다고 잘못 생각한 것이구나. 부모님이 안 된다고 하신 일들 또한 나를 위해서 하신 말씀인데, 단지 내가 오해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처음으로 드는 거예요. 그러면서 그 동안 어머니, 아버지가 저를 위해 해주셨던 일들이 떠올랐어요. ‘아! 나를 사랑하셨는데 다만 생활이 힘드셔서 표현을 못 하셨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까지 부모님의 마음을 몰랐던 것도, 제 마음을 표현하지 않은 것도 몹시 후회가 되었어요. 그 순간 어머니, 아버지에게 이 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어머니, 아버지, 제가 라이베리아에 와서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직도 어려운 일들은 피하고 싶고, 한국에 돌아가면 뭘 해야 될지도 잘 모르겠지만 아프리카에 와서 가장 중요한 것을 알게 되었어요. 바로 어머니, 아버지가 저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과 저도 어머니, 아버지를 사랑한다는 사실이에요.
 어머니 아버지, ‘제가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제 앞길 걱정하지 마세요!’라고는 말씀 못 드리지만 ‘옆에서 지켜봐주세요. 그리고 많이 가르쳐주세요’라고는 당당히 말할 수 있어요. 그리고 어머니, 아버지를 사랑한다고 그 누구보다 저를 걱정해주시고 아껴주시는 분은 어머니, 아버지라고 말하고 싶어요. 어머니, 아버지, 사랑합니다.

막내아들 준기 올림
 


글 | 홍준기(대구영진전문대 사회복지학과 1학년)
진행 | 김양미, 배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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