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었던 대회가 끝나면 또 다시 꿈을 꿔요

7월 2일부터 7일까지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제42회 국제기능올림픽 대회에서 우리나라가 4년 연속 종합 우승, 통상 18번째 우승의 쾌거를 이루었다. 12개의 금메달 중 화훼장식 부문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경희대학교 조경디자인과 김은영 씨를 만났다. 오롯이 8년 반 동안 쏟아온 화훼에 대한 열정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올해 국제기능올림픽 화훼장식 부문에는 53개 출전국 중에 17개국의 선수들이 참가해 열띤 경쟁을 펼쳤다. 참가선수 중 2/3가 유럽 선수들이고, 나머지가 일본, 대만 등의 아시아 선수들이었는데, 화훼 종주국인 유럽 국가들과 대결해서 우승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의 기술력이 워낙 뛰어나다 보니 상대국들의 견제가 심했어요. 선수 소개 때 인사를 해도 손뼉조차 쳐주지 않을 만큼 신경전이 있었죠.”
 

올해는 작품을 만드는 과정까지 심사
화훼장식의 경기 방식은 가로 세로 3m의 부스 안에서 정해진 시간 안에 당일 발표되는 주제에 맞는 작품을 완성해야 하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한 작품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꽃, 나무, 가지, 부자재,
와이어의 수 등의 개수가 무려 천 가지가 넘는다는 사실이다.
“대회 기간 동안 한 가지 과제를 짧게는 한 시간 반, 길게는 3시간 동안 만드는데, 10가지 과제를 다 완성하다보면 총 23시간 정도가 걸려요. 올해는 특히 경기 채점방식이 달라져서 어려웠어요. 예전에는 작품을 완성하고 심사실에 출품하면 그때 심사를 했는데, 올해에는 오픈된 공간에서 선수의 작업 과정 하나하나를 심사위원들이 꼼꼼히 채점했어요. 선수들이 어떻게 꽃과 재료들을 다루는지도 보시는 거죠. 작품을 만들며 부스를 최고로 돋보이는 자리로 디스플레이를 할 수 있는 감각까지 겸비해야 하는 부담까지 따랐어요.”


인형 대신 꽃과 놀다 국가대표까지
그녀가 화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꽃가게를 하시며 어머니의 영향 때문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꽃꽂이를 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항상 옆에서 지켜보던 그녀가 혼자 따라하며 관심을 보이자 어머니가 그녀에게 배워볼 것을 권유를 하셨다. 또래 친구들이 인형을 가지고 놀 시기에 그녀는 꽃과 풀을  가지고 놀며 자연스럽게 식물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싹튼 것이다.
그런 관심으로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청소년 화훼장식 대회에 나갔다. 좋은 성적을 올린 것은 아니지만 심사위원들로부터 칭찬과 격려를 들었다. 중학생이 되어서도 화훼에 대한 열정은 식을 줄 몰랐다. 국내 화훼대회에 꾸준히 참가하며 국가대표 선수의 꿈까지 꾸게 된 것이다.
그녀에게도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힘들었던 때가 있었다. 2년 전 런던기능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을 때다.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탈락을 해 실망과 아쉬움도 큰 대회였다고 했다. 학교 공부와 병행하며 준비하다보니 대회에만 전력을 기울이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웠다고.

 
 

하루 3시간 이상 달리며 체력 훈련은 필수
화훼장식의 채점 기준은 화훼 구성, 색상 조합, 아이디어, 기술 등이다. 한국 선수들은 기술력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만 색상감각이 떨어지는 약점이 있다. 어려서부터 풍부하고 아름다운 자연 환경에서 자란 유럽 선수들이 색감각은 월등히 뛰어나다. 열악한 환경에서 유럽 선수들을  제치고 금메달을 딸 수 있었던 것은 그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매일 수백 장의 다양한 작품 사진을 보며 색깔 배합을 공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하나 화훼장식의 프로가 되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장시간의 작업을 하기 위한 체력을 키우는 일이다. 국가 대표 훈련은 5개월간 합숙하며 새벽 6시부터 밤 12시까지 자유시간 없이 오직 화훼만을 위한 집중 훈련을 한다. 매일 학교 운동장을 10바퀴 뛰는 건 기본이고,  매일 3시간 이상 달리기를 하며 체력 관리를 하고, 집중력을 키우는 훈련을 해야 하는데, 이 훈련 또한 프로가 되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관문의 하나다.
이번 국제기능올림픽은 그녀에게 많은 대회 중의 하나일 뿐이라고 했다. 앞으로도 도전할 대회가 아주 많기 때문이다. 대회 때마다 체력이 바닥날 만큼 열정을 다 쏟아 붓고 나면 이제는 더 이상 못 할 것 같은데, 막상 집으로 돌아오면 또 다시 화훼대회를 꿈꾼다고 하니, 화훼는 그녀의 삶이고 운명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기능올림픽 금메달을 땄지만, 그녀는 자신의 작품에서 무엇이 부족했는지 냉철하게 평가하며 앞으로도 있을 대회를  준비해 도전할 예정이다.  또 전공인 조경학과 화훼를 접목하여  공부하면서 자신의 취약 부분도 채워나갈 것이라고 했다. 후배들을 향한 그녀의 마지막 조언 한 마디.
“돈보다 자신이 잘할 수 있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빨리 찾는 것이 중요해요. 적성검사도 주기적으로 받으면서 내가 즐거워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세요.”

글 | 이루리 캠퍼스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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