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Museum This Summer?

생전에 스티브 잡스는 중요한 프로젝트 담당자들을 자주 박물관에 데리고 갔다. 창작무용을 예술로 승화시킨 무용수 이사도라 던컨은 박물관 마니아였다. 창조적 상상력의 달인들은 왜 박물관으로 향하는가? 몇 천 원이면 수천 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다. 최고 전문가들이 심혈을 기울여 고른 인류 문화유산의 알짜가 넘친다. 책으로만 익힌, 죽어 있던 지식이 생기를 얻는다. 더위에 지치고 지성에 목마를 올여름 나만의 초이스, 바로 박물관이다.
진행 | 김성훈 기자   사진제공 | 각 박물관   디자인 | 이가희 기자

 
 


‘국립’과 ‘중앙’이라는 명칭이 보여주듯 명실상부한 국가대표 박물관으로 신라 금관,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외규장각 의궤 등 국사교과서에 실린 문화재 대부분이 이곳에 있다. 그러나 국립중앙박물관은 단순히 국내 최대 규모와 시설을 갖추었다는 점 외에도 한국 근현대사의 시련과 격동을 고스란히 이겨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의 첫 박물관은 1909년 창경궁 경내에 세워진 제실박물관帝室博物館이다. 그러나 1910년 을사늑약 체결과 함께 일제는 제실박물관을 이왕가박물관李王家博物館으로 격하시켜 대한제국의 위상을 깎아내리고 전국의 문화재를 무차별적으로 빼앗아갔다. 1945년 광복을 맞이하면서 현 경복궁 자리에 국립박물관이 개관했으나, 6.25의 발발로 국립박물관은 또 한번 시련을 겪는다.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세가 역전되자 당황한 북한은 국립박물관의 문화재들을 북으로 실어가려 했지만, 직원들이 고의로 유물포장을 지연시킨 덕에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중공군의 개입으로 국군이 다시 후퇴하면서 약 2만 점의 문화재들도 미군 화물열차에 실려 부산으로 옮겨진다. 이때 미처 못 옮긴 문화재들은 모두 잿더미가 되었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휴전이 이뤄지면서 부산에 있던 문화재들은 경복궁으로 옮겨졌다가 다시 남산 분관으로 옮겨진다. 이후 국립박물관은 덕수궁 석조전→경복궁→구 중앙청→국립고궁박물관 등으로 전전하며 떠돌이 생활을 계속해야 했다.
국립박물관이 국립중앙박물관이란 명칭을 갖게 된 것은 1972년 7월 19일이며, 지금의 위치에 들어선 것은 2005년 10월 28일의 일이다. 건립에서 완공까지 무려 8년 이상 걸려 완공된 국립중앙박물관은 관람객 수 기준 세계 9위에 약 4만 평의 면적, 진도 6 이상의 지진을 견디는 안전설계, 세계 최초의 유물내비게이션 시스템 등을 갖춘 세계 최고수준의 박물관이다. PMP와 MP3를 활용한 디지털 안내 서비스도 큰 특징이다. 전날 홈페이지에서 예약이 필요하며 이용료는 PMP가 3,000원, MP3가 1,000원이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서빙고로 137     전화 02-2077-9000
홈피
www.museum.go.kr
교통 지하철 4호선·중앙선 이촌역 2번출구에서 도보 5분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 1일
관람시간 화·목·금 09:00~18:00,
               수·토 09:00~21:00, 일·공휴일 09:00~19:00
관람료 무료(단 특별·기획전시의 경우 유료)

 
 

국립중앙박물관을 관람한 후 가까운 전쟁기념관에도 꼭 들러 보자. 휴전협정이 체결된 7월과 해방을 맞이한 8월 또한 6월 못지않게 호국보훈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1만9백 평 규모의 전쟁기념관 실내전시실은 호국추모실, 전쟁역사실, 6.25전쟁실 등 약 6개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품 수는 약 9,000여 점. 실물·디오라마·기록화·영상 등 다양한 형태의 자료들이 삼국시대부터 오늘날까지 각종 호국전쟁을 역동적으로 실감나게 보여준다.
실외에는 6.25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된 무기와 장비, 6.25 상징 조형물, 광개토대왕릉비, 평화의 시계탑 등이 전시되어 있다. 기념관 양측 회랑에는 6.25와 베트남전 등에서 전사한 장병·경찰의 명비와 6.25전쟁 참전 유엔군 전사자명비가 세워져 있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29     전화 02-709-3139     홈피 www.warmemo.or.kr
교통 지하철 1호선 남영역 1번출구에서 도보 10분, 4·6호선 삼각지역 11·12번출구에서 도보 3분
휴관일 매주 월요일(매주 월요일이 포함된 연휴 때는 연휴 다음날 휴관)
관람시간 09:00~18:00     관람료 무료(일부 특별기획전 별도)

 
 

편집디자이너 출신인 박암종 관장이 1990년대 초부터 수집해 온 우리나라의 근현대 디자인자료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그가 디자인 자료 수집에 대해 남다른 열정과 사명감을 갖고 인사동과 경매사이트를 꼼꼼이 훑어 모은 자료는 줄잡아 약 수만 점, 본인도 정확한 수를 모를 정도란다.
그 중 엄선된 1,600여 점이 이곳에 상설 전시된다. 올해로 103주년을 맞는 우리나라 최초의 상표인 ‘부채표(동화약품)’와 최초의 TV인 ‘골드스타 TV(금성사)’를 비롯, 전화기·타자기·휴대폰·태극기·엽서·우표 등 대한민국 최초를 자랑하는 희귀상표와 제품이 모두 모였다. <간판역사100년展-간판 눈뜨다>, <사고四考뭉치展> 등 미술계가 주목하는 초대전과 기획전시가 연중 개최된다. 마침 대학가인 홍대 인근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성도 좋은 편. 어떤 분야든 디자인이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자리잡은 오늘날, 지성인이라면 꼭 가 봐야 할 모던박물관이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30길 36     전화 070-7010-4346~7
홈피
www.designmuseum.or.kr
교통 지하철 2호선 신촌역 7번출구로 나와 13번 마을버스 탑승,
        와우공원 정문 하차
휴관일 매주 월요일, 신정/설날/하절기휴가/추석연휴
관람시간 화~토 10:00~18:00, 일 11:00~18:00
               (관람시간 종료 30분 전까지 입장가능)
관람료 관20세 이상 5,000원, 6~19세 4,000원

 
 

한국영화의 역사를 한눈에! 한국영화를 수집 및 보존 업무를 맡고 있는 한국영상자료원이 운영하는 박물관으로 2008년 5월 9일 설립되었다. 현재 세계 박물관의 추세이기도 한 ‘핸즈온hands-on’ 즉 단순한 관람이 아닌 관람객들이 직접 전시품을 만져보고 콘텐츠를 만들어 보는 체험식 관람의 특성을 살려 한국영화의 역사와 다양성을 체험하도록 하고 있다.
메인 전시물로는 한국영화 100년사를 태동기(1903~1945년), 발전기(1945~1972년), 중흥기(1972~1986년), 도약기(1986~현재)의 네 시기로 나눠 살펴보는 ‘한국영화시간여행’이 있다. ‘애니메이션의 방’에서는 애니메이션의 제작 원리와 우리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으며 직접 애니메이션을 그려 전시하는 것도 가능하다.

▲ 1. 우리나라 최초의 태극기자료와 세계의 국기자료를 만날 수 있는 상설전시관1의 모습.2. 3층에 자리한 상설전시관2에서는 우리나라 산업 초창기의 라디오, 선풍기, 타자기 등이 전시되어 있다.
▲ 1. 우리나라 최초의 태극기자료와 세계의 국기자료를 만날 수 있는 상설전시관1의 모습.2. 3층에 자리한 상설전시관2에서는 우리나라 산업 초창기의 라디오, 선풍기, 타자기 등이 전시되어 있다.

현빈과 탕웨이가 영화 <만추> 촬영 당시 착용한 의상들을 비롯 <써니>, <괴물>, <도둑들> 등 히트영화의 소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흥미를 더한다.
2층에 있는 ‘영상의 원리 체험 방’에서는 영상의 편집과 상영과정, 손상된 필름의 복원 등 영상의 기본원리를 이해할 수 있고 영화 제작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도 볼 수 있다. 영어해설도 제공되어 외국인 친구나 관광객을 데리고 가기에도 좋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 400     전화 02-3153-2072  

홈피 www.koreafilm.or.kr/museum
교통 지하철 6호선 디지털미디어시티역 2번출구 정류소(14-296)에서 771·7711·7730번 버스 타고 누리꿈스퀘어 하차(버스 5분)
휴관일 매주 월요일, 신정/설연휴/추석연휴
관람시간 평일 10:00~19:00, 주말 10:00~18:00(관람시간 종료 30분 전까지 입장가능)     관람료 무료(체험프로그램 포함)

 
 

우리나라에는 한국은행에서 운영하는 곳과 조폐공사에서 운영하는 곳, 총 두 곳의 화폐박물관이 있다. 이곳은 한국은행이 운영하는 화폐박물관으로, 일제 때 일본 제일은행 경성지점으로 만들어졌다가 해방 후 한국은행 본점으로 쓰이던 것을 한국은행 신관(지금의 본관)이 건축되면서 복원작업을 거쳐 2001년부터 화폐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세계 각국의 다양한 화폐 및 기념주화를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매주 열리는 화폐문화 강좌를 통해 금융상식도 함께 넓힐 수 있다. 한국은행 본관과 금융통화위원회를 그대로 재현한 미니어처, 제작부터 폐기까지 화폐의 일생一生을 담은 화폐의 일생관, 분쇄된 만원권  지폐를 채운 의자 등이 눈길을 끈다. 특히 위조지폐 식별기나 즉석에서 자신의 사진을 찍어 지폐의 인물로 새기는 등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도 있다.
유럽풍을 살린 아름다운 전시실 내부에 다채로운 형식으로 배치된 전시물들과 관람객을 배려한 동선 덕에 관람 내내 지루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것이 관람객들의 한결같은 평이다. 2층의 한은갤러리에는 연중 다양한 전람회가 열리며, 1층 뒤편 통로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원두커피를 제공한다.

주소 서울시 중구 남대문로 39   전화 02-759-4881~2   홈피 museum.bok.or.kr
교통 지하철 1·2호선 시청역 7번출구에서 도보 10분 or 4호선 회현역 7번출구에서 도보 5분
휴관일 매주 월요일, 설연휴/추석연휴/12월29일~이듬해 1월2일   관람시간 10:00~17:00   관람료 무료


 
 

1940년대부터 경희대를 대표하는 각 분야의 전문교수진이 수집해온 암석, 화석, 동·식물 표본 등을 모아 1978년
개관했다. 1층에서 6층까지 층별로 다른 주제로 다양한 표본을 전시해 놓고 있다. 1층 암석·광물·화석관,
2층 포유류 및 기타동물관, 3층 조류관, 4층 곤충관, 5층 수상생물관, 6층 식물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내유일을 자랑하는 종어 표본을 비롯해 비단벌레, 크낙새, 장수하늘소 등 천연기념물 혹은 멸종되었거나 멸종위기에 있는 생물들의 박제나 표본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게 박물관 측의 설명이다.
‘새 박사’로도 잘 알려진 윤무부 교수가 관장을 지낸 박물관답게 2층 절반과 3층 전층에 걸쳐 조류 박제와 전시물이 잘 정비되어 있다. 특히 채집된 장소별로 분류되어 저마다 각양각색의 날개무늬를 뽐내는 나비표본을 보노라면 신비하리만큼 풍성하고 다채로운 자연의 아름다움과 마주하게 된다. 나비날개를 붙여 그린 그림들 역시 관람객들의 탄생을 자아내게 하기에 충분하다.   

 
 


주소 서울시 동대문구 경희대로 26 경희대학교 내
전화 02-961-0143          홈피 nhm.khu.ac.kr
교통 지하철 1호선 회기역 1번출구에서 도보로 15분 소요(마을버스로 3분)
휴관일 매주 일요일, 공휴일, 개교기념일(5월18일), 정기 소독기간 
관람시간 10:00~16:00    관람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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