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읽었기에 시대를 앞서갔다
라이프니츠(독일의 수학자, 철학자)
지난 2006년 독일의 하노버대학은 라이프니츠대학으로 교명을 바꾸었다. 천재 수학자 라이프니츠가 40년간 하노버 왕궁에서 고문관 겸 도서관장으로 일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다(당시 왕궁 건물이 현재 하노버대 본관이다). 1676년부터 1716년 사망하기까지 그는 이곳에서 미적분을 창안하고 톱니바퀴 계산기를 발명하는 등 과학, 물리학, 천문학의 분야에서 많은 업적을 남겼다. 특히 수학과 논리학, 언어학 분야에서 그의 연구결과는 오늘날 컴퓨터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자신의 천재성을 ‘반복적인 독서의 결과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치, 종교, 역사, 문학 등 각 분야의 대표적인 책의 이치를 터득할 때까지 반복해서 읽은 게 비결이라는 것.
“나는 책을 구멍이 뚫릴 정도로 열심히 꿰뚫어 보았다. 잘 이해되지 않는 대목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이것저것 골라 읽으며, 전혀 뜻을 알 수 없는 곳은 뛰어넘고 읽었다. 그래서 몇 번이고 이런 읽기를 계속하여 결국 책 전체를 읽어 내려, 얼마 동안 시간이 지난 다음 같은 작업을 되풀이해 가면 이전보다 훨씬 이해가 잘되는 것이었다.”

코르시카의 촌뜨기, 독서노트로 황제가 되다
보나파르트 나폴레옹(프랑스의 정치가, 군인)

정복자의 대명사 나폴레옹은 평생 8,000권의 책을 읽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이렇게 어마어마한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은 ‘고독의 가장 좋은 친구는 독서’라는 어머니의 가르침 덕이었다. 책을 읽은 뒤에는 반드시 독서노트에 책의 내용을 간추려 요약하거나 감명 깊은 구절, 자신의 소감 등을 꼼꼼히 적어 기록으로 남겼다. 그 결과 그는 젊은 나이에도 정치, 국방, 법률, 역사, 재정, 풍속, 지리, 인구 등 방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후세의 나폴레옹 연구가들은 그의 두뇌를 ‘잘 정리된 서랍 같다’고 평한다. 다방면에 걸친 지식이 머릿속에 체계적으로 잘 분류되어 필요할 때면 언제든 바로 꺼내 쓸 수 있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백독백습으로 조선의 베스트 리더가 된 세종!
세종대왕

세종대왕의 학습법은 백독백습百讀百習 한 마디로 요약된다. 말 그대로 책 한 권을 100번 읽고 100번 베껴쓰면서 익히는 것이다. 유교경전의 기초교재인 사서삼경을 비롯해 어떤 책이든 ‘바를 정正’ 자로 횟수를 표시하면서 철저히 100번씩을 읽고 쓰며 익혔다. 덕분에 아버지 태종이 세자인 그의 공부를 시험하기 위해 이것저것 까다로운 질문을 던졌을 때도 막힘없이 척척 답변해 태종을 흡족케 했다고. 왕위에 오른 뒤에도 신하들과 함께 경전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인 경연經筵을 1,898회나 열 정도로 책을 사랑했다. 태조 때 열린 경연횟수는 23회, 태종 때는 80회에 불과했다. 역사학자라면 누구나, 아니 역사에 대해 잘 모르는 문외한들조차 그를 조선 최고의 왕으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 이유를 알 만한 대목 아닌가?

책도 밥처럼 잘게잘게 씹어야
주자(중국의 학자)

성리학이라는 새로운 유학의 분야를 완성한 주자는 주희朱熹라는 본명보다 주자朱子라는 존칭으로 더 유명한 학자다. <논어>, <맹자>, <대학>, <중용> 등 유교의 주요경전인 사서四書를 깊이 읽고 본인은 물론 그 이전의 유학자들이 남긴 풀이를 두루 정리하기도 했다. 죽기 하루 전까지
<대학>을 연구했을 만큼 독서를 사랑한 주자의 독서 노하우는 <주자어류朱子語類> 140권 중 10~11권에 해당하는 독서법 상, 하에서 엿볼 수 있다. <주자어류>는 주자와 제자들의 대화를 기록한 책이다.
“독서할 때는 모름지기 철저하게 내용을 파고들어야 한다. 이것은 사람이 밥을 먹을 때 잘게 씹어야 비로소 삼킬 수 있고, 그런 뒤에나 몸에 보탬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20권을 대충 읽는 것보다 한 권이라도 철저히
뉴턴, 바그너

뉴턴은 책에서 읽은 내용을 노트에 요약, 정리했고, 나아가 책 내용을 실험에 적용할 경우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를 깊이 생각했다. 유클리드의 <기하학원론>이나 데카르트의 <방법서설> 등을 즐겨 읽었다. 올해로 정확히 서거 130주년을 맞이한 작곡가 바그너. <파르지팔>, <신들의 황혼> 등 주옥같은 작품을 남긴 그는 쇼펜하우어의 대표작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의 열렬한 팬이었다. 그는 이 책을 평생 반복해 읽어 나중에는 전부 외워버릴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참고로 을유문화사에서 발간한 이 책의 번역본은 700쪽이 넘는다.


디자인 | 이가희 기자   사진 | 배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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