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카파 탄생 100주년과 한국전쟁 정전 60주년을 기념해 ‘로버트 카파 탄생 100주년 사진전’이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린다. ICP는 1974년 코넬 카파가 형인 로버트 카파의 기록과 추억을 보존하기 위해 건립한 재단이다. 국내 최초로 ICP에서 직접 소장하고 프린트한 오리지널 작품들로 구성되는 전시인 것이다.

 
 


일시  2013년 10월 28일까지
       (오전10시30분~오후9시)
장소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본관
문의  0505-300-5117
관람 요금  성인 12,000원, 청소년 8,000원,
              어린이 7,000원     

카메라모형처럼 생긴 입구로 들어서면 로버트 카파의 얼굴 사진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동선을 따라 전시된 사진과 영상을 감상하다 보면 스페인내전, 제2차 세계대전, 노르망디 상륙작전, 인도차이나 반도전쟁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촬영한 생생한 사진들을 통해 참혹했던 전쟁의 역사를 실감할 수 있다. 또 로버트 카파의 여인들, 함께 전쟁터를 누빈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존 스타인벡, 예술적 교감을 나눈 피카소, 앙리 마티스 등과 같은 그의 친구들의 사진과 이야기를 보면서 로버트 카파의 드라마 같은 인생냄새도 맡을 수 있다.
2007년 12월말 ICP에 멕시칸 수트케이스가 비밀스럽게 도착했는데, 안에는 카파의 전설적인 스페인 내전 사진이 포함된 160롤의 필름이 들어있었다. 이번 한국전시에 최초로 몇 점이 공개된다. 미국의 공영방송 PBS에서 제작한 카파의 일대기를 다룬 90분짜리 다큐멘터리 영화도 평일 오전 10시 30분에 풀버전으로 상영된다.

전쟁을 증오한 종군사진기자  로버트 카파

총 대신 카메라를 들고 수많은 전쟁터를 누빈 로버트 카파는 가장 위대한 종군사진가였지만 누구보다도 전쟁을 증오한 휴머니스트였다. 

 
 

1913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난 앙드레 프리드만(로버트 카파의 본명)은 1931년 베를린으로 가서 사진을 배웠다. 트로츠키의 마지막 연설 장면을 찍은 그의 사진이 시사주간지 <슈피겔>에 실리면서 본격적인 사진가의 삶을 시작한다. 히틀러의 독재정치가 시작될 무렵 파리로 간 그는 그의 영원한 연인 게르다 타로를 만나, 이름을 로버트 카파로 바꾸고 타로와 함께 회사를 차려 사진을 찍고 파는 일을 한다. 두 사람은 1936년 프랑스의 봉기소식을 접하고 스페인으로 가서 자발적으로 종군기자 활동을 한다. 그때 한 병사가 총탄을 맞고 쓰러지는 마지막 순간을 찍게 된다. 화약 냄새가 배어 있는 듯한 이 사진은 <라이프>지에 실리면서 큰 이슈가 되었고, 후에 연출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카파를 최고의 종군기자로 만들어 주었다. 1937년, 타로는 전쟁터에서 촬영하다가 탱크에 깔려 죽는다. 카파는 타로에게 라이카 사용법을 알려주고 종군사진의 세계에 들어오게 한 자신을 자책하며 그를 평생 잊지 못한다. 이후 그는 스페인 내전, 2차 세계대전, 중일전쟁, 이스라엘 독립전쟁, 베트남전쟁 등에서 ‘카파이즘’이란 단어가 생길 만큼 더욱 치열하게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위대한 전쟁의 참상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라이프>지에 특집으로 실린 노르망디상륙작전 사진들은 흔들렸지만, 오히려 손이 매우 떨릴 만큼 공포감과 절박함이 나타나는 사진이었다. 1954년 5월, 카파가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은 베트남에서 호치민 군과 싸우던 프랑스 소대원의 행군 모습이었다. 잠시 후 큰 폭발음이 들렸다. 카파가 지뢰를 밟은 것이다. 자신이 찍길 원하는 사진의 한 장면처럼 죽어간 그의 왼손에는 콘탁스 카메라가 꼭 쥐어져 있었다.
카파가 남긴 전쟁 밖 사진들에는 친구들과의 사이에 흐르는 우정과 사랑이 넘친다. 그는 때론 유쾌하고 때론 낭만이 넘치는 휴머니스트였다. 그가 남긴 전쟁사진들은 전쟁의 참혹함과 비통함을, 한편으로는 따뜻한 휴머니즘을 느끼게 해준다.

진행 | 홍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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