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 교수의 ‘독한 습관’ 강연

28,000명이 넘는 트위터(@kecologist) 팔로워가 관심을 가지고 따르는 지식생태학자인 한양대 유영만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살아온 자취와 지식생태학 자료, 도서, 연구과제 등 다양한 이야기를 기록해놓았다. 70권의 책을 집필한 그는 독서의 진수를 맛본 독서광이다.

 
 
팝콘처럼 튀는 현대인의 뇌
대한민국 시인 중에 오로지 시만 쓰며 밥먹고 사는 이가 얼마나 될까요? 대한민국 대학생들 역시 시집을 사서 읽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시만 읽지 않는 게 아니라 다른 책들도 보지 않지요. 그렇다면 책을 왜 읽어야 할까요? 간단히 설명하면 책을 읽은 사람은 문제를 접근하는 시각이 다릅니다. 그리고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훨씬 더 다양해지기 때문에 당면한 문제를 넘어가기 쉽습니다. 이때 독서는 위기 상황과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물론 책을 읽어야 하는 강박관념을 벗고, 왜 읽어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보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야 합니다. 저는 ‘개념적 충격’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 1년 동안 변화가 없다면, ‘개념 없이 살았다, 생각 없이 살았다’고 봐야합니다. 책을 읽으면 그러한 개념적 충격을 받을 수 있고, 생각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르 꼬르뷔지에라는 건축가는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수도사의 다락방이다. 책을 읽을 수 있는 불이 켜져 있고, 창밖의 별을 내다볼 수 있는 그런 다락방이면 족하다’고 표현할 만큼 책 읽기를 권장했습니다.
요즘 현대인들은 어떨까요? 하루에도 수도 없이 SNS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무엇에 집중을 좀 하려고 하면 스마트폰에서 ‘카톡’ 소리가 울립니다. 음악의 스타카토처럼 팝콘이 튀듯 울리는 카톡에 반응하는 뇌, 세상은 뇌가 서서히 책 읽기에 몰입하지 못하도록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어떤 일에 몰입을 하는 데 최소 3분 이상이 걸리는데, 여러 사람들이 다시 몰입해야 할 때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됩니까? 책을 읽거나 사색하지 않고,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요즘 젊은이들, 숙제도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친구와 밥 먹는 것도 인터넷 검색, 쇼핑도 인터넷 검색을 하죠. 인터넷을 검색하지 않으면 이제 사랑도 하지 못 하고 밥도 먹지 못 할 지경이 됐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형성되고 있고, 그 검색 결과들로 세상을 바라보게 됐습니다. 글을 한 자 한 자 읽어내려 가는 노력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습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는 뇌를 쓰는 사람들이 현격하게 줄어들고 있다고 말합니다. 인간이 책을 읽고 사색하는 기능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고발하고 있죠.
사람은 물론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자들의 스토리를 녹여서 글을 써 놓은 책을 읽어야 합니다. 책 읽기를 하면 직접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 남다른 통찰력을 얻을 수 있고 간접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 간접 경험은 인생의 커다란 자산이 되는 것입니다. 평범한 한 사람이 세상을 바꾸는 경우가 있는데, 그들은 대개 독서를 했습니다. 책 한 권이 주는 힘이 실로 얼마나 큰지 모릅니다. 책을 읽는 사람은 인생을 읽고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책으로 인생을 설계하다
공업고등학교에 장학금을 받으며 다닌 저는 졸업 후 용접공이 됐고, 야간 경비 등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다른 분에게 추천하지는 않지만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이란 사법고시 수기를 접하고 1년간 좋아하던 술과 인간관계를 끊고 공부를 했습니다. 그런데 웬걸요? 고시공부를 하는데 인생이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급기야 아끼던 책을 가져다가 불사르는 화형식을 거행했죠. 책을 제한적으로 읽다보니 고시가 재미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10년간 다른 전공 공부를 했습니다. 가난한 10대의 잃어버린 청춘을 다시 찾고자 남들이 다 잘 때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주경야독, 대학진학, 미국 플로리다대 교육공학 박사까지 새벽 5시에 기상해서 저녁 9시에 취침할 때까지 엄청나게 책을 읽었습니다. 현재 저는 지식생태학자로 불립니다. 지식생태학이란 생명의 생존 원리나 순환 원리를 캐내어 지식을 얻고, 그 지식을 공유하고, 새롭게 활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저의 연구실에 있는 책의 1/10이 생태학 관련 책입니다. 생태학에 관련된 철학서부터 나무, 숲, 잡초, 동식물, 생명체에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그런 방대한 지식들을 얻으면서 자연에야말로 많은 생명체들이 살아가는 생존의 원리가 담겨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문명 발달로 자연에서 멀어진 인간에게 각종 질병이 오고, 생각도 퇴화했다는 걸 알았습니다. 책은 이처럼 인간에게 많은 것을 이야기합니다. 지식생태학자이면서도 다양하고 깊은 독서를 통해 최근에 발간한 <울고 싶을 때 사하라로 떠나라>까지 70권의 저서를 냈습니다.

책을 읽고 체험하고, 메모하라
여러분이 책을 읽은 대학 4년의 결과가 졸업 후 인생을 결정한다고 저는 말할 수 있습니다. 일주일에 책을 한 권 읽은 사람은 새로운 세상의 창 하나가 열리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에게는 세상의 창이 몇 번 열렸나요? 저는 책을 읽을 만큼 체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때로는 책보다 더 좋은 것은 산책이라고 표현하죠. 읽는 책의 내용을 더욱 깊이 사고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읽은 책을 소화시키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간단히 공식 한 가지, ‘y=er²’ 이란 것을 만들었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여기서 y=창작물, e=체험, r₁=독서, r₂=만남을 의미합니다. 내가 겉으로 쏟아낼 수 있는 창작 동력은 어디서 나올까요? 첫 번째는 체험입니다. 산전수전 다 겪어본 체험을 말합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대학을 다니면서 여러 가지 새로운 도전적인 경험을 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독서와 사람과의 만남이 있어야 합니다. 지적 자극을 받지 않으면 나란 사람은 바뀌지 않고, 만나는 사람을 바꾸지 않으면 나는 바뀌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책을 읽고 책을 쓴 저자를 쫓아가서 만나고 이야기를 하고 깨달음을 얻어야하죠. 만약 대학시절 위 공식 중 어떤 것 하나라도 제로가 된다면 나라는 사람이 얻을 수 있는 출력물은 작아집니다.
저는 ‘쓰지 않으면 쓰러진다’ ‘읽지 않으면 읽힌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얼마나 메모했는지 중요합니다. 특히 저자와는 꼭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라고 합니다. 저는 책을 사서 걸레처럼 만들어서 보라고 합니다. 중요한 장은 포스트잇을 붙여 보고, 밑줄도 그어보라고 합니다. 사람의 기억은 휘발성이 있어서 기록해야 합니다. 그래서 메모를 강조하죠. 책과 추억을 담을 수 있기 때문에 책을 꼭 사서보라고 당부합니다.

정리 | 김민영 기자   디자인 | 이가희 기자   사진 | 배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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