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계 : 태만하고 방탕한 마음

-"허랑방탕하여 재산을 허비하더니"

“또 가라사대 어떤 사람이 두 아들이 있는데, 그 둘째가 아비에게 말하되 ‘아버지여, 재산 중에서 내게 돌아올 분깃을 내게 주소서.’ 하는지라. 아비가 그 살림을 각각 나눠주었더니 그 후 며칠이 못 되어 둘째 아들이 재물을 다 모아가지고 먼 나라에 가 거기서 허랑방탕하여 그 재산을 허비하더니, 다 없이한 후 그 나라에 크게 흉년이 들어 저가 비로소 궁핍한지라. 가서 그 나라 백성 중 하나에게 붙여 사니 그가 저를 들로 보내어 돼지를 치게 하였는데, 저가 돼지 먹는 쥐엄열매로 배를 채우고자 하되 주는 자가 없는지라. 이에 스스로 돌이켜 가로되 ‘내 아버지에게는 양식이 풍족한 품꾼이 얼마나 많은고? 나는 여기서 주려 죽는구나. 내가 일어나 아버지께 가서 이르기를 “아버지여, 내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얻었사오니 지금부터는 아버지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감당치 못하겠나이다. 나를 품꾼의 하나로 보소서.” 하리라.’ 하고, 이에 일어나서 아버지께로 돌아가니라. 아직도 상거가 먼데 아버지가 저를 보고 측은히 여겨 달려가 목을 안고 입을 맞추니, 아들이 가로되 ‘아버지여, 내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얻었사오니 지금부터는 아버지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감당치 못하겠나이다.’ 하나, 아버지는 종들에게 이르되 ‘제일 좋은 옷을 내어다가 입히고 손에 가락지를 끼우고 발에 신을 신기라. 그리고 살찐 송아지를 끌어다가 잡으라. 우리가 먹고 즐기자. 이 내 아들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으며 내가 잃었다가 다시 얻었노라.’ 하니 저희가 즐거워하더라.” (신약성경 누가복음 15장 11~24절)


예쁜 여자와 사귀려면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성경 누가복음 15장에 기록된 ‘탕자 이야기’는 사람의 마음의 세계를 여섯 단계로 그려 놓았습니다. 사람은 처음에 자기를 믿는 마음을 갖고, 자기를 믿으면 태만하고 방탕하며, 그러면 망하고, 망하면 고통이 찾아오고, 고통스러우면 뉘우치게 됩니다. 그때 마지막 단계로 복된 삶을 알고 누리게 됩니다.
마음이 자기를 믿는 첫 번째 단계에 머물러 있는 사람은 자기 판단이 다 옳고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주관을 꺾지 못하고, 자기가 하고 싶으면 해야만 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자기 생각과 다른 참된 지혜, 깊은 마음의 세계를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마음의 세계가 성숙하지 못한 사람일수록 자기 생각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다른 것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러나 실수도 하고 실패도 하면서 자신의 부족함과 어리석음을 알고 무능함을 아는 사람, 자신이 잘못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자기 생각과 다른 이야기, 다른 세계를 받아들일 줄 압니다.
얼굴이 예쁜 여자와 사귀려면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생각해 봅시다. 만원버스가 시골길을 달려가고 있는데, 한 여자가 손을 흔들어서 버스가 섰습니다. 한여름에 에어컨도 없는 버스가 서자 바람이 들어오지 않아 찜통인데, 손을 든 여자가 뛰어오지 않고 천천히 걸어와 타는 겁니다. 버스에 탄 사람들이 다 그 여자를 향해 불만 어린 말을 내뱉었습니다. “저 여자 좀 봐!” “아니, 뛰어오면 안 돼?” 잠시 후 여자가 버스에 올라타서
“미안해요” 하는데, 얼굴이 아주 예쁜 겁니다. 그러니까 아무도 여자를 더 이상 타박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여자가 못생겼다면 사람들이 죄다 한마디씩 보탰을 겁니다.
얼굴이 예쁜 사람은 이처럼 자기로 인해 문제가 좀 생겨도 “미안해요.” 하면 사람들이 다 넘어가 주니까 마음 꺾을 일이 별로 없습니다. 자연히 무슨 일이든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합니다. 그러니까 예쁜 여자와 사귀려면 그 대가-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를 지불해야 합니다. 물론 마음이 성숙한 사람은 얼굴이 예뻐도 겸손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마음의 첫 단계인 자기를 믿는 단계에 머물러 있는 사람은 자기가 잘난 줄 알기에 어떤 일에서든지 자기 주장을 내세웁니다.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시시하게 여기며 다른 사람을 가르치려고 해서 주변 사람들을 항상 불편하게 만듭니다. 그런 사람은 결혼해도 배우자나 가족들에게 일방적으로 자기 위주로 행동해 가정에 문제를 야기시킵니다.


집 떠난 둘째 아들은 기생집부터 찾아갔습니다
일본어에 ‘야끼’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굽는다’는 말입니다. 군만두를 야끼만두라고 하지요. 일제 칼과 독일제 칼을 세계에서 제일 좋은 칼로 쳐줍니다. 일본 사람들과 독일 사람들은 쇠를 아주 잘 다루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를 만들 때 일본과 독일을 따라갈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쇠를 다루는 부분이라고 합니다.
옛날 일본 사람들은 칼을 만들 때 쇠를 ‘야끼’했다고 합니다. 불에 달궈서 벌겋게 달아오른 쇠를 물에 팍 집어넣으면 ‘물 야끼’가 됩니다. 그렇게 하면 쇠가 아주 여물어집니다. 다시 벌겋게 달군 쇠를 이번에는 기름에 집어넣습니다. 그러면 ‘기름 야끼’가 되지요. 그렇게 해서 쇠를 아주 단단하게 만듭니다. 물 야끼나 기름 야끼를 한 쇠는 겉은 보통 쇠처럼 보이지만 속은 굉장히 단단합니다. 쇠가 단단해야 날이 예리하게 선 좋은 칼을 만들 수 있습니다. 보통 쇠는 숫돌에 갈면 새카만 쇳물이 나오면서 쇠가 닳아지는데, 그런 쇠로 칼을 예리하게 만들면 몇 번 쓰면 금방 무뎌져버립니다. 그에 비해 야끼를 해서 아주 여문 쇠는 오랫동안 숫돌에 갈아도 물이 하얗고 쇠가 닳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 쇠로 칼을 만들어야 아무리 사용해도 그 날카로움이 여전히 유지되는 것입니다.
사람도 연단의 과정을 거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 차이가 아주 큽니다. 탕자 이야기에 나오는 둘째 아들은 마음이 전혀 연단되지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자기가 잘난 줄 알고 무엇이든지 하면 할 수 있을 줄로 알았습니다. 둘째 아들은 아버지에게 장차 받을 유산을 미리 달라고 해서 그 돈을 가지고 먼 나라로 갔는데, 도착한 첫날은 기생집에서 실컷 즐기고 다음 날부터 열심히 사업을 하려고 생각했습니다. 자기의 능력을 믿었고 자기의 두둑한 주머니를 믿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기생집에서 하룻밤 즐기고 나니까 다음 날 또 가고 싶고, 계속해서 기생집을 찾았습니다.
기생과 놀다가 나올 때면 팁을 줘야 합니다. 백만 원짜리 수표 한 장을 건넸는데 기생이 “이게 뭐야? 내가 백만 원 가치밖에 안 돼요? 이거 애들 과자나 사줘요” 하는 겁니다. 속으로는 ‘백만 원이 얼마나 큰돈인데…’ 하고 떫지만, 자기 체면이 깎일까봐 “아, 그게 백만 원짜리야? 나는 천만 원인 줄 알았지” 하고 천만 원을 주는 겁니다. 그렇게 기생들에게 돈을 쏟아 붓다 보니 어느덧 돈이 바닥나고 말았습니다. 기생들은 돈 보고 남자를 가까이하니까 돈이 떨어지면 그때부터 박대하기 시작합니다. 둘째 아들은 돈 떨어졌다고 자기를 괄시하는 기생에게 너무 화가 났습니다.
“너, 나를 이렇게 대할 수 있어? 전에는 죽고 못살 것처럼 하더니!”
“돈 가지고 오면 잘해 줄게요. 나, 다른 손님 받아야 하니까 빨리 나가세요.”
둘째 아들이 기생집에서 쫓겨났습니다. 주머니에 한 푼 없는데, 마침 그 나라에 극심한 흉년이 들어서 밥을 얻어먹기도 힘들었습니다. 배가 너무 고파서 일자리를 얻으려고 했지만 일을 해본 적이 있어야지요. 농사를 지어봤겠습니까, 소를 몰아 보았겠습니까? 일자리를 찾고 찾다가 돼지 치는 일을 하려고 했습니다.
“당신, 돼지 쳐보았어?”
“처음이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안 되는데….”
“배워가면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러면 일을 배우는 동안에는 밥을 주지 않을 테니까 그냥 일하고, 잘하면 그때부터 밥을 줄게.”
기가 막히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돼지와 함께 뒹굴면서, 밥을 먹지 못해 배가 고프니까 돼지가 먹는 쥐엄열매로 배를 채우려고 했습니다.
둘째 아들은 자기가 절제할 수 있으리라 믿었기 때문에 기생집이라는 방탕한 길로 들어섰고 결국 비참한 결과를 맞이했습니다.


큰 재산이 생기니까 순식간에 망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잘 아는 박사님이 한 분 있는데, 이분은 어렸을 때 굉장히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성적도 늘 상위권이었습니다. 그런데 20대 후반에 부모님이 갑자기 돌아가셔서 엄청난 재산을 물려받았습니다. 마음의 세계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큰 재산이 생기니까 이분 삶이 순식간에 망가지기 시작했습니다. 돈을 좇아서 주위에 친구들이 들끓고, 허랑방탕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부탁하면 아무 생각 없이 돈을 빌려주고 보증을 서주었습니다. 그러다가 문제가 생기면 ‘땅 하나 팔면 되지, 뭐.’ 하고 쉽게 생각했습니다.
자기를 믿었기 때문에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았습니다. 그러니까 결과는 불 보듯 뻔했습니다. 얼마 가지 않아서 모든 재산을 잃고 새벽부터 우유배달을 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마침 박사학위 논문 준비 막바지 기간이라 너무 힘들어서 죽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러, 차를 몰고 가다가 액셀러레이터를 끝까지 밟았습니다. 다행히 죽음이 비껴갔습니다. 이분은 그처럼 엄청난 재산을 잃고 자신을 믿는 마음이 다 무너진 후 복된 길을 찾아서 새 삶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 후 박사가 되었고, 카이스트(KAIST) 생명공학연구소에서 근무하다가 지금은 세계 최초로 복제 양 ‘돌리’를 만든 영국 에든버러대학에서 생명공학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 분의 삶은 누가복음 15장에 나오는 탕자의 삶과 정말 닮았습니다.

 

한번 빠지면 쉽게 헤어나오기 힘듭니다
둘째 아들은 잠깐 즐기려고 했습니다. 기생집에서 하룻밤만 즐기고 바로 일을 시작하려고 했는데, 기생집에 발을 들여놓자 헤어나올 수 없었습니다. ‘어? 돈을 벌써 이렇게 많이 썼나? 안 되겠다. 기생집에 가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하는데도 다시 기생집에 가 있었습니다. ‘바보처럼 왜 기생에게 빠져서 살아?’ 하고 여러분은 그렇게 살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제로 그 위치에 들어가면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보이스 피싱에 당해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저도 한 번 속았습니다. 어느 토요일에 전화가 왔는데, 롯데백화점에서 제 이름의 카드로 방금 185만 원이 결제되었다는 겁니다. 저나 우리 가족들 가운데에는 카드를 쓴 사람이 없기에 “경찰에 신고할까요?” 했더니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경찰에 신고하고 10분이 안 되어서 경찰이라면서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그 사람은 신고한 내용에 대해 이것저것 묻더니 “선생님, 누군가가 선생님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카드를 만든 후 그 카드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면서, 통장에 있는 돈이 빠져나갈 수 있으니까 빨리 카드와 통장을 가지고 주거래 은행으로 나오라고 했습니다. 저는 185만 원을 잃지 않으려는 데에 마음이 쏠려 있었기 때문에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바로 은행으로 가다가, 내가 그런 일에 대해 잘 모르니까 한번 확인해 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중간에 파출소에 들렀습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예, 이러이러한 일이 있어서 제가 은행에 가고 있는데, 가도 됩니까?”
“어르신, 그거 사기입니다.”
그때 경찰이라며 나에게 은행으로 오라고 했던 사람이 다시 전화해서 은행에 다 왔느냐고 물었습니다. 내 핸드폰을 경찰관에게 건네주었더니, 그 사람이 전화 받은 사람이 진짜 경찰인 것을 알고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습니다.
바보같이 보이스 피싱에 속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은 충분히 속일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생들도 남자를 녹일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데에 한번 빠지면 벗어나기가 정말 힘듭니다.
길을 가던 사람이 물이 있는 깊은 웅덩이에 빠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허우적거리게 되고, 정상적인 사고나 행동이 불가능합니다. 우리말에 ‘빠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도박에 빠졌다, 게임에 빠졌다, 골프에 빠졌다, 여자에게 빠졌다…. 깊은 웅덩이나 깊은 물에 빠지면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는 것처럼 어디든지 빠지면 사고가 흐트러지고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한번은 제가 강에서 수영을 하다가 죽을 뻔한 적이 있습니다. 캠프 때 학생들에게 태워줄 모터보트를 점검하기 위해 국제청소년연합 도기권 회장님과 강에서 보트를 타고 가다가 저는 중간에 강물에 뛰어내려서 수영을 해 밖으로 나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한참 수영해서 가다가 고개를 들어 보니까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제가 보통 1km 정도는 수영할 수 있기에 다시 방향을 잡아서 헤엄쳐 나갔습니다. 한참 가다가 다 왔겠다 싶어서 고개를 들고 보니까 또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두 줄기로 갈라져서 흐르는 강물이 합해져 물이 빙빙 도는 곳에 들어서서 내 몸도 물살을 따라 빙빙 돈 겁니다. 당황한 나는 그곳에서 벗어나려고 힘을 썼고 금방 지쳐버렸습니다. 다행히 도 회장님이 저만치에서 보트를 몰고 가고 있어서 도와 달라고 소리를 쳐 위험을 면할 수 있었습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제가 수십 미터 수영해서 가는 것에 아무 문제가 없지만, 물이 빙빙 도는 곳에 들어서니까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마음의 세계도 어딘가에 빠지면 헤어나오기가 힘듭니다. 빠진 사람을 보고 “사람이 저렇게 도박에 빠져 사냐?” “게임에 빠져 사냐?” “여자에 빠져 사냐?” 하고 비웃을지 모르지만, 일단 빠지면 누구나 그렇게 됩니다. 빠지기 전에는 항상 비판적으로 말합니다. “남자가 병신같이 술 하나 못 끊어?” “미쳤지, 마약을 왜 해?” 그러나 그 사람도 한번 빠지면 역시 헤어나오지 못합니다.


그건 확-실하단 말예요!
둘째 아들은 먼 나라에서 허랑방탕하게 살아 가지고 간 돈을 다 허비했습니다. 바보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사람이 처음에는 자기가 하고 싶어서 술을 마시고, 게임을 하고, 마약을 합니다. 그런데 어느 시점을 지나면 거기에서 벗어나지를 못합니다. 그때는 하고 싶지 않아도 계속 하게 됩니다. 그것은 어떤 힘이 사람의 마음을 끌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열심히 공부해 좋은 직장에 들어가서 돈을 많이 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유혹의 올가미가 여러분의 목을 걸 때 거기에 한번 걸려들면 누구도 정상적으로 사고하거나 행동할 수 없습니다. 거기에 빠져버립니다.
한번은 제가 차를 타고 가고 있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박옥수 목사님이세요?”
“예, 그런데요.”
“여기 용인정신병원인데, 목사님의 도움이 꼭 필요합니다. 굉장히 어려운 환자 한 사람이 있는데, 병원까지 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며칠 후, 아내와 함께 용인정신병원에 찾아갔습니다. 환자는 키도 크고 얼굴도 예쁜 30대 부인인데, 쇠창살이 있는 방에 갇혀 있었습니다. 그 방에 들어가서 그 부인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목사님, 저는 너무 불행해요!”
그 부인은 처녀 때 미국에 살면서 항공사의 스튜어디스로 일했는데, 다른 항공사에 근무하는 남자 직원과 연애해 결혼하면서 한국으로 와서 살기 시작했습니다. 그 부인 말로는, 자기가 그처럼 남편 하나 믿고 모든 것을 버리고 한국까지 왔는데, 남편이 밤마다 건너편 아파트에 사는 독신녀에게 가서 자고 온다는 겁니다. 그 이야기를 하면서 벌벌 떨며 분개했습니다.
남편이 그처럼 다른 여자 집에 간다면 가서 데리고 오면 되는데, 밤마다 자고 오게 놔둔다는 것이 이상해서 “남편이 그 여자랑 자고 오는 것을 어떻게 알았어요?” 하고 물었습니다. 그러니까 그 부인이 “목사님, 내가 미치는 게, 나는 잠만 자면 송장이거든요!” 하는 겁니다. 더 이상해서 “잠든 상태에서 남편이 그 여자와 자고 온 것을 어떻게 알았어요?” 하고 물으니까 “목사님, 그건 확-실하단 말예요!” 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 부인이 어느 날 아침에 잠에서 깨어 옆에서 자고 있는 남편을 보면서 갑자기 남편이 밤에 건너편 아파트에 사는 독신녀와 자고 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독신녀와는 잘 알지는 못하고 서로 인사 정도 하며 지내는 사이였습니다. 그 부인이 화가 나서 자는 남편을 마구 흔들어 깨웠습니다.
“당신, 어젯밤에 어디 가서 잤어?”
“어디 가서 자긴? 여기서 잤잖아.”
“왜 거짓말을 해? 어젯밤에 건너편 아파트 혼자 사는 여자 집에 갔다 왔지?”
“무슨 소리야? 여기서 당신하고 같이 잤잖아.”
이 부인이 남편과 싸우다가 화를 참지 못해 그 독신녀가 사는 아파트로 뛰어갔습니다. 그 집 문을 마구 두드리니까 그 여자가 영문을 모르고 문을 여는데, 바로 들어가서 마구 두들겨 팼습니다. 그 여자가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이 그 부인을 데려갔습니다. 경찰이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의부증이라서 훈계하고 그냥 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그런데 그 부인이 여전히 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더 심각한 문제를 일으켜서 결국 정신병원에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참 우습다는 생각이 들 겁니다. ‘어휴! 그런 바보가 어디 있어?’ 그렇지 않습니다. 예쁘고 똑똑한 부인인데, 한번 그런 생각에 빠져드니까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어서 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아무 이유 없이 아내나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는 생각이 든다든지, 결혼했는데 다른 여자나 남자가 더 좋아 보인다든지, 잘못된 방법이지만 돈을 벌 수 있는 길이 보인다든지 등등 수많은 생각들이 우리를 찾아옵니다. 그 생각을 받아들여서 일단 거기에 빠져들면 어떤 힘이 작용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사고가 되지 않고, 쉽게 헤어나오지 못합니다.


내가 하고 싶지 않아도 끊지 못하고 계속 한다면?
사람은 누구나 자기 뜻을 따라 삽니다. 내가 도박을 하고 싶어서 도박을 하고, 내가 컴퓨터 게임을 하고 싶어서 게임을 하며, 내가 마약을 하고 싶어서 마약을 합니다. 그런데 정말 모든 것을 내가 결정할 수 있다면 내가 하고 싶지 않을 때 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한번 빠져들면 ‘이제 그만 해야 돼!’ 하면서도 계속 끌려갑니다. 어떤 악한 힘이 사람들을 그 안으로 끌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재소자들이 죄지은 것을 후회하지만 출소하면 또 범죄에 빠져 다시 교도소에 들어갑니다. 재소자들이 출소할 때 교도관들이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는다고 합니다.
“저 사람, 얼마 만에 들어오겠어?”
“석 달이면 들어올 거야.”
“석 달 안 가. 한 달이면 와.”
어떤 사람은 출소하고 일주일 만에 범죄하고, 성미가 아주 급한 사람은 아침에 나갔다 저녁에 잡혀 들어오기도 한답니다. 범죄하고 교도소에 간 것을 후회하지만 어떤 힘이 그 마음을 끌어가기 때문에 다시 그 길로 들어서는 것입니다.
둘째 아들은 자신을 믿었기 때문에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을 줄 알고 잠시 즐기려고 기생집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한번 기생에게 빠진 후에는 아버지로부터 받은 재산을 다 허비하기까지 기생집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습니다. 돈이 다 떨어진 후에야, 기생집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쫓겨났습니다.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믿으면 방탕에 빠지고, 결국 소중한 무엇인가를 잃고 맙니다. 다 잃기까지 빠진 데에서 헤어나오지를 못합니다. 물이 빙빙 도는 것처럼 그곳에는 어떤 악한 힘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를 믿는 사람들은 어떤 모양으로든지 그러한 경험을 하게 되며, 소중한 것들을 잃은 후에야 자신이 어리석었음을 알게 되고, 이후에는 그처럼 자기를 믿고 함부로 살지 않게 됩니다.
사람은 다 어떤 모양으로든지 마음의 여섯 단계를 거칩니다. 다음 호에서는 세 번째 단계인 실패하고 망한 마음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박옥수 목사
기쁜소식강남교회 담임목사이자 국제청소년연합(IYF) 대표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신앙을 바탕으로 각종 중독 및 청소년범죄 등으로 고통 받는 청소년들을 선도하는 일을 하고 있다.
2010년에는 세계 30개국에서 개최된 IYF 월드캠프의 마인드교육 주 강사로 초빙되어, 캠프에 참석한 청소년들에게 성경 속에 담긴 마음의 세계에 대해 강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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