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25세 미만 청춘들의 자유로운 기차여행‘내일로’의 여름시즌은 마쳤지만 코레일이 농촌방문 기차여행, 강연 기차여행, 역사탐방 기차여행 등 다양한 주제의 여행코스를 기획하면서 가을날의 기차 여행은 더욱 설렌다. 이와 같은 사업들을 실전에서 진두지휘하는 조형익 사업기획단장.
그는 철도회사에서 30년간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주어진 임무에 대해 두려움 없이 치고나가는 책임감이 막강하다. 그의 철도 위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조형익Ⅰ코레일 관광사업단장
관광객뿐만 아니라 관광지의 지역경제와 주민들도 기차여행으로 더 윤택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관광 사업을 개발하는 데 관심이 높다. 때문에 5대 권역 관광벨트사업을 내년까지 시행하기 위해 전국을 사무실 삼아 다닌다. 코레일이 대한민국의 행복한 열차관광산업의 선두주자가 되는 것이 그의 꿈이다.

수많은 관광 사업을 기획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으십니까?
팀별로 기획하여 여행 사업 아이디어를 다양하게 얻을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아이디어를 어떻게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실행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책에서 배우고 있죠. 독서가 아이디어 개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않지만, 여러 정보 중에 무엇이 가장 중심을 잡을 것인지 방향을 알려주는 키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초등학생 때 학교 도서관의 모든 책을 다 읽으려고 했습니다. 사전은 너무 힘들어서 포기했지만 말이죠.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정규 대학 갈 형편이 안돼서 장학금을 받고 당시 용산 한국철도대학의 경영과 1회로 들어갔습니다. 이후 졸업하여 스물한 살에 철도회사에 취직했지만 폭넓은 배움의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는 것에 큰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책을 꾸준히 읽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뭔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주변에 두고 읽는 네다섯 권 책 중에 하나를 펼치는 습관이 있습니다. 강연이 있거나 여분의 시간이 있을 때는 고전을 읽으면서 옛 조상들이 쓰던 고사성어를 통해서 현대인들이 살아가는 지혜를 알아가죠..

30년 전, 입사했을 때 업무에 잘 적응했습니까?
1983년에 입사하여 발령받은 곳이 강원도 태백산 입석리역이었습니다. 스물여섯 살에는 강원도 사북역으로 갔는데 그곳에서 석탄을 운송하는 화차를 해당 열차로 연결해주는 업무를 맡았습니다. 일하다 보면 한 시간 만에 온몸이 시커멓게 변하고 치아만 하얗게 보였죠. 그런 제 모습을 보고 한 엄마가 떼쓰고 있는 아이한테 말하더라고요. “너 계속 울면 앞으로 커서 이 아저씨처럼 된다.” 당시 철도원 직원으로서 만족하고 현실에 안주하려고 했던 저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고 그때부터 가슴 깊숙이 가라앉아 있던 꿈을 끌어올렸습니다. 다시 공부를 시작해서 부역장 시험에 합격하고 강원도 태백역으로 갔으며, 사무관 시험에도 합격하여 1994년부터 본청의 기획부서에서 일했습니다.

▲ ‘V트레인’의 열차 외부 모습. 천정을 제외한 모든 공간을 유리로 만들어 백두대간을 구경할 수 있는 시야를 최대한 넓혔다.
▲ ‘V트레인’의 열차 외부 모습. 천정을 제외한 모든 공간을 유리로 만들어 백두대간을 구경할 수 있는 시야를 최대한 넓혔다.

가장 잊지 못하는 업무는 무엇입니까? 
저는 항상 모두가 꺼려하는 업무를 맡았습니다. 게다가 아무것도 모르던 상태에서 배우며 일해야 됐기에 1년에 2~3일밖에 쉬지 못하는 워커홀릭이 됐습니다. 전산업무를 맡았을 때는 거의 전공자와 다름없는 실력을 갖추었죠. 그리고 저는 운이 좋게도 항상 변화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그때는 서울 지하철의 매표시스템을 모두 전산으로 바꾸는 시기였죠. 대다수 사람들은 기존의 시스템이 바뀌면 새로운 것에 적응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전 것을 계속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오히려 앞장서서 모든 매표시스템을 전산으로 바꾸어 놓았죠.
그리고 KTX역 게이트에서 표 검사하는 것을 없애자고 제안했습니다. 검표목적이 승객들의 표 지참 여부와 승객 수 통계를 위한 것인데, 이미 전산상으로 매표와 함께 통계가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일각에서는 게이트에서 표 검사하지 않으면 무임승차자가 늘 것이라는 우려의 소리를 높였지요. 그래서 검표는 승무원들이 차내에서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승무원이 휴대용 컴퓨터를 가지고 1호차에 들어가면 화면에 1호차 좌석 화면이 뜹니다. 어린이로 팔린 좌석에 성인이 앉았거나 빈 좌석에 사람이 있는 경우만 확인하면 실제로 한 열차에 잘못 승차한 사람들이 평균 10명 미만으로 나타납니다.

▲ 스카이워크 정상에서 동강의 밤섬을 향해 순식간에 날아가는 짚와이어. 강원도 열차여행에서 즐길 수 있는 우수 관광코스 중에 하나다.
▲ 스카이워크 정상에서 동강의 밤섬을 향해 순식간에 날아가는 짚와이어. 강원도 열차여행에서 즐길 수 있는 우수 관광코스 중에 하나다.

현재 관광기획단에서 야심차게 진행 중인 5대 권역 철도관광벨트사업의 기획 의도는 무엇입니까?
시골의 작은 역들은 점차 방문객이 줄어들면서 열차가 정차하지 않고 역도 무인화됩니다. 그러다 보면 그 지역 경제가 굉장히 낙후돼 버립니다. 그래서 이와 같은 지역을 중심으로 느림과 체험 위주의 ‘5대 관광벨트산업’을 기획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중 첫 번째가 최근 개통한 ‘중부내륙벨트’이며, KTX가 닿지 않는 강원도 오지산간지역과 폐광 도시를 중심으로 운행합니다. 서울역에서 출발해 제천, 태백, 영주 등을 이어지는 ‘중부내륙순환열차-O트레인’과 분천역에서 철암역까지 백두대간의 협곡구간을 V자로 운행하는 ‘백두대간협곡열차-V트레인’은 하루에 평균 천 명 이상 방문하고 있습니다. 이번 9월에 개통예정인 ‘남부해양벨트’는 남도의 풍부한 맛과 멋 그리고 다양한 문화를 간직한 부산과 순천, 여수를 연결합니다. ‘평화생명벨트’는 임진강, 백마고지, 제3땅굴, 도라 전망대, 철원평야 등 분단의 상징에서 세계적 생태보고가 된 비무장지대DMZ를 중심으로 운행하며, ‘서해골드벨트’는 백제유적지, 무창포, 안면도, 보령의 축제 등을 위주로 운행합니다. 마지막으로 ‘동남블루벨트’는 포항과 울산의 산업단지, 신라의 문화유산, 부산과 동해안의 해양관광자원이 이어지는 관광산업입니다.

지난 4월에 개통한 ‘중부내륙벨트’는 인기가 급부상하여 많은 언론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 비결은 무엇입니까?
‘중부내륙벨트’의 O트레인과 V트레인은 구경꾼들의 발자취가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경관과 조용한 시골 마을, 친환경 먹거리 등과 함께 낙동강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으로 땀을 식히며 계곡의 절경들과 심신이 하나 되어 즐기는 신생 힐링 여행상품이 됐기 때문입니다. 또한 여행지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도 기대이상의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분천 지역은 동네 주민들이 마을 협동으로 식당을 만들어서 집에서 먹는 음식을 팔고 농사도 지으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V트레인으로 20배 이상으로 늘어난 손님들 때문에 농사와 장사를 한꺼번에 할 수 없게 되자 도시로 나갔던 자식들을 불러들였습니다. 때문에 이 시골 지역에 예상외의 귀촌현상들이 발생했고 지역경제도 눈에 띄게 활성화됐습니다.

▲ 충북 단양군의 청풍호반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제비봉. 코레일 열차 관광 승객들을 위해 단양군에서 시티투어를 운영하고 있다.
▲ 충북 단양군의 청풍호반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제비봉. 코레일 열차 관광 승객들을 위해 단양군에서 시티투어를 운영하고 있다.

대학생들이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기차 여행코스를 추천해 주시기 바랍니다.
9월이면 내일로 시즌이 끝납니다. 단풍여행을 가기에 아직 이른 애매한 시기이지만 여행하기에는 날씨가 가장 좋죠. 이때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유명 역사 명승지를 방문해보는 관광 상품이 다양하게 소개될 것입니다.
‘내일그린’이라는 농촌체험 상품도 추천합니다. 농촌 생활을 직접 체험해보면서 가을의 농사철 정취와 부모님들이 겪었던 어린 시절을 한껏 체험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주말에 KTX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으로, 그리고 지역학생들이 서울로 여행할 수 있는 상품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추천하고 싶은 것은 ‘중부내륙관광벨트’입니다. O트레인과 V트레인 코스를 2박3일 여행하다보면 백두대간의 수려한 장관과 보물처럼 숨어 있는 우리 전통문화를 발견하는 뜻 깊은 여행이 될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글 | 전진영 기자   사진 | 배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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